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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13. 쿠바리브레, 결전의 날 기울인 한 잔




결전의 날.
누구에게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결전의 그 날이 있다. 내게도 찾아들었다.

심기일전의 그 날을 앞둔 전야. 난 스스로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고자 BM을 찾았다.

"제가 내일 중요한 시험이 있거든요. 이런 날 전의를 가다듬을 만한 메뉴 없을까요?"

매니저 바텐더가 추천해준 것은 '카미가제'였다. 일본의 카마가제 특공대가 출격 전에 한잔씩 마셨다나. 하지만 지금의 나하곤 맞지 않았다. 독한 술이라는데 취기로 동요를 가라앉힐때라면 모를까, 지금 나는 일정에 지장이 없을 법한 스무스하고 감미로운 응원을 원했다.

그러자 다시 추천해 준 것이 바로, 이 한 잔이다. 쿠바리브레.  



쿠바리브레. 남미의 정서가 담겨 있으려나.

"럼 콕에다가 ...를 넣고..."

콕 종류로군. 콜라로 만들어내는 칵테일이 많기도 하다. 럼주와 코카콜라, 그리고 라임주스를 대신한 뭔가를 넣는다고 하던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 기본 레시피는 라임 주스란 말씀.

향이 상당히 멀리 퍼진다. 저 언더락 글라스에서 피어나는 향기, 지금은 단종됐는지 보이지 않는 펩시 트위스트의 그것을 느끼게 하는데.

럼주야 독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주인장이 약하다고 하니까, 믿고 마셨봤다. 첫 느낌.

으음.

...

빨대로 잘 들어오지가 않는다. 오호라, 역시나 레몬즙이 끼어서 사람 얼굴을 붉게 만든다. 취해서가 아니라 빨아들이기 힘들어서. 웃흥.(--;)

이 술은 너무나도 명쾌해서 설명이 쉽다. 지금껏 마신 어떤 술보다도 신 맛이 강한 음료.

칵테일에 익숙해져서인지, 아님 정말로 그 기운이 약해서인지, 이 술은 술같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정말로 탄산음료마냥 벌컥댈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선 알콜보다 들이키기 더 힘들수도 있다) 덕분에 아주 오래도록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콜라가 주 레시피라지만 콜라의 그 달콤한 느낌조차도 싹 가셔 있다. 정말로 이 술, 레몬인지 라임인지 신 과일의 맛이 강렬하다. 붉은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을때의 그것과 비슷한 청량감.

"근데 이 술하고 시험의 파이팅하고 관련이 있나요?"

"아뇨..."

"......"

기사 쓰기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어주신다. 하지만 '스태미너 보충'이란 측면에 있어선 꽤 근접한 테마다.

왜 있잖은가. 운동 선수들이 하프타임 때 휴식하면서 레몬 음료 등 신 과일의 그것을 섭취한다고. 더운 날, 격한 운동으로 찾아오는 극심한 체력소모와 탈진감에서 빨리 회복시켜 준다는 그 신 맛, 이 한 잔에 제대로 녹아들어 있다. 비록 격무나 격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마음을 팽팽히 당겨주는 듯 하는 그 긴장감 어린 맛이 꽤 만족스러웠다.



약한 도수...라곤 하지만. 반잔쯤 마시니 예상 외의 취기가 찾아온다. 통로막힌 빨대로 조금씩 밀어올렸는데도 불구, 잔이 저 정도 비었을 땐 알콜 특유의 어질함이 머리속을 감돈다. '엄습한다'는게 딱인 표현.

뜻밖의 안주가 찾아왔다. 그와 나의 공통화제.

"어떤 시험이시길래..."

"아, 그게..."

"어라? 그거 나도 한때는..."

별일이다. 하긴, 기자나, 바텐더나. 어찌 보면 모두 이어질 법한 일이긴 하지. 서로 같은 화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어가는 대화만큼 맛있는 안주도 없더라. 덕분에 아주 즐겁게 잔을 비워갈 수 있었다. 이 날 나는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즐기는 법까지 함께 체득한 셈이다. 



마지막엔 레몬즙을 꺼내 깔끔히 뜯어 먹는 센스. 추하지 않게, 댄디하게 레몬을 발라먹을(?)수 있는 방법 아시는 분 어드바이스 좀 부탁한다.

"어우, 생각보다 취하는데요."
"그쵸, 럼이 들어간데다가, 무심코 얕잡아봤다간 나중에 곤란해 질 수 있는 술이예요."

기분 좋은 내일을 위해, 좋은 컨디션을 위한 전날밤의 잠자리에 이 술이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유래를 좀 알 수 있을까 싶어 나중에 찾아보니, 아아 그렇군. 만화 바텐더에서 잠깐 나왔던 칵테일. 아마도... 그 쿠바의 국민 가수에게 건넸던 메뉴로 기억한다. '자유의 쿠바'란 이름도 그렇거니와 그 가수가 매우 반기며 '쿠바 리브레!'라 외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데 거기선 알콜이 거의 없는 술로 그려지지 않았나? 지병이 있어 술을 마셔선 안되는 그녀에게 잔을 내놓고, 이에 항의하는 관계자에게 '물론 이 술도 안 마시는게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다'고 설명했었지 아마?

글쎄올시다. 막상 마시고 보니 순간 휘청하기도 했건만. 나, 나는 뭐 잘못되면 이 정도 술도 못마시는건가. 씁쓸하구만.


쿠바리브레

언더락

기본 레시피 럼, 콜라, 라임주스 내지 대체제, 얼음.

신촌 바 BM

가격 5000원
   
촌평 - 큰 어려움 없이 섭렵할 수 있는 도수, 그러나 신 맛은 사람에 따라 친해지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반대로 신 맛을 사랑하는 이에겐 꼭 한번 권해보고픈 풍미. 뜻밖에도 나중엔 예상 외의 취기가 찾아올 수 있으니 두어잔씩 벌컥대려는 이는 요주의.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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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바의칵테일] 12. 코스모폴리탄, 촌놈은 달콤한 도회에 빠진다



참 빛깔이 예쁘다. 칵테일을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데 그 첫 맛은 역시나, 우아한 자태다. 

순간 올드팰인가 했다. 언젠가 꼭 한번 마셔보고픈 그 칵테일. 이 한 잔은 코스모폴리탄이다.

신촌으로 나왔지만 이번엔 BM이 아니다. 그곳에서 50여미터나 떨어졌을까. 신촌 쪽에 빠삭한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thinking inside the box를 이번 연재의 세번째 장소로 정했다.

이 곳은 검색으로 찾아냈다. 신촌에 괜찮고 저렴한 칵테일바를 찾았더니 가장 많이 눈에 띄던 곳. 그만큼 이미 이름이 알려진 장소인데 BM하고는 여러모로 느낌이 달랐다. BM이 어둠을 전제로 디스플레이된 곳이라면 이곳은 은은한 촛불로 빛과 열을 제공한다. 안주로 김과 간장을 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바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은 칵테일 이야기부터.




BM에선 본 적 없는 칵테일이 몇 가지 있었다. 이 중 가장 저렴한 군인 6000원대에서 하나 고른게 코스모폴리탄. 보드카를 베이스로 라임주스와 크랜베리 주스 등 여러 향긋한 레시피가 담겼다. 

노란색이 감도는 붉은 색깔. 자칫하면 촌스러 보일수도 있건만 투명하고 은은한 분위기와 엮이며 매우 세련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마치 남성 화장품 오딧세이의 이미지 색상을 연상케 한다.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매력적인 빛깔. 

다만, 생계형 인간에겐 이같은 한숨이 먼저 흘러나올수도 있겠다. '양이 너무 작아!'




이런 잔 좋더라. 착 감기는 언더락도 좋지만 간만의 외도는 꽤나 만족스럽다. 위로 치켜들어 보면 이 칵테일 정말 섹시하다. 글라스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러본다. 연인과의 스킨쉽처럼. 남성 입장에서 봤을때 이 칵테일은 바에 찾아와야만 만날 수 있고 말도 걸 수 있고 만져 볼 수도 있는(...??? 오해는 마라. 난 '그런' 놈이 아니다. 그냥 실상을 체감한다는 것을 표현하자면 그렇다) 환상같은 여인. 위에 담긴 살얼음은 살랑이는 치맛자락 끝인가. 아님 차갑게 다가오는 도도함인가. 

진한 향이 꼭 화장품을 연상케했는데 나중에 보니 데메테르 사에선 아예 이 칵테일향을 향수로 아이템화 했더라. 다른 술이라면 몸에 냄새가 뱄을 때 주정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 술 만큼은 향수 대용이다. 대환영할 일이다.  




시음해 본다. 으음. 달짝지근하다. 과거엔 술이 매우 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달단 말야. 이 술은 짭짤한 느낌이 꼭 캔디같다. 시간이 흐른 뒤 혀를 입천정에 대보면 배어있던 단맛이 다시 미끄러져 내린다.

그렇다고 달콤하고 부드럽기만 한 건 아니다. 보드카가 담긴 칵테일 답게 상당히 독하다. 적어도 한동안 약한 도수의 칵테일을 계속 접했던 이에겐 세게 느껴질 수 밖에.

이 날 날씨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 술은 살얼음이 띄워진 술답게 차갑다. 그런데 알콜 기운으로 금새 몸이 데워지는걸 느낀다. 겨울에 더 어울리는 정취다. 차가우면서도 따스한 내면이 숨겨져 있다. 괜찮다. 살얼음 띄운 것도 맘에 들어.

이름이 코스모폴리탄이던가. 세계, 도시... 촌에서 올라온 샌님이 동경할 법한 도회적인 이름.
이 쯤하니 뭔가가 연상된다. 망상극장 시작. 주인공은 밭을 일구다 우연찮게 난생처음으로 도시에 흘러들어온 시골 남자. 저녁이 되어 한 술집을 찾았다. 고향 술집에서 맡던 흙냄새는 찾을수 없다. 전혀모를 이름만 주욱 나열된 메뉴판을 보다 그냥 고른게 이 칵테일 한잔. 고향 술집에서 벌컥대던 흑맥주나 럼주와는 전혀 다른 향취. 한모금씩 입에 댈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빠져드는 맛. 처음 만나는 도시의 인사다. 도회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칵테일이다.   

오늘 칵테일은 분위기 한번 잡아보고 싶다던지, 달콤한 맛을 즐긴다던지 한다면 무난한 선택이 되겠다. 알콜캔디. 말 그대로 어른을 위한 사탕이다. 남자도 여자도 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강하던 알콜느낌도 시간이 지나면 의외로 빨리 사라진다. 잠깐의 취기는 찰나의 환상.
다만 단 맛을 싫어한다면 추천하기가 그렇다. 단순히 달달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츄파춥스를 빨아먹을 때처럼 달콤짭짜름해서 말야. 약간은 끈적한 맛. 그러나 칵테일답게 뒷맛이 남거나 하진 않으니 안심해도 좋다.




다음에 한번 이야기 할거지만 이 바는 계산서를 잔과 함께 내려놓는다. 바 다운 맛이라고 해야 하나.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바를 찾은 이라면 이것도 좋은 이미지 서비스. 좀 더 출세해서 넥스트를 주문하고 두세장 얻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뜻하지 않게 청년의 출세욕망을 자극한다.


코스모폴리탄 (보드카 x 라임주스 x 크랜베리주스 등)

신촌 thinking inside the box

가격 6000원

촌평 섹시한 향과 맛과 빛, 도시적이고 매끈한 메탈의 매력이 잘 용해된 캔디맛 음료. 내 귀에 캔디가 왜 귓가에 맴돌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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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11년 전 수능날 새벽 유성 보신 분 있나요?


혹시 말예요. 수능끝난 새벽, 잠 못들고 깨어 있는 수험생 있나요? 아니면 11년전 수능을 쳤을, 한국나이 서른살의 청년 여러분은?

라디오 청취를 하다가,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우연히 여기 닿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네요. 아. 저도 MP4의 라디오 주파수를 열어놓고 동갑내기, 그 날 같이 시험을 쳤을 손정은 아나운서의 프로그램을 듣고 있는 중입니다. 이 글과 연동될 사연을 올렸는데 신청곡과 함께 뽑아주면 좋겠군요.  

전 11년전 수능을 쳤던 99학번입니다. 10학번이 될 여러분들에겐 까마득하게 느껴지겠어요. 격세지감. 쇼 세대인 여러분. 그리고 스무살 티티엘 세대였던 나. ...내놔라, 내 10년. 상대가 불분명한 한숨.

수능시험은 10대 말기의 모든 이들 앞에 놓이는 거대한 관문. 그렇기에 행여나 바깥에서 뭔가가 일어나면 시험과 연관해 기억을 아로새깁니다. 처음엔 내가 시험보던 98년 11월만 그런줄 알았죠. 헌데 지금 생각해보니, 실은 그 다음해도, 또 다음해도. 수험생은 언제나 그 시대의 이슈를 가져와 자신만의 그 날을 특별히 기억할 것임을 깨닫습니다.

09년의 여러분은 그간 시험을 앞두고서 무엇을 가져와 추억의 재료로 삼았나요. ...신종플루? 오 마이 갓뜨. 

11년전 수능날엔 특별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시험장에 들기 두어시간 전, 새벽하늘에서 유성쇼가 펼쳐진다는 소식이 날아들었죠. 유성을 보고 소원을 세번 빌면 그것이 이뤄진다는 속설은 여러분 세대에도 건재할 겁니다. 망원경도 뭣도 없던 그 시절, 난 무모하게도 그걸 이 눈으로 잡아보겠다고 다짐했죠. 그리고. 정말로 그걸 시도해 봤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아직 차가운 공기 아래, 여명이 삼사십분 남은 보랏빛 하늘 아래로 달려갔죠. 

무모했습니다. 옥상은 잠겨 있었고, 아파트촌의 1층 아스팔트 보도 위로 나갔습니다. 그 흔한 나침반도 없이. 

가로등불 아래 놓인 인간의 육안으로, 잠시 기다렸습니다. 결국 볼 수는 없었습니다. 희망의 포획은 그렇게 실패. 

그 때문일까요. 전 그저 평범한 99학번으로 새내기 시절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점수요? 평소 제 것보다 조금 더 높더군요. 그야말로 일궜던 만큼의 수확량에 약간의 보너스를 얹은 댓가였습니다. 뭐 그래도 그만하면 본전은 건졌군요. 

본전치기. 그래요. 또다른 곳에서도 본전은 적절한 표현입니다. 비록 소원은 빌지 못했지만 그 짧았던 순간은 사진 한장처럼 기억속에 남았습니다. 여러 잡동사니 기억파편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추억.     

자랑할만하죠. 우리 98년 수능세대, 99학번 세대는 그 어떤 세대 못지않게 낭만적인 축포가 터졌던 수능날을 기억하게 됐습니다. 그간 잊고 있었지만, 이렇듯 간간이 떠오릅니다. 

혹시 같은날, 시험을 쳤던 동갑내기가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기억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그것을 보셨는지. 소원을 빌었는지. 지금 앉은 그 자리는 그 소원의 선물인지. 혹은 보지 못했지만 보려고 했었는지. 그리고 지금 기억이 떠오르는지.

그건 그렇고. 사연 올린 게시판을 보니 정말로 어느 분이 본인 글에 답글 달기를 '우리 10학번은 신종플루로 기억할거 같네요'라고... 역시.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니까. 뭐 이렇게, 11년전 수능날의 유성을 놓치고 만 기자나부랭이는 다 잠들었을 새벽에 옛 기억을 씹을거리 삼아 글을 끄적이며 먹고 살고 있습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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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근택


[바의 칵테일] 11. 커피X보드카, 어른할 맛 나네! 블랙 러시안



일찌기 어린이였을 때, 어른이 되기는 그리도 거부하면서도 그들을 부러워 하던 것들이 꽤 있다. ...뭐? 여자? 당신 뭐야. 아하하하. 그렇다고 옆에서 남자! 라고 장단 안 맞춰 줘도 돼.

술, 담배, 커피. 이 세가지 기호품은 부러운 어른의 대표적인 상징. 하나 더 꼽으라면 자동차 정도?

자. 멋진 그림 하나를 생각해보자. 브래드피트 닮은 멋진 총각이 바에 들어와 위스키 언더락을 한잔 주문하고, 담배를 꼬나물었다. 중학 시절엔 꽤나 선망했을 그림 아닌가. 하지만 여기에 커피가 들어설 자린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수잔 서랜든 닮은 멋진 여성이 카페에서 아침 식사 후 모닝 커피를 마시다 이내 담배를 문다. 짤랑이는 라이터 뚜껑 소리... 하지만 여기에 맥주잔 한잔을 더 올려놓기엔 무리가 있지. 똑같이 음료군에 속하기에 이 둘을 한번에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데, 이 어른스러운 풍미의 두가지 음료를 한 잔에 담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 믹스의 미학을 보여주는 칵테일이 정답이요, 이 중에서도 블랙러시안이 있었다. 도수 높기로 유명한 보드카와 커피 리큐르 깔루아의 이단 콤보 말이다.

블랙러시안엔 KGB에 항거하는 러시아인의 정신이 담겨있다고도, 또 공산주의자를 비웃는 한잔의 의미가 담겨있다고도 한다. 글쎄요, 하지만 확실한건 러시아의 상징술인 보드카에 커피술인 깔루아를 섞어 검은 색을 만들었다는 단순한 면에 있어서도 이 네이밍센스는 무난한 초이스란거.

그러고 보니 깔루아가 들어간 유명 칵테일엔 깔루아 밀크가 있었지. 뜻밖에도 모처럼 찾아온 이 손님에게 바텐더는 서비스 한 잔을 내놓았다. 바 BM의 오리지널 특제 'BM VER. 깔루아밀크'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 글에서 소개한다.

     


심봤다. 이런 황홀한 서비스를 받을 줄이야. 덕분에 두 '커피술'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겉으로 그냥봐선 그 동질성을 모를 수 있는데, '커피...'하고 한마디 흘리면 곧바로 '아아'할 수 밖에. 한 잔은 원두커피같고, 한잔은 카페모카 같지 않은가.

...오늘 꺼낼 리뷰평은 다 꺼냈다. 진짜로 이 두잔의 맛은 그와 같은 차이를 보인다. 커피원액을 알콜도수로 바꿔 생각한다면 말이지. 깔루아밀크는 마침 바로 지난번 연재에서 다룬 바 있다. 그리고 이 BM 수석 바텐더의 오리지널 깔루아밀크 평은 다음번 글에서 다루도록 하고, 일단 여기선 블랙러시안의 리뷰평이다.

난생 처음 맛보는 블랙러시안은 매우 독하다. 칵테일에 쓰인 보드카를 맛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보드카는 소주와 비슷한 느낌이다. 술에 약한 나로선 입안이 얼얼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강하다. 색도 무색투명... 그러고보니 실제로도 두 술 모두 화학주란 특성이 있구나.

내가 느낀 보드카의 강점은 뒤끝없다는 것. 소주보다 도수는 높으면서 깔끔하긴 비할 수 없다. 칵테일 리큐르로 사랑받을 법 하다니까. 그 보드카의 본래 맛과 강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그럴 수 밖에. 블랙러시안은 깔루아와 보드카, 그리고 얼음. 딱 이것만으로 이뤄진 언더락 한 잔이니까.

그 보드카를 깔루아의 달콤한 향이 채색했다. 심플해서 리뷰하기 딱 좋다. 커피의 풍미가 보드카 한잔에 녹아들어간 멋진 음료. 검붉은 그 색도 아름다워서 감상하기 괜찮다. 다만 언더락잔에 절반만 담겨 나오는 것이 '질보단 양이다' 주의자에겐 첫 인상에서 감점요인일 수도 있겠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마셔보니 그 감점은 충분히 상쇄됐다. 잔을 비울 때 쯤이면 '입에 착착 붙는다'는 감흥이 전해져 온다.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것은, 향 좋은 커피 한잔의 심취를 동시에 맛볼수 있어서다. 커피와 술 양쪽을 한 손에 잡고 싶다면 블랙러시안의 언더락 한잔을 집어보도록.

단, 조심하라. 한 잔만 마셔도 술이 약한 사람에겐 취하기 충분하니까. 팬들은 몇잔씩도 마신다는데 그건 주당들의 저쪽 세상 이야기고. 

     


블랙러시안 (깔루아 + 보드카)

신촌 바 BM

언더락 스타일

가격 6000원

촌평 진한 술에 진한 커피를 담으면 이렇게 된다 커피를 맛보던 술을 맛보던 그건 당신의 선택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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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근택


[오아시스]매일 밤잠 안자던 나, 강백호가 됐어요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아놔.

뜬금도 없어라. 왜 여기서 그 친구가 생각나는 거지.

 
65. 매일 밤잠 안자다 보면 언어도 헷갈리는 강백호가 돼요...


...한달? 아니 좀 더 시간이 오래된 거 같은데.

며칠째 라이프 사이클이 고장난 채 지내고 있습니다. 부엉이도 이런 맘으로 살까요.

밤에 잠을 안 자고 삽니다. 그렇다고 진짜 잠을 아예 안 잔다는 건 아니고... 해가 뜨면 그제사 자죠.
한동안 불규칙하게 생활한 탓도 있고.

그리고 이것이 지난달부터는 청소년축구대회로 공식화(?)됐습니다. 경기가 그나마 이르면 밤 11시 킥오프, 1시쯤 종료되지만 대개는 새벽 1시, 심지어는 3시. 한국경기의 경우 카메룬전 1시, 독일전 11시, 파라과이와의 16강전이 3시였죠. 한국팀이 선전끝에 8강전까지 진출하면서 매번 챙겨보다 보니.

지난 브라질과 가나의 결승전은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아침 6시에 끝나더군요. 결국 SBS는 그날 방송종료 없이 그대로 아침 생방송으로 이어지며 24시간 채널이 됐죠. 하긴 그전엔 5시에 끝나고 방송종료 타임 들어가길래 그 1시간의 공백이 갖는 의미에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그래도 꼴닥 새고만 사는게 아니라 낮에 충전할 거 다하니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그건 아닌가봐요. 완전히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면 모를까, 결국엔 양지를 지향하는 보통 사람인지라.

그럼 날밤 새는것이 무슨 문제를 만드느냐. 아니, 밤낮을 거꾸로 산다는게 정확한 말이겠습니다.

첫째. 송곳니가 길어진다는 거.

농담이고. 헌데 가끔은 정말로 이러다 뱀파이어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요새 일본 애니메이션 보면 뱀파이어가 대구경 권총 들고 윤발이 형님 포스로 날라다니던데. (예 - 헬싱의 아카드)

글자를 잘못 읽더군요. 그 예로, 어제 다음 메인에 사진까지 걸려 사는이야기 섹션을 장식한 휴지심 글(http://v.daum.net/link/4480785) 중, 처음에 댓글을 달아준 몇몇 내방객 여러분의 블로그를 답사차 들러서 벌어진 일을 풀어볼까 합니다.

사실 이 분들은 메인에 걸리기 전날, 그냥 포토 베스트로 걸려 있을 때... 아니, 시간상으로는 그 전에 우연히 찾아와 주신 분들 내지 이웃이십니다. 로그인 후 운영하는 블로그에다 링크를 거신 분들로, 댓글에 오른 성함을 클릭하니 곧장 떠오르는 메인페이지의 연속. 그리고, 홀로 삽질의 연속이었습니다.

때는 토요일 오전. 밤을 지새우고 눈이 매콤하던 때였죠.

우선 앞산꼭지 님. (http://apsan.tistory.com/entry/가을은-대추와-함께-익어간다-경산-대추-그-수확의-현장에서)



왜 난 '경산 호두'로 읽었던 거죠.

경산 호두... 경산 호두과자... 경산휴게소 호두과자... 경산 휴게소는 호두보단 청어구이가 괜찮았어...

아냐. 그럴리가 없지. 맞아. 난 '천안'을 '경산'으로 잘못 읽었던 게야... 하며 여전히 삽질.

이게 아닌데, '대추와 호두가 문제인게야' 하면서도 순간 머리 속 링크는 '천안 호두과자' 키워드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난 무척 배가 고팠음을 느꼈습니다. 졸립다고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게 아니라 도리어 제어장치 없이 엉뚱한 곳으로 마냥 폭주하더군요.

그 다음이 저녁노을 님. '고요한산사의풍경소리'를 운영중이시죠.(http://heysukim114.tistory.com/769)




집나간 노모를 찾기 위한 대소동.
글은 제대로 읽었네요.

뭐, 메이저리거 노모 히데오가 집을 나갔어?

...하며 3초간 헤맸습니다.

이 양반이요.




집 나갈 리가 없잖아요. 그 노모가 아니라 저 노모예요.

혼미한 머리를 들고서도, 문제가 상당히 심각함을 느끼면서 다음 코스로 이동. 이번엔 김윤희 님의 땀과여유(http://blog.daum.net/okyhok)




네. 10분만에 '폭발'하는 조기.

뭐지... '콰앙' 하고 스쳐간 그 효과음은.

죄송해요. 열심히 요리하셨을텐데 난 저기서 뭔가... 으음... 전자레인지에 들어갔다가 퍼억하고... 무시무시한 것을 연상해 버렸어요. 아아 이게 뭐야...무서워. 와들와들.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첫화를 보면 그런 장면이 있죠. 강백호가 소연이를 만나기 직전, 50번째로 차이고서 극도로 감정이 혼란스러웠을때. 그 50번째 대상이 '난 바스켓맨이 좋아'라고 꺼낸 말을 되뇌이며 교실에 앉아있다가 엉뚱한 짓거리로 독자들을 웃겨주죠. 바스켓에 돌아버렸을 때의 일입니다.



출처 다음 영화 홈페이지 슬램덩크 -  http://movie.daum.net/tv/detail/main.do?tvProgramId=51585



학생 1 - 비스켓 혼자 먹기냐?

백호 - 뭐 바스켓?

뻐억 하고 날아가는 박치기. 희생자 1명.

학생 2 - 너 다이어트하는게 좋지 않겠냐?

백호 - 뭐 바스켓하는게 좋잖겠냐고?

빠악. 희생자 2명.

학생 3 - 어제 바그다드의 도적이란 비디오를 봤는데...

백호 - 바스켓의 도적? (원판은 바그다드카페인가 본데 SBS판에선 바그다드의 도적이었죠)

빠각. 아줌마 여기 희생자 한명 추가요. 3명.

나중에 소연이가 등 뒤에서 "농구 좋아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말인데, 만일 한발 늦는 바람에 그대로 박치기가 적중했다면 슬램덩크는 거기서 완결이었을테죠. 휴. 다행이다.

이 친구야 뭐... 감정의 혼란으로 그렇게 된 거고 난 졸음의 혼란으로 그런거지만. 
뭐 그렇게. 졸지에 강백호가 됐습니다.

자아.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강백호가 되고 싶지 않으시다면 밤에 주무시고 낮엔 졸지 말아주세요. 이런다고 키가 큰다던지 풋내기슛을 잘한다던지 하는 일은 없으니까.

그건 그렇고.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새벽 4시 5분이구나. 오늘도 잠은 다 잤다.

하하하하. 이것은 좋은 조임이다... 아니. 좋은 졸림이다. 불면증 따윈 잊고 모두들 푹 주무세요.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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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심, 왜 버려요? 난 이렇게 쓴다!  


 
휴지심, 비누포장지의 훌륭한 최후(?)에 경의를 표하며

홀로 사는 총각집네 욕실이 궁금해?

누가 궁금해하겠냐마는 "아니, 싫어" 하면 이야기 진행이 안 되는고로. '예스'를 전제하며 출발.

     
 


간만에 아들 집에 오신 어머니, 욕실을 보더니 "이거 왜 안 버리고 모아놨어"라 묻는다. 불초자식은 말한다.

"버리지 마요. 얼마나 요긴하게 쓰는데"

인류 4대 발명품 중 하나인 종이. ...중국 4대 발명품인가?

허나 그 종이 중에서도 특히나 생활적 측면에 있어 고마운 것이 바로, 뭐? 창호지나 화선지라 답한다면 갓쓴 선비실거고. 마분지나 도화지라 하면 아이쿠야, 초등학생님이 방문해 주신거여요? 준비물 챙기시던 상황이면 내일이 놀토는 아닌가봐요.

티슈? 아가씨가 답할 때는 에티켓 센스지만 총각이 답할 때는 본의아닌 의혹의 눈초리가...

휴지 말야 휴지. 여기서의 답은 휴지로다. 그 엄청난 실용성! 종이는 인류의 지식을 기록하는 데만 혁혁한 공로를 세운 것이 아니란 말이다. 오죽하면 집들이 선물 1호가 바로 술술 풀리는 휴지겠는가.

그런데 휴지 한 두루마기를 다 쓰면 꼭 남는 것이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이 바로 그것, 두루마기를 지탱하던 휴지심이다.

자기 역할을 다 한 뒤의 휴지심에게 남은 용도란? 첫째, 몇 개 소비했나 세는 데 용이하다. 마치 냉면가게에서 그날 소비하고 쌓인 달걀판을 보며 몇그릇 팔았나 세듯 말이다. 그럼 또 하나는 뭐냐고? 그게... 아, 잠깐. 또 하나 물어보신다.

"근데 저건 왜 안 버렸어?"

"저것도 쓸데가 있어요."

     


이번엔 비누 포장지. 역시나, 그냥 버려야만 하는 물건은 아니다. 휴지심에 비누포장지. 대체 이것들 깔끔하고 엣지있게 버리질 않고 너저분하게 남겨둔 이유가 뭘까?

설명 들어간다. 재생종이로 만들어진 이 또 하나의 종이물품, 이들에겐 그냥 버려지기 아까운 능력이 있다. 신문지를 찢어다가 물에 적셔 유리창을 닦는다던지 바닥 청소에 쓰는 지혜는 알고 있을 터, 하지만 이들을 쓰는 건 산전수전 다 겪은 주부들에게도 아직 익숙치 않은 모양인데. 이 친구들에게도 청소에 매우 유용한 재주가 있는 걸 혹 당신은 알고 있는가.

     


 


보시다시피 습기 차고 얼룩지기 쉬운 욕실 세면대나 구석구석을 닦아내는데 본인, 매우 유효하게 쓴다. 꺼끌꺼끌한 감촉이 조금 있으면 매끈매끈하게 느껴지는데 이게 과연 물에 젖어 흐물해진 휴지심 때문만일까. 천만에. 잠시 후 닦아낸 델 만져보면 '뽀드득'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제도, 거품 낼 비누도 필요없다. 충분히 적실 약간의 물만 있으면 된다. 쓰다 필요하면 다시 살짝 적시고, 또 적시고... 딱 그 정도면 된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이 역시 쌓이다 보면 훌륭한 절약이다. 이렇게 한동안 닦다 보면 휴지심은 말그대로 분골쇄신, 뜯겨져 나가기 시작한다. 훌륭한 최후를 맞이한 휴지심에게 경의를 표하며 물기를 쫙 빼면 어느샌가 부피도 몰라보게 줄어들어 버리는데 한결 편리하다. 일석이조.

비누 포장지도 마찬가지. 좌악 뜯어 안쪽 재생면을 갖대댄 채 평면으로 닦아내도, 그냥 우그러뜨려 인쇄면을 그대로 우격다짐식으로 닦아내도 그건 쓰는 사람 맘이다. 상황맞춰 적절하게 쓰면 역시나 휴지심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손 볼 곳이 어디 세면대 뿐이겠는가. 마지막으로 거울도 한번 싸악 훑어주시라. 이미 흐물흐물해진 이 친구들, 유리 겉면에 미끄러지는데 부드럽기도 하지. 거울에 물 한 번 뿌려주고 시작하면 더 좋다. 마지막 물기를 걷어내는데 있어 다소 난이도가 높긴 하지만 경험하다 보면 노하우는 반드시 축적되기 마련.

처음엔 한번 닦아내는데도 소비량이 꽤 많아서, 어지간히 오래도록 많이 모아두지 않는 이상은 시전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도 요령, 하다보면 한 두 개 정도로 세면대와 유리 정도는 가뿐히 커버할 수 있다.

생필품을 사서 쓰다 보면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 덤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유통과정에서, 혹은 모양새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들. 무심코 그냥 버려지는 그 자잘한 것들도 한데 모이면 그 양이 꽤나 골치아프다.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소비품의 말로. 그러나, 마지막에 이를 한번 더 사용할 수 없을까 궁리하다 보면 뜻밖의 길을 찾게 된다. 이들의 가치를 높이고 더불어 다른 소비재나 환경자원을 아끼는데 도울 수 있다면 그게 곧 생활 속에서 실천할 친환경, 절약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재활용으로 쓰레기에 또 하나의 생명을 불어넣어준다"는 거창한 말, 마음만 먹으면 하나도 어렵지가 않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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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편집장 장가가던 날...요새 결혼식 풍경 이래요?
광주북성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말이다.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말이다.
시키는대로 다 하는 법이다. 그 근거로 먼저, 동영상부터 하나 보시겠다.




...아마도.
장가 가면 너무 좋아서 그렇게 되는가봐. 여기는 신성한 결혼식장.

그래도.
신랑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장가 가면 너무 좋아서 그런가벼. 잘은 모르겠다만 그런가 하고 이해하자. 뭐, 뒤에 애들도 만만찮게 대담하네.

여기는 신성한 결혼식장. 밑도끝도 없이 시작한 바, 지금부터 상황설명 들어간다.




축하단신. 인터넷신문 뉴스보이의 박승욱 편집장이 10일 광주 금호 웨딩의전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부는 선생님. 광주북성중학 한문 교사로 재직중인 전명희 씨와 결혼에 골인한 것.

오프라인 신문지면이라면 저 정도로 소식란에 철하고 끝이지만, 여긴 다행히도 지면한정 그런거 없는 오메가알파의 인터넷 신문이고,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해서 좀 더 생생한 현장취재를 담는다. 

경사의 날, 신랑은 웃고 신부는 운다. 그거슨 진리. 우리 신랑을 보라. 뭐... 맞절 하는 순간엔 그래도 표정관리가 되는데... 아직까진 변신 전.




변신 후. 참고로 감정의 완전개방 상태인 저 모습의 시간이 변신 전보다 매우 길었다는 거. 이렇다 보니 사회자가 시키는대로, 또 난입한 이벤트 진행자가 시키는대로 춤도 추고, 몸빼바지도 입고 할 거 다 했다.

여기는 신성한 결혼식장인거다.

신랑 신부 아버지들, 좀 말려들 주십...




...만세삼창 시킨다고 다 하시는 거임? 역시나, 핏줄은 위대한 닮은꼴의 기록이다.
어쨌든, 나중에 손자손녀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하나 늘었다.

그건 그렇고. 신부님이 선생님이니까 교복입은 학생들이 왜 저기에서 함께 춤을 췄는지는 대충 짐작하셨을거다. 실은 저 아이들, 브라운아이들걸스 공연에 앞서 축하 공연도 했는데.




얘네들은 뭐지?
북성중학교는 남녀공학이다. 여학생들만 온 건 아니란 말씀. 아까 브아걸 공연에선 시각공해를 자제하고자 올라서지 않았을 뿐. 잠시 후 이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남녀평등의 시대답게, 신랑측과 신부측이 모두 축가 부를 주자를 번갈아 내세웠는데 역시나 동영상으로 잠깐 담아봤다. 먼저 신랑 측이 내세운 학교 후배.





그리고, 신부 측 차례다. 미리 말하지만 하모니 절묘하다고 웃지 마라.

진짜로.

이런건 마음이 우선인거다.





웃지 말라니깐.

아아. 여기는 신성한 결혼식장.




남자애들한테 물어봤다.

"솔직히 신랑이 아깝냐, 신부가 아깝냐?"

"당연히 선생님이 아깝죠."

애들은 솔직해서 좋다. 아니지. 요새 애들은 처신이 매우 뛰어난 거다.

하모니가 뭐 중요한가. 직업이 선생님이 아니라면, 다른 이들은 가질 수 없었던 소중한 기념 사진 한장이 남았다. 플랜카드에 담긴 정성이 눈물겹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던 결혼식이지만, 그래도 순간 순간 신부의 얼굴엔 눈물이 어린다. 같은 감정을 공유하더라도 신랑은 입이 좋아서 찢어지고, 신부는 눈물을 삼키는 결혼식 풍경, 그거슨 이 세상의 진리.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추신 -  얘들아?




너네덜 식당에서 같이 밥 먹었잖어.

요새 애들은 역시 처신이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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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 양동 | 웨딩의전당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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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10. 인생의 시계바퀴를 그대로 재현한 깔루아밀크

     

  

BM바의 바텐더는 내게 몇 차례 '깔루아밀크'를 추천했었다. 도수 높은 술을 못하는 자신이 즐겨 마신다고 하던 메뉴. 커피 맛과 우유 맛의 앙상블이라고.

언제 한번 마셔봐야지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원정시음을 하게 됐다. 연재 후 BM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첫 칵테일이다.


인사동 맥주창고에서 맥주는 마다하고 칵테일 주문

     
 


맥주창고. 이름에서 보듯 여긴 '바'가 아니라 맥주 전문점. 보시다시피 세계 병맥주가 즐비하다. 같이 간 사람들이 좌라락 맥주를 주문할 때 홀로 칵테일을 주문하니 같이 있던 사람이 "몇 살이예요?"라 묻는다. 과거엔 이를 "노땅같다"고 해석했을 텐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보시다시피 분위기는 맥주 매니아들을 열광시킬만 하다. 이 곳은 다음 기회에 소개한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맥주가게에서 칵테일을 주문했다는 거다. 냉면전문점에서 만두를 주문하곤 그걸로 만족하는것과 같은 이친데... 괜찮을까?

 

깔루아밀크, 부드러운 밀크 아래 침전된 알콜의 내방... '화려한 방문'

이름에서 너무나 정직하게 레시피를 밝히는 칵테일이다. 깔루아 플러스 밀크. 이보다 더 확연한게 어디있는가. "블랙러시안? 어떤 역사적 의미지?"라던가 "갓파더? 왜?" 하며 작명에서 다른 외적 배경을 살필 이유가 없는 칵테일 되겠다.

깔루아는 생소할 수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커피로 만든 술. 일명 커피술로, 커피 리큐르라는군. 호오? 이거 대단한데. 커피에 위스키 타 마시는 아이리쉬의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 듣는다.

그리고 우유. 이 쯤 하니... 아 감 잡았다 하는 분들 틀림없이 있을 터. 커피우유 맛 아니냐는 물음.

실은 그렇습니다.(뭐 임마)

리큐르...라곤 하는데 정말 BM의 바텐더 말대로 도수가 엄청 낮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못 느낄 지경이라 영락없는 커피우유다. 진한 커피우유 말이다.

맛이 어떻냐고 묻길래 "커피우유"라고 했더니 "왜 마셔?"라 묻는다. 6천원짜리 고급 커피우유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돈이 아깝냐?(커피우유는 그 비싼 빙그레제 아XXXX도 1500원이면 편의점서 산다) 그렇진 않다. 분명 술기운은 느껴지지 않지만 그 맛은 살아있걸랑.

무슨 얘기냐. 커피 아이리쉬를 마시면 취하는 느낌은 없어도 위스키 특유의 향긋하고 화하는 느낌이 살아있지? 여기에도 그 고풍스럽고 진하고 '찐득한' 느낌이 살아있다. 단, 차이점이라면 저 위스키 탄 커피의 술기운이 '나 알콜이예요'하듯 위에 떠 있다면... 이 술은 정반대. 거꾸로 아래에 침전되어 우유의 부드러운 느낌 뒤를 따라서 천천히 음미하게 된다. 실제로 눈에 보이기에도 위엔 하얀 거품 우유가, 아래엔 진한 커피빛이 감돈다. 위로 치켜올려 바닥을 보면 침전물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순하기로는 이 쪽이 한 수 위다. 그러나 역시, 술은 술인지라 마시다 보면 취하기 시작한다는 거 잊지 말도록. 벌컥벌컥 마실 음료는 아니란 게다. 어느덧 천천히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취기가 황홀하다.

    


 
  보이는 대로 순하지만서도. 얘도 술이예요.  
 


1개월 후 다시 느끼는 그 감각은?

실은 깔루아밀크를 마신 뒤 한달도 넘어 이 글을 쓴다. 이래저래 하다보니 연재 자체가 밀려 버린 것. 덕분에 한달이란 긴 시간이 지난 뒤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다시 마시고 싶은지 여부는 더욱 확실히 알릴 수 있게 됐다.

마시고 싶다. 다시 한 번... 이란 게 내 대답. 더운 여름에 갈증을 식히고자 마셨던 그 때와 달리, 이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또다른 정취로 이를 음미할 수 있기에 기대된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인생 재현한 칵테일

앞서 밝혔듯 이 칵테일은 첫맛에서 우유의 순수함을, 끝맛에서 리큐르의 진함을 느끼게 한다. 처음엔 우유, 후엔 술... 마시는 사람은 일순간 어린아이가 됐다가, 또 어른이 되길 반복한다. 한 모금 한 모금 넘길 때마다 말이다.

인생의 시계바퀴를 한 잔에 그대로 재현한 칵테일이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 과거와 현재 내지 미래를 넘나들게 하는 맛이 있을까. 알고보니 꽤 철학적인 칵테일이다. 이제 당신에게 남은 과제는 하나. 그 사이에 펼쳐지는 과도기의 영역을 찰나에 맛볼 수 있느냐는 거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어린이와 어른의 벽을 넘나들어보고싶다면 이 술, 강추다.

 

깔루아밀크 (깔루아 + 밀크의 앙상블)

인사동 맥주창고

가격 6천원

촌평 - 확실한 우유맛, 확실한 어른의 맛, 그런데 그 사이에 끼워진 미지의 맛과 향은 누규?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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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가을 풀벌레 소리를 찾아 헤매다


서울 한 복판의 새벽 2시를 훌쩍 넘긴 밤. 불면증에 시달리다 베란다 문을 열었다. 이젠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때, 갑자기 귀에 젖어오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인가? 아님 다른 풀벌레 소리?




"......"

주섬주섬 옷을 입고, 동영상기능이 탑재된 하이엔드 카메라를 들고 정처없이 밖으로 나갔다. 가을 풀벌레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정문을 나서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풀벌레들의 합주 소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실은 아주 가까운 곳에 진원지가 있음을 함께 느꼈다. 

가을이 오는 소리. 과연 마에스트로는 어디에 있는가. 거리를 걷다 소리가 멀어지는 걸 느끼고 멈칫. 방향을 바꿔 돌다보니, 아하. 여기인가. 점차 가까워지는 음색.





이 안에 마에스트로가 있다


인기척에 잠시 소리를 거뒀다가도, 곧장 속개되는 연주. 괜시리 미안한 마음을 안고서 자리를 뜨게 만든다.

물론 이 상권지역 안에 숲이 있을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이 작은 생명체들은 시멘트 바닥 위에 놓인... 그저 한뼘만한 녹색지대만 있어도 연주에 문제가 없나 보다. 흙과 풀과 작은 화분만 있어도 그 곳에선 어김없이 그들의 '목소리'가 악기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저기서 번져가는 하모니, 절묘한 앙상블. 서울 밤하늘 아래에서 뜻하지 않게 찾아온 낭만이다.

좀 더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는 어디에 있을까. 가까운 놀이터를 찾아 몇 발자욱 걸어봤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가을이 왔음을 축하라도 하듯 멋지고 웅장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커다란 나무 곁으로 다가가면 보다 볼륨이 커진다. 아스팔트 위 작은 녹지공간의 한 구석에서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그것은, 무미건조했던 도시민을 한순간 센티멘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름하야, '가을이 오는 소리'다.

놀이터만은 아니다. 반대편 작은 잡초뜰 뒤에서도, 공사장 한 켠의 귀퉁이에서도, 쓰레기봉투가 쌓인 골목 뒤편에서도 저마다의 파트가 나뉘어져 훌륭한 서라운드를 연출하고 있다.

청량한 기분을 얻고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온다. 이제 여름이 가는가 했던 순간, 어느덧 우리 곁엔 가을이 성큼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있다. 그저, 지금껏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내가 너무 무신경했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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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도 저도 소주 '처음처럼 쿨' 마셔보니... 
캬~ 소리 안 나오더라 

제목과 부제목만으로 할 말이 다 나오는 기사를 다 써본다. 솔직히 말해 저기다 괄호 열고 '내용없음' 내지 '냉무'라 써도 트위터 기사(?)감은 될 법하다.
     
 

    
 
현재 16.8도의 저도 소주 출시가 화제에 올라 있다. 롯데주류가 전개하는 '처음처럼'의 새 라인, '처음처럼 쿨'이 그 주인공. 그런데 사실 나는 가장 빨리 이 술을 입수한 사람 중 하나다.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처음처럼 쿨'의 신제품 발표회장에 불청객 두 사람이 떳다. 하나가 미디어몽구 님이고 또 하나가 이 소식을 그에게서 접수한 나다.

보기 좋게 입장을 거부당했다. 초청 받은 프로 기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던 것. (어째 정장에 노트북으로 완전무장한 선배님들만 눈에 띈다 했다 - 그게 아니라 엘리트들의 무리 속에서 레지스탕스같은 우리 둘만 유독 튀어보였던 것일지도)

여차저차 해서 잠시 현장을 스케치할 시간만 허락받는 선으로 입장이 가능해졌다. 서울을 시작으로 차츰 판매무대를 전국구로 넓혀간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급하게나마 몇 컷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갈 때, 시연품이 주어졌다. 불청객에게도 이를 챙겨 주신 담당자 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헌데 말이다.

재밌는건 몽구 님이나 나나, 소주를 못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 재밌는건 몽구 님이 먼저 리뷰 선방을 날렸다. 그리고 이번엔 내 차례다. 컨셉은 "고기 못 먹는 놈이 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로, 둘 모두 동일하다.

솔직히 말하는데, 지금껏 식성 가리지 않고 공연 영화에서 IT에 이르기까지 잡식성 리뷰를 써냈던 내게 가장 힘들었던 리뷰다. 리뷰에 사용된 술은 불과 2잔. 그것도 한잔씩, 이틀에 나눠 진행한 리뷰다. 나머진 마개를 꼭 조여 냉장 보관 중.

다시 말하는데, 나는 술과 담배하고 사이가 좀 많이 나쁘다. 배우고 싶었는데 얘네들이 날 마다한다. 한마디로 맛없어 못 피우고 못 마신다고 할까.

그나마 술은 요새 와인에다 칵테일 리뷰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 헌데 보시다시피 이 쪽 라인은 죄다 '양술'이다. 맥주는 그나마 가끔 마시는데, 한국 서민들의 수십년지기 친구 소주는 여전히 버겁다.

각설하고. 이렇듯 소주 한잔 조차 치사량으로 여기는 사람이, 그래도 과거에 순전히 '타의'로 마셔봤던 기존 제품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번 신제품의 차이를 파헤쳐 봤다.

일단, 이번 제품의 차별화된 사실을 먼저 소개한다. '쿨'이란 타이틀에서 보듯 젊은 20대를 타겟으로 한 시원하게 잘 넘어가는 신세대 소주를 표방한다. 올리고당으로 단 맛을 냈고 소주 중 가장 낮은 16.8도의 저도를 강조한다. 말 그대로 '술술' 잘 넘어가는 '알콜음료'의 성향에 중점을 둔 셈이다.
     
   


자. 그럼, 다른 걸 다 제쳐두고 마셔본 개인적 소견을 공개한다. 우선, 가장 궁극적인 결론은 이거다.

"20도나 16도나, 독해서 못 먹겄다."

저도니 고도니 할 거 없이 소주는 어쨌거나 소주올시다. 내게 있어선 입에 잠시 담고 있으려니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지는 고도의 술이다. 못 마시는 놈한텐 이 놈이고 저 놈이고 간에 독한 소주란 말씀. 소주에 대한 내공과 저항력이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이 중 행여나 이를 초심자용 코스로 사용하고자 했다면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일단 난이도는 하향조정됐을지 모르나 가시밭길임은 여전하오."

그래도 역시나, 다른 소주에 비해 '선선한 맛'임엔 틀림이 없다. 사실 어떤 소주나 할 거 없이 입에 한 모금을 머금으면 혀 뿌리로 갖다대지 않는 이상 첫 느낌은 '살짝 달콤한 물'과도 같다...는게 나만의 표현법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그 싱겁고 시원한 특성이 한층 강하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알콜향이 점차 입안에 감돌기 시작하고, 술방울은 혀를 타고 올라가며 목구멍을 넘기 시작해 단지 쓴지 모를 고행길이 열린다. 그리고 드디어 소주의 타들어가는 향연이 시작된다. 일단 술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이 술도 소주다운 독기를 품고 있기는 마찬가지.

소주는 첫맛이 매우 달달한 술이다. 처음처럼 쿨도 대동소이하다. 다만, 그래도 올리고당을 사용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듯, 조금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를테면, 과거의 것이 박하향 껌이라 했을시, 이번 것은 자일리톨 껌이랄까. 도수가 낮아진 것처럼 당도도 많이 줄었다.

그래도 역시나, 기존 소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거다.

"소주 들이키고 '크아~'하는 괴물 소리를 이제부턴 안 내도 돼요."

사실이다. 소주를 잘 못하는 나지만, 그래서 한 잔을 목에 털어놓고 '캬아'하는 소리를 낼 일조차 없었던 나지만, 만일 그러했다면 아마도 '캬아'가 아니라 '끄어억'하며 눈이 돌아갔을 것이 자명할 터. 허나 이 술은 용기를 내어 조금씩이나마 목을 축여보니 굳이 저런 타들어가는 신음(?)을 안 내도 좋은 술이라고 느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부러 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은 '캬'하는 소리가 안 나오는 소주다. 이건 마침 몽구님도 리뷰를 통해 동감하고 있더라.

자아, 우린 여기서 어렵지 않게 이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호불호가 매우 극명하게 갈릴 소주라는 것을. 만일 당신이 '소주란 '크아'하는 소리를 내야 제 맛이다'를 주장하는 이라면 처음처럼 쿨은 소주도 술도 아닌 이단의 것이다.

그러나 평소 때 '난 저런 소리 내고 싶지 않아, 난 엘레강트하게 침묵 속에서 홀짝이고 싶어'라 생각했던 그대라면 드디어 당신의 시대가 왔다고 꽹과리를 울려도 좋다.

     


       
추천과 비추천의 상대도 덕분에 쉽게 나뉜다. 우선 이 제품의 코어타겟은 광고에서도 보듯 20대의 젊은이들인데, 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현재 와인, 칵테일 등 새로운 장르에 점차 빼앗기고 있는 젊은 주류 소비층을 다시 소주로 끌어당기기 위한 전략이란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대학 동아리모임이나 축제에서 한창 술맛을 알아가고는 있지만, 아직 소주의 강도에 익숙치 않은 라이트 유저의 훈련자 코스를 열었다는 것.

전자의 경우, 양 쪽 모두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면 한번 쯤 흥미를 가져볼 사안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다만, 만일 당신이 암만 20대의 젊은이라고 한들 이미 헤비급 유저라면 더 이상 연령은 무의미하다.

대학 때 그런 선배들이 있었다.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지"라던가, "그래서 맥주는 배가 금방 불러 싫어"라며 소주를 선호하는 선배들이.

이렇듯 중급 레벨 이상의 사람이라면 이 술은 더이상 매력적인 신제품이 아니다. 물론 저도니 고도니 하는 점만 따지며 자기 술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수는 없을 터, 일단은 마셔봐야 결론이 나오겠지만 소주의 도수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만으로도 비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고수들에게 쉽게 권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만일 주량이 센 사람, 취할 때까지 마시려는 사람이 자신의 입맛에 맞아 이 술을 선호한다면, 저도인 만큼 당연히 이전 소주보다 소비량은 늘어날 것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 맥주 소비하듯 소비한다면 뭐...  

마지막으로 하나 궁금한 점이 있다. 파란색 뚜껑 제품이 있는가 하면 붉은색 뚜껑도 있다. 내용물에도 서로 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 아님 그저 디스플레이 용으로 두가지 버전을 출시한 것일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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