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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노무현 전대통령 생가에서 불어오던 바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되돌아봤다. 사라락 하고 스쳐가는 청량한 소리. 노무현 전대통령의 생가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이름모를 높은 나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 2월의 푸른 오후 아래 자그마한 초가는 멋진 감흥을 선사했다. 차가운 공기를 따스히 데워가는 햇살과 바람소리의 이중주. 공감각의 영역은 그렇게 열려간다.



이제사 처음으로 찾은 땅, 바보 노무현이 자라나고 또 묻혀간 그 곳, 김해 봉하마을. 그리고, 여기서 말로만 듣던 그의 생가를 눈에 아로새기는 나. 그 사이에도 바람소리는 끊기지 않는다. 일시의 환청처럼 그렇게 감도는데.

저 너머엔 그가 몸을 던진 부엉이바위가 있다. 그 아래, 얼마 전 복원된 그의 생가가 있다. 구슬프면서도 아름다운 한국적 경치가 고동소리처럼 툭툭 내 마음을 건드린다.




그가 서거했을 때, 줄지어 이어진 추모의 물길 속에 난 동참하지 못했다. 이후 한글로 님이 "권기자, 봉하가남?"하고 문자를 보내왔을 때도 난 속으로 부러워만 했다. 매달 빠듯하게 통장잔고를 붙들어매는 불쌍한 청춘, 표 값조차 허락치 않는 형편이 눈물짓도록 서글펐던 기억. 이제사 이 곳을 찾게 됐다.




내 카메라는 한옥을 좋아하나 보다. 소니 DSC-H50의 칼짜이스 렌즈는 간만에 짜릿한 비취빛과 은은한 황색을 선명히 그려냈다. 지난해 이순신 장군 고택의 그 자태를 보여줄 때도(http://kwon.newsboy.kr/1162) 그랬건만, 한옥이면 기와집이던 초가삼간이던 차별두지 않고 멋지게 담아내는 녀석이다.



하나 하나 그의 자문으로 재현된 모습들. 소박함.

어릴적 어머니께선 초가집이 좋다고 하셨다. 난 기왓장 있는 집이 더 있어 보이지 않냐고 했었지만 이제 보니 초가도 참 괜찮구나 하고 납득해 버렸다.



방문 너머, 아담한 공간이 보인다. 필라멘트 전구, 그리고...




젊다고 해야 할지, 앳되었다고 해야 할지. 백년가약을 맺던 부부의 그 날 사진이 걸려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은 초가지붕의 그늘과 더불어 보는 이의 영혼에다 뜨거운 입김을 뿜는다. 둘럴보면 볼 수록 정감있는 경치가 아니던가. 그가 다시 고향으로의 회귀를 결정한 이유를 조금씩 이해할 것 같았다.



걸어놓은 고추가 익어가는 광경. 그걸 보는 사람의 감성도 붉게 익어간다. 석양이 깔리면 그 땐 차마 다 담지 못할 감흥에 챙 하고 유리잔 깨어지듯 부서질 것만 같은 감성의 잔.

떠날 채비를 독촉하는 시간. 되돌아보니 바람은 또 한번 인사하듯 불어와 내 뺨을 스쳐 간다. 그렇게 잠깐, 좀 더 초가의 상을 눈동자속에 담았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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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근택


2009년 명암과 굴곡의 10대뉴스 - ① 민주주의의 눈물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1.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500만 추모객의 눈물

지난 5월.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이제 곧 역사 속에서 바라볼 2009년의 사건 중에서도 가장 먼저 꺼내볼 것이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한 토요일 아침. 그 때부터 기나긴 충격과 파문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표적수사 논란에 오른 검찰에 "이제 속이 시원하냐"며 맹비난을 퍼부었고, 결국 이 서거정국은 숱한 뒷이야기를 남겼다.

그는 유가족들의 바람에 따라 국민장으로 모셔졌다. 영결식 때도 바람 잘 틈이 없었다. 경복궁 앞에선 가까이 가지 못하는 상황에 추모객들이 분노를 터뜨렸다.




지하철이 끊겼다, 휴대전화도 먹통이다... 슬픔에 찼던 사람들은 숱한 의혹을 꺼내며 추모 열기를 식게 만드려는 정부의 의도가 아니냐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노제가 열린 서울 광화문과 시청라인은 온통 사람들로 가득찼다. (관련글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5484)

노란색 물결, 정말이지 따로 발디딜 공간 조차 허락치 않을만큼 많은 이들이 쏟아져나왔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국민장 7일 기간동안 다녀간 추모객은 전국 500만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이날 노제에서 '여전히 그의 국민들'은 울음소리와 함께 그의 이름을 외쳤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있을 때 뜻을 몰라줘 미안하다고 사죄의 말과 함께. 뒤늦게 그가 걸어온 '바보 노무현'의 실로 바보같던 원칙주의적 행보는 재평가를 받았다.

몇 달 뒤. 지식채널e로 유명한 김진혁 PD는 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우리는 인간 노무현에 미안해 하는 걸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지못미? (웃음) 살아있었을때, 그 진정성을 몰라줬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인 거죠."

 

 

2.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일기에 남겨진 것은...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를 접한 김대중 전 대통령. 급기야 6월엔 남북공동선언  기념 연설 중 이를 언급하는 동시에, 현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띄우기에 이른다. 여기엔 노 전대통령을 잃은 것에 대한 자신의 슬픔과, 나아가 현 정부가 걷는 길이 과거 겪은 독재정부의 그것과 다름 없음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는 급격히 쇠약해졌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호흡기 탈부착으로 횡보 상태를 이어가던 김대중 전 대통령. 결국, 8월에 눈을 감고 만다.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후 불과 석달 만의 일이다.

6일간의 국장으로 치뤄진 그의 장례. 사람들은 "대통령보다 선생님이란 말이 더 친근한 그 분"이라며 추모했다. 8월 23일, 영결식은 국회에서 치뤄진다. 그가 살아 생전 국민의 전당이길 바라던 그 국회에서.

영상 2도의 유리관 안에 잠든 채로 며칠간 추모객들과 만난 그는 그 날 정말로 작별을 고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국회 앞, 미처 장내로 들어가지 못하는 인파들은 전광판으로 이를 지켜봤다. 그리고 여기엔 고인이 생전 기록했던 최근의 일기장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그의 일기장 속엔, 정말 짤막한 일기가 한 줄 들어있었다. 홀로 남은 이희호 여사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한달 뒤. 뉴스위크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조국의 변혁을 일궈낸 지도자, 트랜스포머 11인 중 한사람으로 선정했다. 넬슨 만델라, 마거릿 대처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였다.

한 네티즌은 그의 죽음을 두고 이렇게 애도했다.

"2009년, 두 개의 태양이 졌다."

독재정권 시대의 민주투사 김대중 전 대통령, 가장 민주적인 정부로 평가받는 참여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이렇듯 지난 10년을 이끈 한국의 두 수장이 눈을 감은 2009년에 떨어져 내린 것은, 민주주의의 눈물이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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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근택


"노무현, 당신께 참회하며 책을 바칩니다" 축배의 밤에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16일 서울 서강대학교. 노무현 전대통령의 '진보의 미래'가 출판기념식을 갖는 자리.

"여사님이 들어오십니다"

사람들이 기립박수로 맞이한다. 권양숙 여사가,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한 전 총리가 권 여사에게 물을 건네 준다. 다정해 보이는 두사람.
그러고보니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함께 했었던 두 사람이다. 


 




당시 한 전 총리가 권 여사를 부축했었다. "힘내세요"라던 누군가의 외침 속에서 침울하게 들어서던 그녀, 결국은 오늘도, 잠시후에 눈물을 쏟고 만다.




이 날 행사는 스크린 속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이 육성으로 질문을 하면, 함께 했던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어서서 순서대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야기가 끝나면 노 전대통령도 다시 화면과 목소리로 자신의 답변을 꺼내 보인다.




"버스가 왔을 때, 총칼 들고 들어와 기사고 뭐고 다 밖에 내던져버리고서 버스 몰고 가는거, 그건 공산주의고요, 야 비좁다. 버스에 사람 그만 태워라 우리끼리 가자 하는거, 그게 보수아닙니까. 야 그래도 다 같이 타고 가야지 비좁아도 우리 다 함께 가십시다 기사양반, 김해 손님은 손님도 아이가 하는거, 그게 진보거든요." - 노무현 전 대통령



"지난 10년은, 이례적인 10년이었습니다.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었던 의미있는 10년입니다. 국민의 정부 5년은 외환 위기 극복에 다 보내고, 참여 정부 전반은 카드 문제 해결로 보내고, 후반 되어서야 비로소 구상하던 복지 정책 등을 2030 정책을 통해 펴 볼 수 있었습니다. 2009년 두 분이 서거하셨습니다. 30년 후인 2039년엔 어떤 분이 서거할까요. 그 때도 지금과 같은 그러한 분이 서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해찬 전 총리




"나는 지금, 역사가 아닌 물길 속을 가르는 것 같은 기분이란 말예요" - 노무현 전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님, 당신은 물길 속을 가르셨던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눈을 마주치던 그 국민들과 지금의 국민들은 이미 같은 국민이 아닙니다. 당신은 진정 의미있는 길을 헤쳐나가셨습니다." - 유시민 전 장관



유시민 전 장관은 답변을 마친 뒤 물병을 땄다. 목을 축일 때 그는 메마른 뭔가를 달래는 소년처럼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권양숙 여사가 마이크 앞에 나선다.
예상했던 일이다. 남편의 얼굴과 목소리가 계속해 맴돌던 1시간.
결국, 눈물을 쏟고야 만다.




"불은 새벽이 되어서야 꺼졌습니다. 봄까지 계속됐습니다. 그래도 얼굴은 밝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책은 쓰여졌고 대통령의 마지막 유작이 되었습니다... 아직 못한 말들이 책 바깥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 권양숙 여사


미망인의 눈물이 떨어지자 장내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편 잃은 아내의 이야기는 3분간 지속됐고, 끝났을땐 다시 한번 기립박수가 쏟아진다.

그리고 한명숙 전 총리가 앞에 나선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권 여사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그녀는 담담히 말을 이어간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십니다. 괜찮습니다! 진실은 강합니다. 저는 진실합니다. 그래서 저는 강합니다." - 한명숙 전 총리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킨 노무현의 사람들도 많았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문재인 비서실장 등은 이후 내빈 소개에서야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며 존재를 찾는다.





"조중동이 암만 어떻게 뭐라 그래도 국민들이 셈만 잘 한다면, 정권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노무현 전 대통령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바칩니다. 노무현 전대통령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 당신께, 이 책을 바칩니다." - 나레이션


기념회가 끝나고 식사가 제공될 때. 난 백세주 한 잔을 따라 마셨다. 이젠 나도 어른이니까 술을 마셔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지.

두어잔을 마신 뒤, 새 잔을 따라 그의 앞에 들어보였다. 물론 결국엔 내가 마셨지만, 그에게 권하는 한 잔이었다.

"축배할 밤이 아니던가요"

이건 내 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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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대통령 재산은 빚이 더 많다?!' 네티즌 화제 
"멋에 죽고 멋에 사는 노간지"

 
 
'노무현 전대통령 재산은  빚 뿐이다?!'

서거 후 반년, 노 전대통령의 재산이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것으로 나왔다는 소식이 다시 한번 화제를 낳고 있다. 국세청은 29일 고 노무현 전대통령 상속 재산에 대해 '빚 3억원이 더 많다'고 신고됐다고 밝혔다.

(관련보도 세계일보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02&newsid=20091130103209803&p=segye)

(중앙일보 http://news.nate.com/view/20091201n00770)

노 전대통령 유족은 지난주 국세청에 상속세 신고를 제출했다. 각각 신고된 내역은 자산 13억, 부채 16억이다. 남겨진 재산은 경남 진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와 인근 임야가 거의 전부. 반면 부채는 사저 건축비 충당을 위한 은행 대출 등이었다. 국세청은 6개월 이내에 신고 내용을 확인, 확정 통보를 하게 된다.

관련보도는 각 포털에서 차트에 올라 30일, 1일 양일간 주목을 끌었다. 1일 오전 현재 네이트닷컴에서 중앙일보 관련보도는 실시간 급상승 관심뉴스 6위에 올라 있다.  베플에 오른 김형준 님이 "아방궁이라 거품물던 한나라당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서거 정국을 표적수사의 결과라는 주장을 내비치는 등 댓글란에선 지난 수사 당시 노 전대통령에 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것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박영애 님은 "보고 싶어요 노짱"이라고, 황인태 님은 "5000만원짜리 시계를 찬다더니, 자전거 타고 동네 슈퍼에서 담배 피시는 분이 그럴까"라며 혀를 찼다. 못 믿겠다는 의견도 있으나 소수에 그쳤다.

미디어다음에선 세계일보 보도가 최다댓글뉴스에 올랐다. 2600개가 넘는 댓글을 기록 중인 기사 반응을 살펴보면 역시 다수가 "마음 아프다"는 내용.

    



Danny 님과 개미마루 님은 "눈물이 난다"고, 어머니 님은 "그럼 평생 번돈이 마이너스 3억이었냐"며 "
진짜 청렴하시다"고 감탄했다. global 님은 "서거 전까지 불법자금으로 고통당하셨는데 실제로는 이랬다니 안타깝다"고. 또다른 네티즌은 "전두환은 30만원은 있다고 했는데 이 쪽은 빚이 3억원이니 전두환보다 더 청렴한 전직이 나타나셨네"라고 웃지 못할 반응을 꺼내보이기도 했다.

박형철 님은 "멋에 죽고 멋에 사는 노간지"라고 댓글을 남겼다. 죽어서도 화제를 계속 이어가는 '노간지' 열풍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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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지수 '뚜욱'...선진국 좋아하네



이 글은 기사도 아니요, 칼럼이라 부르기도 뭣하다. '블로그틱'한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완전자유양식의 지대에서 붓가는대로 끄적인 진짜 블로그 포스팅.

포털 뉴스홈에서 정치 섹션 중 청와대나 여당 쪽 기사를 읽어보면 많이 인용되는 글자가 이거다.

"선진국"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중대 갈림길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이, 야당이나 여론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현정권에서 주로 쓰는 레퍼토리아니던가.

선진국의 개념이 뭘까. 지엔피? 지디피? 국방력 순위? 최저임금제 수준?

지금 우리나라가 이미 완료형의 '선진국'인지, 제대로 자리매김하려는 현재진행형의 '상위중진국'인지는 우선 제쳐두고요. 지금 우리가 차근차근 상위로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 맞는지 어떤지 정도는 제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난 이 문제의 해답이 의외로 간단하다 생각한다. 국민의 만족도다. 더 간단히 말할 수 있다, 바로 나와, 내 가족과 친구들의 그것. 서로가 아래의 저 정도 대답을 듣고 나눌 수 있다면 그럭저럭 선방하는 나라 아닐까.

"여전히 흡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반찬을 갖추고 먹고살수 있게 됐지!"

"시험에서 또 떨어졌지만 공정한 경쟁이었고 기회도 많이 있어, 뭐든 열심히 하면 다 이루는 세상 아닌가"

"옆나라 놈들 시비 걸지만 그래도 정부에서 할 말 다하니 속은 시원하네"

"할 말 다 하고 살 수 있잖아. 지금이 5공시절도 아니고..."

너무 소박한가? 그럴수도 있겠다. 특히 첫번째 것. 그리고 사실 저 정도는 다 만족시켜줘야 선진국 운운할 단계 아닌가.

자. 이쯤에서. 난 현정부에 이 기사를 보여주며 진지하게 이렇게 묻고 싶어. "정말 선진국 대열 진입하는 시기 맞나요"하고. 연합뉴스의 관련보도(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cateid=1001&newsid=20091020231409086&p=yonhap)와 독설닷컴의 (http://poisontongue.sisain.co.kr/1194) 이 글.

그래도 기잣밥 먹는 사람이라 시선이 안 갈 수가 없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 현주소가 세계 69위란다.

선방 날린 독설닷컴 님은 정작 독설하지 않는다. 해서 내가 대신 잘은 못하는 독설을 푼다.
무섭다. 혹시라도 175개국 중 69위면 반 뚝 떼어서 상위권 아니냐고 주장할까봐.

중요한건 과거 성적과의 순위 등락인데... 작년 49위보다 22단계 하락이고, 노무현 정부 시절과도 큰 차이가 있다. 2006년 31위, 2007년 39위로 참여정부 시절 30대를 찍던 기록이 2년만에 폭락, 40찍고 60대로...70위의 코앞에 겨우 선 것. 대폭락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 기자실에서 인터넷선이 끊긴 걸 두고 각 메이저신문이 '끊어진 언론자유'라며 대서특필하던 것이 2007년. 당시 각 언론사와 네티즌 반응을 취합해 기사를 내던 내 기억에서 기자실통폐합에 순응한건 한겨레 딱 하나였다. 그러나 국경없는 기자회의 잣대에서 한국언론자유의 쇠퇴기는 그 때가 아닌 지금이다. 독설닷컴에 따르면 미네르바 사건, 와이티엔 구속 사건 등이 이번 지수의 주요 원인이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보자. 당신은 기자실통폐합 때 언론통제를 몸소 느꼈는가? 빅3 신문사 개혁을 부르짖던 그 남자, 사후 몰라준 '진정성'에 이 시대를 한숨 쉬게 만든 그의 그 작품이 정말 언론탄압이었나?

지금은 어떤가. 다시 기자실 다 원상태로 만들고선 대신 네티즌 여론과 MBC를 미운오리새끼 마냥 보는 걸 두고 저들이 70위 바로 앞까지 떠다밀어버린 것에 불만 토로할 수 있는가. 아님 국경없는기자회도 좌파냐고 묻던가.

세계가 바라보는 언론자유도가 나날이 추락하는 선진국이라니 가히 이슈감 아닌가. 그런 선진국이 어딨나.

다른건 몰라도 인정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진짜 잘 한게 하나 있다. 별의 별 소리를 다 들으면서도 할 말 다하도록 언론과 여론의 자유를 보장했다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그가 그것을 좌지우지 했던 것은 권력이나 어떠한 힘이 아닌 자신의 목숨이었다. 

만일 그가 오늘 이 곳에 살아있었다면 국경없는기자회가 매긴 대한민국 언론자유 성적표를 보고 뭐라 했을까. 화를 냈을까. 아님 기가 차서 웃어버렸을까. 자기가 만들어낸 선진국 지표의 지대한 업적 하나를 그대로 허물어버린 현정권의 삽질을. 
그리고 그의 울타리를 넘어 험난한 이 시국에 기자질하고 블로그 꾸려가는 내 팔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당최 모르겠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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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십계' 
'진짜 안녕' 노 전대통령 49재에 바친다 

 
 
하나. 이 나라에서 향후 대통령이 될 자, 절대 청빈하라. 비리가 드러나면 죽음으로서 죄를 갚아야 할지니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자 자신의 목숨을 내던졌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대통령은 '그.러.한.자.리'임을. 절대적으로 깨끗해야 할 자리인 바, 탐욕에 물든 자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족쇄의 자리임을. 

 

둘. 챔피언 아닌 도전자로

그는 대통령이란 최고 권력자의 지위에 오르고서도 5년 임기 내내 약자로서 살았다. 조선 중앙 동아의 3대 메이저 언론에 줄곧 조소를 당했고 검찰을 스스로 적으로 돌렸다. 때론 자신의 지지기반인 여당에서조차 스스로 등을 돌렸다. 가시밭길의 도전의 나날.

사람들은 그런 그를 무능하다고 조소했다. 그러나 이젠 뒤늦은 짝사랑에 빠졌다. 그는 적어도 권력으로 통치하지 않았음을 이제사 깨닫는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절대강자의 가면을 버린 채 '지금도 약자'임을 드러냈던 그.

그거 아는가. 도전자는 항상 기댈곳 없는 약자임을. 

 

셋. 함부로 고개 숙이지 말라. 고개 숙일 땐 아끼지 말라

미국 대통령을 만나도, 일본 총리를 만나도, 그리고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도 항시 꼿꼿했던 그. 그러나 봉하마을을 찾아온 이름 모를 시민에겐 기꺼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는 인사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넷. 항시 돌아보라. 그대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검찰에 칼을 들이댔다. 우리들, 그런 그를 바보천지라 불렀다.

이제 우린 그 바보천지가 위대한 도전을 했던 게 아닌가 다시 되돌아보고 있다. 이 나라,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바보같은 싸움을. 비열한 싸움과 바보같은 싸움 중 무엇을 하고 싶나. 선택은 자유다.

 

다섯. 큰 것은 네가 결정해도 작은 것은 쉬 결정치 말라

2007 남북 정상선언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에 하루 더 머물다 가라고 권했다.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이 아래에 깔려 있었다.

노무현은 "나보다 더 센데가 두 곳이 있는데..."로 말문을 열었다. 강경한 '노'도, 피동적 '예스'도 아니었다. 쉽게 찾지 못할 돌파구.

상대는 불쾌한 듯 "일국의 대통령이 그거 하나 결정 못하십네까"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큰 것은 내가 결정해도 작은 것은 내가 결정치 못한다"고 답했다. 며칠 후 혹자는 그것을 카운터 펀치라 평했다. "절대권력의 독재를 비판한 그의 완승"이었다고.

 

여섯. 작은 것은 연연하지 말고 내주되 자존심은 내버리지 말라

"인민은 위대하다"

노무현은 남북정상선언 방북 당시 저 말을 방명록에 남겼다. 보수언론은 일제히 이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곧장 반문했다. '인민'이란 말조차 허용치 못하면서 무슨 통일과 화합을 논하며 그들을 끌어안느냐고. 

그러나 저자세는 용납치 않았다.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접하며 상대의 기 싸움엔 "그냥 짐 싸서 돌아갈지 모른다"고 화답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때 우린 머릿속을 전환하던가 가슴속을 환기시키던가 하며 스탠바이한다. 그런데 그 중 하나만으로는 쉽지가 않다. 여기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경중을 정확히 잴 괜찮은 추 하나일지도.

 

일곱. 당장의 훈장에 연연하지 말라. 세상의 평가는 한 숨 돌린 뒤 찾아온다

FTA협상 타결. 그러나 쇠고기 협상만큼은 후일 논의로 남겨뒀던 노무현.

정권교체 후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2개월만에 이를 타결시켰다. 곧장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며 자신의 치적을 인정받고 싶어 했다.

결과는 토네이도와 같은 역풍. 국민들은 몇번이고 광장을 채우며 '아웃'을 외쳐댔다. 정운천 농림수산부 장관은 옷을 벗어야 했고 훗날 PD수첩을 고소했다. 반면 박홍수 전 장관은 PD수첩에서 "그건 당신들 욕심이고 희망사항이지..."란 멘트 등으로 당시 상황을 밝히며 쇠고기 공격수로 활약하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

장기말이 퇴장할 땐 둘 중 하나다. 희생양이거나, 게임의 열쇠였거나. 평가는 당신에게 맡긴다.

노무현은 집권 당시 "한게 뭐가 있느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런데 그가 물러난 뒤, 후임자는 "전시행정"이란 정반대 비난에 휩싸였다.

이거 하나만큼은 당신의 답을 듣고 싶다. 진정 행하기 더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여덟. 원망하지 말라

마지막 유언에서 그는 "원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내에 대한 말이었고, 또 세상을 향한 메시지기도 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영결식에서 "당신은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린 원망하겠다"며 울먹였다. 끊어지지 않는 추모 물결 속에서 사람들은 그 한마디에 담긴 백마디의 무게를 곱씹어보는 것이었다.

 

아홉. 바보라고 인정하는 바보가 되라

바보 노무현. 그가 불리기를 즐겨했던 그 별칭. 융통성없고 한없이 고지식한 신념의 사수, 계산성 제로의 나날을 그는 거기서 위안받았다.

그런데 솔직히 나 바보요 하고 인정하는 바보가 바보 맞긴 한건가?

 

열. 마지막 남은 빈 자리

십계의 마지막 열번째 자리는 채우지 못했다. 나머지 하나는 저마다 다른 하나를 새겨넣는 편이 보다 좋지 않을까.

'간지나게'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비주류', '야인'에서 키워드를 찾을 수도 있겠다. 때론 좋고 나쁘고의 표현에 관대했던, 해서 비난도 감수해야 했던 그 특유의 지도자상을 언급할지 모른다.

노무현의 십계, 그 마지막 계율은 당신이 장식해 주길.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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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잘 잡는다던데...' 고양이와 부엉이는 급호감 동물? 
'다시, 바람이 분다' 콘서트장에서 벌어진 이야기 

 

    
 
21일 서울 성공회대 앞. 노무현 전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던 사람들 앞에선 여러가지 아이템이 판매 내지 배포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 시선을 붙잡던 5000원짜리 티셔츠가 있었다.

'2MB 잡는 티셔츠'로 명명된 이 티셔츠는 노란색상에 고양이를 프린팅한 제품. 반응이 좋아 여기저기서 지폐를 꺼내들고 '사이즈 있느냐'를 물어온다. 그간 '요물'이라며 천대받던 고양이가 문화적 변화 등 이유에 애완동물로 각광받고 있다는 소식은 익히 들었지만, 이런 이유로 호감형 동물이 될 줄이야.

학생들은 "2MB 잡는 고양이 티셔츱니다"를 외치며 셔츠 판매를 홍보하고 있었고 이를 바라보던 이들 사이에선 순간 실소가 터져나왔다. 사이즈 하나는 이미 품절돼 곤란해 하기도.

     


  
이를 바라보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말 나온김에 또다른 '동물'을 언급하고 있었다. 

"부엉이가 쥐를 그렇게 잘 잡는다네?"

한 아저씨의 말. 사람들의 귀가 순간 이 곳으로 향한다. 이번엔 부엉이인가. 소형 야생동물에 있어 달밤의 공포로 불리는 그 사냥꾼 말이다.

그런데, 사실 부엉이 역시도 그리 호감형 동물은 아니었다. 과거 손범수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야생 동물 탐사 다큐멘터리의 기억이 떠오른다. 부엉이는 지혜롭고 모성애가 강한 동물로 그려져 왔지만, 한 편으로는 본인(?)에게 있어 제작진에 불쾌함을 나타낼 만치 곤란한 사실도 함께 노출되고 있었다. '지저분한 동물'이란 이미지였다.

'부엉이의 지혜'라는 타이틀로 방영됐던 촬영분은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너무나 임팩트가 강했던 것. 제목은 '지혜'라고 달았건만, 기억에 남는 건 '끔찍하다'란 감상이다. 부엉이가 물고기를 잡아다가 거처에 가져왔는데, 글쎄 먹지 않고 부패할 때까지 그냥 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물고기가 퍽 터져나가며 안에서 벌레들이 득시글대는 영상이 나오자 패널들이 경악하며 입을 손으로 막던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다. 그 장면을 봤던 한 지인은 시간이 지나 부엉이에 대해 이처럼 회자하기도 했다.

"그렇게 더러운 동물은 태어나 또 본 적이 없어..."

알고보니 부엉이는 먹잇감이 있으면 무턱대고 다 잡아올리는 습성이 있다나. 한편으로는 이 때문에 재물복의 상징으로 대접받기도 한다고. 그치만 역시나, 그 영상은 여러모로 소름이 끼쳤었지.

그 외에도 부엉이는 한국 사회에서 오래도록 흉조로 인식돼 왔다. 불효의 상징으로 불렸고, 역사적 기록에서도 임금이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린 날엔 모든 정사 보고를 듣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젠 '쥐를 잘 잡는다'란 말 한마디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대상이 됐다.

전대통령의 추모콘서트 앞에서 벌어졌던 이야기. 과거 5공 시절이라면 '국가원수모독죄'가 두려워 술자리 안주거리로도 꺼려졌을 웃지 못할 말들이다. 며칠 전엔 아예 딴지일보가 시국선언 '찍찌리리리릭'을 발표해 네티즌들에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 그치만 당장엔 웃더라도 결국엔 씁쓸하게 입맛을 다셔야 하는, 한국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물론 국가 지도자가 비하의 목적으로 동물에 비유되는건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다. 멀리 볼 거 없이 당장 노 전대통령만 해도 두꺼비, 개구리로 불리지 않았던가. 뭐, 지금도 별 다를 건 없다. 지난번 서울대 시국선언장에 난입한 보수단체에선 '개구리', '강아지가 죽어도 서거라 할거냐' 등의 말이 터져나왔으니까.

그럼에도 '옛날엔 안 그랬나'라고 묻어두기엔 너무 뒷맛이 쓰다. 국민으로서의 욕심때문일지도. 그저, 민심의 불만에 희화적으로 그려지지 않을, 이상적인 군주를 또다시 다음 번에 기약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일지도. 불가능한 욕심일지도. 그치만 여기저기서 국정을 성토하는 시국선언이 터져나오고 대통령을 쥐로 부르며 '쥐 잡는 동물'이 급호감으로 전환되는 현 상황은 안주거리로 삼기에도 끝맛이 너무도 썼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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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불어온 노풍 그리고 바람  
 
 

 

21일 저녁. 예정대로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신촌 연세대가 아닌 항동 성공회대에서 바람을 기다리게 됐다. 입구를 향해 줄지어진 인파, 그리고 노란 풍선.

이것은 또 하나의 바람이었으니, 바로 다시 부는 노풍이었다.

     

       

'교통 정체'는 오래도록 계속됐다. 한 사람은 "1시간 전쯤에 나왔는데 아직도 여기에 있어"라고 밝혔다. 모두 수용될 수 있을지 여부를 걱정해야 할 상황.

     
  
저 너머에 눈길을 끄는 이가 있다. 말로만 듣던 가수 전인권 씨. 선글라스 너머의 알 수 없는 얼굴.

     
  
'바보 노무현'. 그 '바보'라는 말은 언제까지나 그와 계속되는 걸까. 하다못해 '디시인사이드'에서도 금칙어로 사용 못하게 막는 그 말을 듣기 좋은 찬사로 만들어 버린 것은 그 나름대로 그의 족적이다.

      
 
천막 프레스센터를 찾았더니 프레스카드가 모두 떨어졌단다. 내가 받아든 건 볼펜으로 적은 확인증. 여튼 자유로운 출입은 보장받게 됐는데, 곧장 공연장으로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바깥에서 볼 거리가 너무도 많았다.

"많이 팔았어요?"

한 잔에 5000원, '노무현 머그컵'. 판매하던 학생은 '이제 시작한지라...'라며 얼버무렸다. 하지만 곧장 한 사람이 다가와선 얼마냐며 하나를 집어들었다.

       



공연장인 대운동장. 스탠드 위에도, 좌석에도 이 무료공연을 찾은 관객들이 들어차 장관을 이룬다. 노란 풍선과, 노란 티셔츠와, 노란 손수건이 행사장을 물들였다.

나는 하늘 저 너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푸른 하늘과 구름, 미루나무 사이에서 바람의 기척을 느끼려 했다. "바람이 불어오면 당신도 찾아온 것으로 알겠다"는 타이틀은 아무리 생각해도 '작품'이다. 정말, 그가 찾아왔는지 피부로 느껴보고 싶었다.

"바람은 부는가."

'......'

"바람은 불 것인가"

'......'

만화라면 '쏴아아'하는 글자가 하늘 위에 펼쳐져야 할 시간. 그러나 아직은 뺨 위로 그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질 않는다.

"바람은 불 수 있는가"

'......'

       


   
그의 영정이 눈에 들어온다. 혹, 이 앞에서 산들바람이 일까.

"언제쯤?"

'......'

     
  
공연 개시. 1시간여가 지체돼 7시30분께 드디어 막이 오른다. 락그룹 피아의 무대가 사람들 속을 열기로 채워간다. 바람을 기다리는 노풍은 어느새 열풍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 바람이 된 그가 언제쯤 우리 곁을 휭하고 스칠지. 어둑해진 밤하늘을 향한 기약없는 기다림. 그렇게, 다시 1시간...

유시민 전 장관이 게스트로 무대를 찾았다. 그는 노무현 전대통령 앞으로 '사랑합니다'를 불러 봤다. 그리고, 다음 무대의 주인공을 소개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안치환과 자유입니다."

무대 위로 다시 드리워지는 사운드. 그리고 푸른 빛 조명.

그 때였다.

     
  
"어?"

'솨아악'하는 옅은 바람이 내 뺨위를 훑고 지나갔다. 잎사귀가 하늘거리고, 피부 위로는 서늘한 감촉이 계속 전해져 온다.

"......"

'사악'

사람들은 느꼈을까. 하늘거리는 산들바람이 잠시 그렇게 우리 곁을 머물다 갔음을. 야외무대임에도 이상하리만치 바람 한 점 느끼기 힘들던 이 날은, 어쩜 더욱 더 확실하게 그 기척을 느낄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인지도.

"......"

'......'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무대를 돌아설 수 있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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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시, 바람이 불 때 - 노 전대통령 추모콘서트장 하늘에서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하늘을 올려보았다. 청명한 허공, 구름과 미루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는지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바람이 불어오면, 당신이 이 곳에 다시 찾아온 것이라 믿는 수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아직은 옷깃 스치는 산들바람도 한숨과도 같은 돌풍도 찾아오지 않는다. 

"바람은 다시 불어올까..."

그 때였다.


자세한 내용은 잠시 후에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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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젊은 바텐더와 노 전 대통령 이야기 나눠봤더니...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상대하는 고객에게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직업이 둘 있다. 하나는 의사, 나머지 하나가 바텐더."

만화 바텐더에 나오는 말 중 하나다. 물론 과장된 면이 없지 않겠지만 그만큼 바텐더와는 진솔한 대화를 부담없이 나눌 수 있겠구나 하고 혹한 것이 사실이다.

이 말고도 병원 의사를 언급하며 바텐더의 존재를 어필하는 장면이 있다.

"여긴 야전병원이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온 사람에게 모르핀을 놔 준다고."

그리고 이런 말도 나왔었다.

"바텐더는 그 누구에게도 손님의 이야기를 누설하지 않는다."

아직 낯설어야 할 바텐더에게 신세 이야기를 꺼내 보인건 그 말들을 너무 과신해서였을지도.

     

      
 

59. 젊은 바텐더와 노 전 대통령 이야기 나눠봤더니...


아, '바텐더'에선 이런 설명도 붙인다. 손님은 딱 한번 찾아왔었다 해도 다음번에 찾아오면 자신을 단골로 여겨주길 바란다고. 그래서인지 주인공 사사쿠라 류는 딱 한번 본 손님의 이름을 기억하고선 따스하게 불러준다. 대단한 기억력이다.

요새 연재물을 꺼내보이며 처음 사귄 바텐더도 일주일 뒤 두번째로 찾아갔을때 곧바로 나를 기억해 주었다. 이름은 밝힌 적 없지만, 첫날 잔이 없어 주문을 못했던 메뉴를 떠올리며 "오늘은 잔 있어요"라고 웃어보였던 것.

이틀전 세번째로 그 바를 찾았다. 이 쯤하면 그럭저럭 단골이 됐으려나. 언제나 딱 한잔만 마시고선 휭 나가는 실속없는 손님이긴 하지만.

마음 갑갑한 일이 있어 그에게 털어놨다. 홀로 서울에 놓인 외톨이에게 누군가 신세한탄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술을 잘 하면 알콜에 의지라도 할 텐데 한 잔만 마시면 그걸로 부담이니 원."

"저같은 경우도 술을 거의 입에 못 대요."

"바텐더가 술을? 칵테일도?"

"칵테일은 마시죠. 술이 들어갔는지 어쩐지 거의 모를 법한 것들로 한잔씩."

이야길 들어보니 그는 인터넷 세상에 대해선 그리 밝지 않은 듯 했다. 잠깐 경제 뉴스를 검색하는 정도? 다만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시사를 바라보는데는 관심이 많다고. 평소 마주하는 것보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네티즌으로서의 교감이 잦았던 나로선 간만에, 오프라인의 시티즌으로서 대화상대를 만난 셈이다.

이야기가 갑자기 서거한 노무현 전대통령으로 흘러갔다. 내가 아닌, 그가 먼저 꺼낸 이야기다. 미리 밝히건대 그에 대한 나의 사견이나 생각 같은 것은 전혀 꺼내보이지 않았다.

"나한텐 여러모로 가장 특별했던 대통령이라서요..."

그는 자신이 스물여덟살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대선이 그의 첫 투표권 행사였다고. 때문에 그는 어떤 역대 대통령보다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래도 우리 젊은 사람들한텐 가장 인간적으로 다가왔던 분 아니냐"고 평했다.

나와 비슷하다. 얼마전 57번째 이야기(http://kwon.newsboy.kr/1252)에서 꺼냈듯 내게도 당시 대선은 첫 투표권 행사였고, 군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상당히 인간적 이미지가 강한 대통령 후보로 마주했었다.

"정말 얼마전 그 일이 있었을 때는, 비록 정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서도 한순간 '와'하고 머리로 기운이 확 뻗쳤어요. 너무나도 큰 일이었기에."

바텐더는 개인적으로도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현 세상을 살아가는 두 젊은이 사이에 놓인 바는 공감대의 탁자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정치적 성향이 어떻게 되느냐고. 그는 "솔직히 열린우리당 시절이나 지금의 민주당이나 마음에 들진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당에서도 맘에 드는 당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한나라당은 더욱 맘에 안 들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의 문제를 떠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큰 울림이 있는 사건이었잖아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마티니 한 잔을 비워갔다. 뜨거운 커피 마실때 쓰는 빨대로 독한 술을 조금씩 넘기다 화제를 돌렸다.

     

      


"마티니가 칵테일 중 제일 유명하다고 하던데. 또 가장 오래됐고."

"그렇죠. 마티니를 맛있게 만드는 바텐더가 진짜 실력있는 바텐더예요."

"본인은? 자신해요?"

그는 웃더니 "플레어바에서 화려한 볼거리에 집중해 배웠다보니 제 맛을 추구하는데 있어서는 아직 좀 그렇다"고 고백했다. 아직 술맛을 모르는 손님, 아직 칵테일의 제 맛을 내는데는 자신의 실력을 자부하지 못하는 바텐더. 이렇듯 우린 아직 여러모로 서툰 젊은이들이다. 그러면서 6천원짜리 마티니 한잔을 통해 서로의 서투른 그것을 감안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사사쿠라 류는 아니다. '신의 글라스'이자 손님의 수년묵은 얼룩을 단번에 닦아내는 카운셀러를 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당연히 구구절절 확신을 준다던지, 최고의 칵테일로 만족감을 주길 기대할 수는 없는 일. 하지만 나도 그가 만난 이들처럼 그럴듯해 뵈는 손님은 역시 아니다. 아직까진 내 짐짝 하나를 내려놓고 잠시 쉬다 바텐더에게 마음의 구원을 바랄만큼 급박한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와 똑같이 아직은 서툴고, 그리고 꽤 많이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뭔가 (설령 사무적일지라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젊은 바텐더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자기 이야기도 꺼내 보이고... 이만하면 '바에서의 신뢰'를 쌓는데는 무난하다. 그리고 우연찮게 노 전 대통령은 그걸 확인하는 대상이 됐다.

결과적으로 그는 나와 비슷한 시선으로 노 전대통령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다를 건 없는 평상의 이야기. 그러나 인터넷에서 걸어나와 바 위에 팔을 걸쳐 놓고 다른 것도 아닌 한 전직 대통령을 화제로 삼아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그 나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육신의 성장은 멈췄을지언정 영혼의 성장은 여전히 왕성해야 할 우리에게 있어 그의 죽음은 있을 수 없는 충격이었고, 패닉상태에 들게 하는 그 무엇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의 충격을 흡수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걸 확인하며 잠깐 알콜음료로 해갈해가는 것이 정확히 무엇의 갈증이었는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술로 모든 열병과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겠지. 다만 이런 술자리라면 해답은 찾을 수 없어도 가끔씩 쉼터로 삼기에 괜찮지 않겠는가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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