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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화의 추억, 기억하고 있습니까


3차원의 입체감을 그림으로 표현한 역사는 미술의 원근법으로 올라간다. 서기전 5세기에 그리스에서 시작됐으며 확립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 사람의 얼굴을 그린 뒤 코에 명암을 집어넣어 툭 튀어 나와보이도록 만드는 기법은 당시로선 획기적이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주말, 우연한 기회로 현재 최대 인기작이라는 아바타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3D. 처음이라면 처음일 수도 있는 경험이었다. 적어도 3D 상영이 일반 영화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지금에 들어서는 첫번째 경험이었다.

건네받은 3차원 안경을 쓰고 관람을 하고 있자니 순간순간 재밌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파편이 날아오니까 절로 움찔한다거나 하는 순간적 반응 말이다. 백여년전 영화란 물건이 처음 나왔을 때 칙칙폭폭 기차가 앞으로 다가오니까 관람객들이 소스라치며 도망갔다고 하지. 스크린 자체가 3차원의 벽이지만, 이제 사람들은 보다 더한 자극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사실 안경을 쓰고 3D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던 기회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음을 기억하게 됐다.


작년에도 3D 안경을 쓸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LG에서 선보인 LCD TV 신제품 시연회에서였다.(http://kwon.newsboy.kr/1298) 주력 제품은 따로 있었지만, 그와 함께 선보였던 3D 방송 전용 제품은 그 나름 매력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당장의 실효성이 의문이긴 했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도우미 누나들이 발표 끝난 후에 남아서는 신기해 하던 모습 말이다.
그런데 말이지, 이건 십수년 전 90년대에도, 이십년전 80년대에도 거듭되어 왔던 모습이다. 강산이 두어번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신기한 세상, 3D. 바꿔 말하면 이미 기술력에선 오래전부터 대중화가 가능했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잠깐잠깐의 여가로서만 쓰였다는 이야기렸다.

내가 저 안경을 맨 먼저 썼던건 무려 26년 전이다. 다이아트론5라고 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매우 설정이 신선했던 로봇물이었다.

내용인즉.
마이크로 기술이 발달한 시대, 저격 당한 천재소녀를 살리고자 전투용 로봇과 파일럿을 마이크로화 시켜 주사기로 신체내에 밀어넣는다. 그들은 소녀 신체 속에서 세균과 싸우며 약품이 적소에 투입되도록 돕게 되는데, 사람의 신체 속엔 정말로 여러 사람들이 사는 소우주가 있었다. 점령당한 이들은 곧 소녀의 정상적인 일부요, 독재 점령군은 몸에 해로운 것 그 자체. 소녀를 살리고자 하는 싸움은 곧 선량한 시민들을 점령군 손에서 구해내는 전투였고 덕분에 스토리라인은 명쾌해졌다. 허나 당시의 나는 너무나 어렸던 꼬꼬마였고, 약간 고연령대를 지향한 이 작품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번쯤 다시 보고픈 작품. 지금은 검색해도 이미지 한 장이 안 뜨네.

이 작품이 부산 시민회관에서 상영될 때, 무려 3차원 상영이었다. 빨갛고 파란 3차원 안경을 나눠주면 그걸 쓰고서 영화를 보는, 정말로 당시엔 참신했던 시도였고, 내 기억에 이것은 성공했다. 인터넷은 커녕 신문조차 제대로 읽지 않았던 내가 성공 여부를 어찌 아냐고? 내 부모님이 일요일을 할애해 동반관람에 나섰고, 동네 꼬꼬마들도 제각각 거기서 나눠준 안경을 들고 있었다. 놀러간 집에 프라모델이 있으면 다들 알아보았다. 당시엔 이 안경을 사은품으로 나눠줬는데, 어린애들 손에 그냥 남아날리 있나. 금새 다리가 부러졌던 추억이다. 그 영화 정말 3차원이었냐고? 그게... 나로선 그 개념조차 이해가 안되서 말이지, 당최 모르겠더라.

95년. 2년전의 엑스포 열기가 아직 남아있던 그 때 뒤늦게서야 대전엑스포 현장을 찾았던 우리 가족. 광장 극장에선 20여분의 학습영화가 상영 중이었고, 3D였다. 거기서 근 10년만에 다시 3차원의 안경을 쓰게 됐던 나다. 아아, 이게 3차원이구나 하는 실감을 그제사 했다. 그 건방진 자식, 화살을 내 앞에다 겨누더니 진짜로 휙 날려버리네.

그러나 십수년이 지나도록 그 기술은 대중 속의 일상으로까지 전파되질 않았다.
이해는 하고도 남았다. 80년대 헐리웃 영화에서 지목하던 근미래, 90년대는 뭔가 복잡한 물건을 주렁주렁 달고 다는 시대였는데, 이를테면 수경과 같은 3차원입체안경 같은 것들. 두꺼운 메탈 소재가 돼지꼬리 전화선보다 더 두꺼운 와이어로 연결되어 가상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얼굴을 반쯤 가렸던 모습을 떠올리는건 어렵지 않으리라. 그처럼 90년대가 이것저것 붙이고 다니는 것을 즐겨 하고, 그걸로 뭔가 색다른 자극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면 3차원의 세계도 보다 보편화됐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90년대는 한결같이 심플하고, 슬림한 노선을 추구했다. 유비쿼터스의 2000년대는 와이어리스의 시대. 속도전을 연상케 하는 숨가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거추장스런 물건을 용납치 않았다. 헌데 이것이 3차원 안경하고 무슨 관계나고? 그것이 안경이라는 최소한의 악세사리조차 거부했다고 이야기를 잇는것은 무리일까.  

그래서 그냥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만 이어지는가 생각했건만, 이제와서 상당히 늦게 붐이 일고 있으니 감개무량할 따름.

그럼 이제 와서 다시 3D 기술이 63빌딩 아이맥스관 같은 곳을 넘어 일반 영화관으로까지 번져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 봐야 할까. 이전보다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달해서 가치 자체가 달라졌다? 그건 아니라 본다.

아바타는 분명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굳이 입체감이 아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가 이 날 확인한 3차원 영상은 십수년전 대전에서 느꼈던, 가끔가다 호러 판타지 도서에서 양념으로 집어넣던 셀로판 속의 입체그림 속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화 스크린 속에 서너장의 그림을 겹쳐 놓고 따로 움직여보이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배경과, 맨 앞 인물과, 그 뒤 인물과, 자막을 저마다 거리감 있게 만들어내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완벽한 3차원이라기보다는 2.5차원에 가까웠다. 겹쳐놓은 각 그림의 영역은 결국 일반 영화의 필름과 다름이 없었던 것. 어찌보면 거꾸로 평면감이 도드라져보였다. 자연스럽게 이 3차원 세계의 입체감을 그대로 그려내는데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 

그런데, 실은 그것이 매력포인트로 작용한게 아닐까 싶다. 실존하는 세상의 입체감을 똑같이 재현해 내진 못했지만, 그것이 도리어 매력적인 이질감, 즉 자극제로 내게 다가왔던 것이다. 기존의 영화와도, 우리가 살아움직이는 이 세상의 것과도 뭔가 다른 그 새로운 느낌이 특별한 체험을 원하던 관객을 만족시키는 구나 생각했다. 만일 3D 영화가 더욱 발달해 실제의 3차원과 진배없게 영화를 그려낸다면? 어쩜 각광받아야 할 그것이 도리어 그 매력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추측까지 하게 되는 것이었다.

함께 영화를 봤던 이들은 "예전엔 몰랐지만 막상 체감해 보니 앞으로는 계속 3D만 찾을것 같다"는 소감을 꺼내보였다. 난 아직 그것을 확신하지 않는다. 분명 돌덩이가 눈 앞으로 가까워지는 경험은 재밌었지만, 그냥 맨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정감있다 느낄지도 모르지. 당분간은 일반 상영과 3D가 혼재하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

그건, 아날로그가 역시 좋다라는 결론이라기 보다는, 양 쪽 모두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가끔가다 한번씩 체험하는게, 다만 예전보다는 그 횟수를 늘이는게 더 감흥 있다면서 말이다. 일반영화를 밀어내고 그것을 대체하는 것도, 그렇다고 해서 과거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것도 아닌. 한결 가깝게 옆에 두면서 그렇게 자극이 필요할 때마다 열어보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영역에서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그 또한 하나의 방법일지 모른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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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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