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단신] 11시부터 국민은행 전산오류장애


28일 11시부터 국민은행에 전산오류로 인한 장애가 발생, 지속 중이다. 관계자는 "서버 과부하가 원인"이라며 당초 정오에 복구될 예정이었으나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후 1시로 복구시간을 조정했으나 아직 불투명하다.
이번 장애로 인해 체크카드를 통한 출금 및 잔고조회 등 일체의 전산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다. (끝)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월드컵 16강전 거리응원 열린 서울광장은 '도깨비소굴'(?)
축제의 끝, 16강전 거리응원전 이모저모




한 벽안의 청년이 돌아보더니 씨익 웃으며 옆의 청년에게 저길 보라 한다. 두 손을 머리에 갖다대고 뿔을 그리더니 신기한듯 컴팩트 카메라를 눌러댄다.

돌아보고 순간 식겁했다. 불빛에 붉게 달아오른 사람들의 얼굴.
놀란 가슴 진정하며 다시 돌아본다. 으음...




역시나, 장관이다. 붉은 악마...가 아니라, 순간 도깨비들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도깨비소굴. 축제를 즐기는 도깨비들의 '신나는 난장판'이었다.

26일 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차량이 통제된 거리에서 붉은 도깨비들은 광장이 떠나가라 외친다.





비내리는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 8년전 히트했던 '오필승코리아'는 다음다음 대회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불린다. 거리응원의 재미.

비에젖은 렌즈를 어찌할까 하며 잠시 눈을 뗀 사이 통한의 선취점을 내어주고야 만다. 응원하던 외침은 일순간 한숨과 비명으로 바뀐다. 환성, 비명, 신음, 한숨, 그러나 다시 격려, 응원으로 이어지는 무한루프의 공간. 백가지 감정, 천가지 몸짓이 터지는 멋진 공간이 아니던가.




사람들은 저길 보면서 킥킥댄다. 감독에 지기만 해봐라 하고 으름장을 놨다. 격려라기보다는 협박에 가까운 메시지가 흐르는 핏빛으로 걸렸다. 고어냐? 전반을 1대0으로 뒤진 채 마친 상황이라 더욱 와닿는다.

꽤나 많이 보이던 외국인들. 그들은 내심 그랬을 것이다. "이 나라 국민들 왜 이렇게 응원이 데인저러스하고 호러블합니콰?"




비가 잦아들자 뒤에 섰던 사람들은 앞에다 "우.산.접.어!.우.산.접.어!"를 외친다. 후반이 시작됐는데도 모니터가 서울시 광고만 비추자 "리.모.콘. 내. 놔!"를 외치기도 한다.

날짜는 이미 바뀌어 27일.

조금씩 초조함이 흐르던 순간, 절호의 기회를 맞는다. 득점기계 이청용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순간, 도깨비소굴은 '도떼기시장'으로 화한다.


 

이것이다. 귀여운 앙마들의 하모니. 이청용의 승천을 보던 도원향의 도깨비들은 중계에서 이곳, 서울광장을 비춰주니 더 난리법석.
경기는 1대1, 접전으로 향했다. 기적의 한골을 바라는 악마들의 눈에 비친 것은 점차 한국의 페이스로 변하는 경기양상이다. 저기서도 비가 내리는데, 여기서도 비가 온다 해서 응원을 멈출 수 없다. 16강 고지를 넘어, 이제 8강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튼다. 여기서 좀 더 외치면 선수들이 더 힘을 낼것만 같아 쉴 수가 없다.




'대빵 도깨비'가 저깄다. 경기는 경기대로, 여기 거리응원전은 그것 자체대로 재밌다. 이것이 축제요, 사람 사는 광장이다.

순간순간 터지는 재밌는 장면을 찍으려 카메라 렌즈 덮개를 틈틈이 열고 고개를 돌리다 옆의 한 처자하고 눈이 마주치는데 같이 온 친구하고 뭐라뭐라 귓속말을 한다. 설마 내가 추파를 던진다(?!--;)고 생각한건가? 다시 말하지만 난 서른살 생일을 맞은 오늘까지 말한번 건넨 적 없는 숫총각이라고! (눈물의 글 http://kwon.newsboy.kr/1713) 그럴 용기도 없다. 됐냐?!

펜스에 여자 친구를 앉힌 어느 청년은 중국말로 샬라샬라. 어떻게 배웠는지 확실하게 '대! 한민국!"을 외친다. 아주 잘 배운 발음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승리의여신은 더이상 우리에게 미소짓지 않았다. 상대의 결승골이 터졌고, 우린 이어지는 좋은 기회를 딱 한 끝 차로 놓치고야 말았다. 그리고, 종료휘슬과 함께 각 화면은 거의 동시에 꺼지고 만다.

비는 그쳤다. 도깨비들은 그 덕분에 울지도 못한다. 계속 쏟아진다면 눈물을 감출수도 있을 것을. 그렇게 애써 미련을 털어내고 생각보다 빨리 평정심을 찾았다.




축제는 끝났다. 적어도 우리들 도깨비부락 대표들의 행군은 거기서 종막이다. 아쉬움은 털어내면서, 남겨진 흔적은 잊지않고 수거하는 이들이 보인다. 조용하게 도깨비들은 축제를 정리한다. 좀 더 오랫동안 요란스레 뒤흔들수도 있었을 텐데, 아직 남겨진 에너지가 아쉽기만 하다. 




난 잠시 이순신장군에게 가 상황보고를 했다. (http://kwon.newsboy.kr/1714 참조) 얼마나 궁금하셨겠느냔 말이다. 그리고 지하로 스며들었다. 연장운행하는 도깨비들의 발, 강철의 뱀. 새벽 1시 30분에 이것을 타는 건 머리에 뿔 나고 처음이다. 아마 같은 경험을 여기 많은 부족들이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했던 이상으로 침착하게 축제의 끝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동족들.

8강 좌절에 앞서 우린 16강 진출 달성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미 맛보고 있고 오늘도 내일도 계속 맛보며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먼저 논하는 게 맞을 것이다. 비바람 속의 축제를 마치고 평온한 휴일을 맞이하러 흩어져 가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4년 후의 브라질을 말한다. 축제 좋아하는 도깨비들은 그렇게 지상 위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세레머니 경고, 경직된 K-리그에 아쉬워

14일, 성남 일화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케이리그 수중전.
빗속에서도 멋진 화력을 과시한 성남 일화. 특히 몰리나 선수의 두번째 논스톱 캐넌슛은 빅리그 경기를 보는 듯한 멋진 장면이었다. K리그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마침 일요일 저녁 채널을 돌리던 나는 이들의 경기력에 내심 감탄하며 후반부 상당부분을 지켜보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내내 서서 웃는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 순간, 골을 넣은 선수가 멋쩍어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건 세번째 골을 넣은 파브리시오 선수가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관련보도 일간스포츠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k_league/breaking/view.html?cateid=1171&newsid=20100314202804431&p=ilgansports)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고 보여주는 골 세레머니가 과도한 것으로 간주되어 옐로카드를 받았다. 간만에 남미 리그에서나 보던 재미거리에 흥을 더했을 관중 내지 시청자들은 뜨악할 상황이다.

'5분더 캠페인'이란 것은 처음 알았다. 올 시즌부터 실제경기 시즌을 늘리고자 케이리그 측이 벌이는 이 캠페인은 그 일환으로 세레머니도 규제하고 있었다. 이에 파브리시오는 자녀들을 위한 세레머니였다고 해명했다. 신 감독은 자체적으로도 벌금을 물리는 등 규제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이해못하겠다는 것은 다름아닌 연맹과 신 감독이다.

누구를 위한 골 세레머니인데 누구를 위해 규제한다는 것인가


  프로축구연맹(http://www.kleague.com/) 게시판엔 곧바로 이의 제기가 들어온다. 너무 심하다는 이동호 님은 "파브리시오 세레머니처럼 재밌는거 1분 보는게 지루한 공돌리기 5분보다 훨 낫다"며 "딱히 피해 준것도 아니잖느냐"고 밝혔다. 임현민 님은 "볼거리를 줄이는 자살행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날 상황은 시간 지체로 촉각을 다투거나 하는 성질이 아니었다. 3대0으로 벌어지는 상황, 그리고 후반전이 상당히 남은 시간대였다. 가면을 꺼내 세레머니를 한다고 해서 시간이 그렇게 지체된 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융통성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본래는 승부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지연하며 재미를 떨어뜨리는 걸 방지키 위한 캠페인의 취지가 도리어 팬들이 원하는 서비스, 재미를 규제하는 꼴이었다는 비판이다.

앞서 소개한 관련보도의 게시판은 더하다. 케이리그 재미를 더 죽이는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파브리시오 선수를 두둔하는 글이 봇물처럼 터졌다. "외국 리그 못 봤느냐"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반응도 나왔다. 세레머니에 경고가 나온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는 선수 본인의 것과 일치하는 반응이다.

사실 케이리그는 그간 재미나 게임 수준의 제고 등으로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중계가 확산되면서 찬밥신세가 된 것도 사실이다. 대놓고 재미없다는 평이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로 디시인사이드 축구갤러리의 유저 중엔 대놓고 "벽 보는 것과 케이리그 보는 것 중 뭐가 더 대단하냐"고 묻기도 해 사람을 실소케 한다. 특히 그간 벌어졌던 고의적인 공돌리기 등은 많은 지탄을 받았다. 승부에 집착하다 팬들이 다 떠난다는 경고를 받아들였다는 점에 있어서 이번 캠페인은 의미를 가진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골 세레머니 규제에 대해선 역효과란 평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너무 경직된 사고로 도리어 팬들이 원하는 재미 요소 하나를 죽여버린다는 것.

국내 최대 축구커뮤니티 중 하나인 다음 카페 아이러브사커(http://cafe.daum.net/WorldcupLove)에서도 이날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폭발적 화력을 자랑한 성남에 대한 이야기에 이번 경고 논란도 당연히 도마에 올랐다. 파브리시오는 이날 경고에 따라 누적에 따른 결장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 함께 거론된다. 멋진 경기력을 지닌 선수를 이런 일로 못 볼 수도 있다는 점이 또한번 축구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습이다. 한 카페가입자는 '병신같은 5분더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형평성에 안 맞다는 의견도 있다. 얼마전 불교계는 축구선수의 기도 세레머니를 두고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 이에 한 관계자는 규제가 곤란하다는 멘트를 냈는데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선 '차라리 이걸 규제하라'는 주장이 돌고 있다. 종교적 논란에 오르는 세레머니는 터치하지 않는 반면 팬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세레머니는 터치하는 것이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원칙이란게 지켜지지 않아 문제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황에 따른 융통성이 아쉬울 때가 있다. 더욱이 그 원칙이 원칙대로 적용된 것이냐는 부분에 닿으면 논란은 커지기 마련이다. 상식에 따른 적절한 판단이 아쉬운 순간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결핵, 그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지독한 아픔


난 지금 실로 후회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동영상으로 찍어 보다 현장감 있게 캐치할 것을.

1일, 서울 프리마호텔에서 열렸던 2009 헬스 커뮤니케이션 세미나 중. 세션 2의 첫번째 연사로 나선 이는 맥캔헬스케어의 이진우 이사. 그는 "정부의 헬스커뮤니케이션 방향 및 사례"를 주제로 질병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홍보캠페인 사례와 현재를 엮어 이야기했다.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동영상을 활용, 여러가지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나갔다. 초반부는 금연과 절주 등의 캠페인 광고와 후일담, 앞으로 저출산과 질병 등 이슈를 낳고 있는 국민 건강과 의료 문제에 있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등이 내용으로 놓였다.

후반부는 보다 구체적인 각각의 중한 질병과 이에 경각심을 부르는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사례, 현재의 모습이 나왔다. 여기엔 오랫동안 거론되어 오던 인류 최악의 병 에이즈, 그리고 현재 전세계를 광풍에 몰아넣은 신종인플루엔자가 포함돼 있었다. 아마, 이 곳을 찾은 이들이라면 거의가 이 두 질병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난 거꾸로 여기에 대해선 너무 많이 들었던 탓인지 그냥 무감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챕터가 날 멈칫하게 했다.




결핵. "잊혀진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음"이란 문구 그대로, 많은 이들이 결핵을 말하면 고개부터 갸웃하는 실상.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결핵이 있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흔히들, '후진국병'이라 부르며, 이미 한국에선 소멸한 듯 알고 있는 질병.

요즘 아이들도 그럴지 모르겠다. 내가 어릴적엔 학교에서 12월, 이즈음 해서 결핵씰을 판매했고, 우린 이것이 알지못할 그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살리는 것이라 믿었다. 물론 부모님도 두말없이 천원짜리, 오백원짜리를 내어주시곤 했다. 정상대로라면, 난 그것으로 결핵에 대한 기억을 마무리했을지 모른다...

이진우 이사는 이 병의 중함을 피력한다.

"상황적으로 결핵은 다른 질병보다 심각하지만 지금은 잊혀지고 있죠."


잊혀진 병도, 사라진 병도 아니다. 그 무서움은 전해들은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이었다. 난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결핵환자를 취재했느냐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럴 수 밖에. 다름아닌 내가, 나 자신이 그 무서운 병에 걸렸던 사람 중 하나다.

3년전... 핫. 기가 막히군. 정말로 딱 3년전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렇다. 날짜까지 딱 들어맞는다. 처음으로 내 몸이 심각하게 망가졌음을 진단받았던 그 판정일이, 이 날이었다. 희한하게도 지금 난 몸 상태가 대단히 안 좋은채 글을 쓰고 있는데, 이건 또 무슨 조화냐.

"심장이 두배로 커졌습니다. 폐도 커졌어요..."

한달이 넘게 감기몸살 비슷한 병세를 보이던 나, 그러나 홀로 살고 있어 옆에서 이를 간호할 식구 하나 없었다. 직장 사람? 훗, 중병 걸려 일 못한다고 하니 기가 차다는듯 웃어제끼던 사장 얼굴을 잊을 수 없지.

그간 아스피린에 광동탕만 약국에서 타다 먹다가 처음 찾아간 영등포병원에서 그 말 듣고선 적잖이 놀랐다. 엑스레이 사진에 붙은 내 심장은 마치 코끼리의 그것 같았다. 폐 역시 기형처럼 보였다. 끔찍한 기억이다.

국내에서 가장 심장을 잘 본다는 병원을 찾게 됐다. 그렇게 다음날 간 곳은 강북삼성병원. 난 심장과 폐 모두 잘못된 상황이라 순환기, 호흡기의 양쪽 의사를 모두 번갈아 만나야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입원해야 한다. 그것도, 중환자실에 준하는 소위 '준중환자실'로 불리는 병실에 들어야 했다. 중환자실 다음으로 위급한 이들이 모인다고.

하지만 그 때만해도 난 내가 결핵일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폐보단 심장에 좀 더 신경이 쓰였고, 심장병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심장을 보는 의사와 폐를 보는 의사가 의견을 나눈 후. 내 전공의로 배정된 심장 쪽 의사가 전해온 소견은  이것. 세 가지 중 하나라는 거였다.

첫째, 암. 둘째, 바이러스성 급성 질환, 셋째, 결핵.

후보군이 셋으로 좁혀진 가운데 이 중 무엇이 진짜인지는 좀 더 두고보자는 것이었다.

암은 처음부터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나이가 그러니 암은 아닐거다"란 소견은 신빙성보단 위로에 가깝게 전해졌다. 역시나 중한 병인 결핵의 경우는 폐가 먼저 잘못된 뒤 뭔가 그 이상현상이 심장으로 전이됐다는 이야기인데, 그 무서움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때 씰을 사면서 여실히 들었던 것이라 한숨 터지긴 매한가지였다.

사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던건 바이러스성 질환이라는건데, 이건 증명이 어려웠다. 그저 시간을 두고 의사의 최종판단을 기다릴 수 밖에.

매일마다 몸 상태를 검진하니 특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운동도 하지 못하는데 몸무게가 날마다 1kg이상 줄어드는 현상. 다이어트 중인 이라면 앞뒤 다 잘라먹고 저 이야기만 들었을때 눈을 빛낼법한 상황이다. 어느샌가 10kg 가까이 줄어있는 나를 봤다. 이건, 결핵의 증세. 그래도 설마 했다.

며칠 후 의사는 의견을 밝혔다. 역시나, 결핵이라는 거였다.

"선생님, 가능성이..."
"9할."

사실상의 확진. 결핵이 폐는 물론이요, 심장까지 건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몸소 깨달았다. 우리가 상상하던 것 이상의 무서움. 내가 말로만 듣던 그 결핵환자가 될 줄이야. 그리고 난 그때부터 곁에 오는 사람에게 이걸 말해줘야만 했다.

"전염병 아니예요."

'걱정말라'는 말이 담긴 그 말을 할 때마다 처량해지곤 했다.

그 날 이후로 결핵치료에 들어갔다. 매일마다 식사 후 세번씩 약을 먹는다. 어찌나 약이 많고 큰지 넘기기 어려웠다. 틈틈이 불려가 여러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휠체어를 이용해 움직일 것을 지시했다. 잠도 편히 잘 수 없었다. 상체를 위로 향하게 하도록 침대를 조정했더니 꼬리뼈가 아파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며칠 후 혼자 거동해도 되고 침대를 제대로 눕혀도 된다고 이야기들었을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평소엔 당연한듯 느꼈던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행복인지를 깨닫는다.

그러나 치료는 더욱 고통스러워졌다. 가장 고비는 가슴에 튜브를 관통시켜 심장까지 닿게 한 후 그 안에 찼던 물을 빼어낼 때. 그 40여분간 나는 고문을 받는 듯한 격통을 감내해야 했다. 갈비뼈 아래를 뚫고 굵은 무언가가 생명과 가장 가깝다는 심장에 닿는 것, 그리고 뭔가가 뽑혀나온다는 것, 평소엔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장시간 이어졌다. 끝나고 죽은듯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나의 이동침대를 밀고 엘리베이터로 가던 어머니 심정도 편치 못했으리라.

의아할지 모른다. 결핵인데 왜 심장때문에 이같은 고통을 배로 받아야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의사 판정대로라면 결핵은 이렇듯 폐 뿐만 아니라 그 균이 심장까지 잠식해 영향을 미치고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실로 무서운 전이성의 병이다. 나 역시 이때서야 처음 알았다. 보다 결핵의 문제점을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육신의 고통만이 전부가 아니다. 무시못할 치료비가 날아든다. 사진 찍는데만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엑스레이야 별 문제 없지만 CT촬영, 초음파검사 등은 수십만원대의 비용이 청구됐다. 의료보험에 포함이 안되거나 혹은 지원이 되어도 워낙에 부담이 큰 검사 내지 치료가 이리저리 요구됐던 터라, 중간 청구서만 내 기억으로는 170만원이 넘게 산정됐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청구된 최종 청구서는 그 이상의 금액이었고, 이 외에도 그 때 그 때 자잘하게 나가는 청구내역이 따로 존재한 것으로 기억한다. 어디까지나, 십수일간의 입원치료 때에 한정한 이야기다.

퇴원 후에도 난 2주에 한번씩 병원을 들어야 했다. 약국에서 주기적으로 타 오는 약의 수량도 이걸 다 내가 먹어야 하나 겁날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6개월동안 결핵 약을 먹어야 했고 통원치료를 해야 했다. (사람에 따라 9개월을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간 나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의사는 치료기간동안 생업의 올스톱을 주문한다. 내가 다시 기자일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로부터 8개월 후다. 그렇게, 난 내 인생의 황금기 중 1년 가까이를 놀아야 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이진우 이사는 결핵의 한국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밝힌다. 한해 3만5000명의 환자가 발생 중이고, 이 중 2400명이 사망한다. 환자 100명 중 7명이 사망한다는 이야기. 이는 OECD 국가 중 1위의 통계라고. 생각한 것 이상의 심각한 상황. 왜 이걸 인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다.

이렇듯 무서운 병이지만, 70년대부터 국가의 대대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접혔고, 결과적으로 현재 국민들은 잊혀진 질병으로 인식한다는게 그의 이야기다. 더불어, 언급한대로 후진국에서 걸리는, 잊혀진 질병이라는 현 인식을 이젠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또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결핵커뮤니케이션의 목표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와 대한결핵협회는 결핵퇴치 2030계획을 마련해 1단계로 2012년까지 결핵발생률 및 사망률을 50% 감소시켜 OECD 가입국 중 중위권에 도달하고 2단계로 2030년까진 완전 퇴치를 목표한다고. 하지만 난 결핵에 대해 이렇다할 대국민 캠페인을 본 기억이 없다. 실로 시급한 문제임을 환자였던 한사람으로 통감하고 있었다.




유명인사 중에 결핵으로 고생한 이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2009 결핵 캠페인의 홍보대사엔 뜻밖에도 가수 김창렬 씨가 선정, 활동하고 있었다. 지금은 완치됐지만 과거엔 어려움을 겪었다고. 3월 결핵퇴치홍보대사로 임명된 그다.

그런가 하면 이 날 보여진 40초짜리 공익광고엔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모습을 비친다. 그녀 역시 과거 결핵을 앓았던 적이 있었다고. 이 쯤 하면, 공인의 사례를 통해 결핵이 절대 사라진 병이 아님을 조금은 모두가 공감할 듯 하다.



이진우 이사는 "국민들이 이같은 실정에도 불구 질병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뒤, 심각성 전달, 경각심을 심어준 후 예방과 치료의 중요성을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씁쓸한 기억을 다시 곱씹게 해 준 그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여기서 얻어마신 블랙커피가 달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나 더 이야기를 추가하자면, 결핵은 재발할 경우 손 쓸 방도가 없다. 의사는 내가 먹는 결핵약이 60~70년대에 개발된 약이고 추가 개발이 끊겼다고 전했다. 우리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의학계는 결핵에 있어 더 이상 버전업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일까. 한번 결핵약을 먹은 이가 다시 재발하면 이미 약에 면역력을 갖춘 몸이라 같은 약은 통하지 않는다. 뭔가 이 때를 위한 신약의 개발이 절실함을 되새겨 본다.

그나마 나는 그래도 가족이 있어 행복한 사람이었다. 본가에 내려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며 통원치료를 하면서 난 그 기간을 아쉽지만 그래도 휴식하고 충전하는 시간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사실 병에 걸린 그 해는 기자수업을 하면서 여러모로 마음고생을 했던 해였다. (이건 다음에 밝힌다. 언론인들에 있어 다함께 고민해야할 난제가 주어질 것이다) 결핵이라는게, 에너지 소비가 심한 병이라 뭐든 잘 먹어야 한다더니 정말 그랬고, 난 이것저것 먹으라고 보살펴주는 가족이 있었다. 평소 무감했던 많은 것들에 감사하고, 우리가 실은 많은 것을 가진 행복한 사람임을 깨닫게 해 줬다는 점에 있어선 몇 안되지만, 그래도 저 몹쓸병에 감사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도 갖지 못한 이들에겐 이 얼마나 혹독한 질병인가.

아, 하나 더 말하자면 그 덕에 내가 여기서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고 있다는 것 정도? 8개월간의 공백기를 끝낸 것이 복간한지 한달째였던 뉴스보이의 프리랜서 모집 공고였으니까. 결핵으로 맺어진 인연이랄까. 참 세상은 오묘하다. 하핫, 세상은 참 재밌어. 쓴 맛 뒤엔 묘한 여운이 감도니까 말야.

혹시 지구는 거대한 커피잔이 아닐까? 쓰고도 달달한 커피의 소용돌이 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신문 잠식해 가는 웹 2.0... 미디어 대변혁 머지 않아"
- 이승훈 인터넷신문 뉴스보이 발행인의 20여분.


"신문이 향후 십수년 안에 죽을 거라는 시선이 있습니다. 전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죽어간다'는 것에 대해선 동의합니다." - 이승훈, 뉴스보이 발행인


그는 항시 고뇌한다. 올드와 뉴 미디어 사이에서 궤적을 그리던 그는 이제 또다시 신세기의 행방을 찾아 헤맨다.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가 흐르는 가운데 장중은 침묵을 이어간다.

1일, 2009 헬스 커뮤니케이션 세미나가 열리는 서울 프리마호텔. 지금 이야기하는 연사는 인터넷신문 뉴스보이의 발행인, 이승훈 공동대표다. 세션 1 중 '뉴미디어 트렌드'를 주제로 20분을 진행한다.




그가 맡은 것은 이날 모인 건강과 의료 분야의 현직인들 뿐 아니라, 매스미디어와 인터넷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이었다. 향후 한 잡지사 대표는 본 발언에 앞서 "대단히 놀랍다, 잡지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미디어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것의 가시화 시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미래의 매스커뮤니케이션 전망이 이날 발언의 내용이다.

그의 연설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인터넷이 열린 뒤 급변한 지난 매스미디어의 15년사, 그리고 현재 업계에서 전망하는 근미래의 대변혁, 마지막으로 장중에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었다.

초반부는 인터넷과 웹 미디어가 인류의 미디어를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정리했다. 그는 포털 야후와 신문의 인터넷판이 등장한 1994년을 그것의 원년으로 삼았다. 이후 인터넷신문과 UCC 개념이 탄생한 1995년, 댓글이 등장한 2000년, 블로거뉴스와 트위터가 등장했던 지난 2006년, 그리고 미디어법 폭풍이 몰아치는 올해까지를 한눈에 담았다. 가장 주된 요지는 "인터넷 미디어가 올드 미디어보다 각광받는 세력구도의 변화"다.

"어느 관계자에게 인터넷매체가 신문보다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 분은 그 조사가 잘못된 것이다, 그럴리 없다고 하더라고요. 헌데 저 스스로도 지금은 신문보다 인터넷의 소식을 더 신뢰하는게 사실이거든요."




이후 시간은 대지각 변동 중 아직 실체화 되지 않은 미래의 것을 말하는 시간. 여기엔 향후 몇년 안에 신문이 사라지고 TV가 도태하는 '올드 미디어의 최후'가 언급된다. 그가 꺼낸 참조자료에 그 시점은 '2015년'으로 명기돼 있다. 불과, 6년 후다.

"어떻게 이같은 시점이 도출된 건진 모르겠는데, 전 신문이 완전히 사라질거라곤 생각 안 합니다, 다만, 그 기운이 점차 사그러들거라는 생각은 같습니다."

아울러 "누가 신문을 죽이는가"(Who killed the newspaper?)란 타이틀의 3년전 이코노미스트지 보도를 소개, "많은 신문들이 도산대열에 드는건 시간문제며 수십년내 세계 신문의 절반이 접힐지 모른다"를 위시한 경제학자의 경고 메시지를 소개했다. 특히 대부분 신문기업이 아직도 새 미디어 환경에 적응 못해 우왕좌왕한다는 부분은 매체 관계자들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이 부분은 이미 몇차례 IT 뉴스에서 사용된 바 있는 자료. 트위터 열풍 기사가 한참 나돌 당시 블로그의 전성시대와 트위터로의 세대교체를 언급하면서 사용됐던 매스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인데, 여기선 전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신문과 잡지는 이미 그 끝자락이 가시화된 상황. 텔레비전과 라디오 역시 얼마 남지 않았다. 소셜 네트워크와 뉴스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 서 있다는 점을 통해 현재 홍보수단을 어떤 미디어로 잡을 것이며 또한 기존 미디어는 어떤 전환을 고려해야 할지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연설이 후반으로 접어든다. 그는 매체환경의 변화와 미디어 진화의 키워드를 개인, 참여, 개방, 공유, 놀이, 네트워크, 선택권, 디지털(인터넷), 컨버전스, 유비쿼터스 이상 10가지로 삼는다.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 그리고 쟝 보드리아르의 "인간은 미디어의 확장"을 인용하며 변화 및 진화의 예측을 언급한다.

재미있는 내용이 전개된다. 지난 7월 시사저널 미디어리서치의 자료다. 직업 신뢰도에 있어 상위그룹엔 소방관과 간호사, 환경미화원과 운동선수, 의사, 한의사, 교사, 은행원, 이발사와 미용사, 프로그래머가 75에서 90퍼센트에 위치, 포함됐다. 60에서 74퍼센트의 중위그룹엔 신부와 문화예술인, 대학교수와 판사, 텔레마케터와 운전원, 방송인, 승려, 회계사, 경찰이 들었다.
하위그룹의 30에서 59퍼센트가 소개된다. 드디어 기자가 나온다. 기자를 비롯해 연예인과 검사, 세무사, 공무원, 시민단체활동가, 목사, 변호사, 기업인, 증권 보험종사자, 공인중개사가 언급됐다. 실은 높은 신뢰도를 담보해야 할 업계인들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준다. 참고로, 11.7퍼센트로 최하위를 기록한 건 다름아닌 정치인이었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향후 미디어가 취해야 할 것은 단순한 시스템적 진화와 트렌드가 아닌, 원론의 신뢰성과 설득력 회복이 최우선이란 점을 떠올리게 하려는 것인가. 현시대의 모든 매스커뮤니케이션 관계자와 저널리스트들이 생각해 볼 과제를 던진다.



시간이 초과됐음을 알리는 진행자. 그는 이야기를 서두른다. 제한된 시간에 비해 던질 것은 너무도 많다. 숨이 가빠온다. 그러나 마무리는 어렵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가 던진 질문에 이 날 발표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미디어와 관계하려는 이, 그리고 반대로 '어떤 미디어'를 준비해 놓아야 하는가를 고려할 미디어 측. 모두에게 공통된 난제가 주어졌다. 당초 세미나의 틀을 넘어 광범위한 영역을 다뤘던 그의 20여분이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뉴스보이 편집장 장가가던 날...요새 결혼식 풍경 이래요?
광주북성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말이다.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말이다.
시키는대로 다 하는 법이다. 그 근거로 먼저, 동영상부터 하나 보시겠다.




...아마도.
장가 가면 너무 좋아서 그렇게 되는가봐. 여기는 신성한 결혼식장.

그래도.
신랑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장가 가면 너무 좋아서 그런가벼. 잘은 모르겠다만 그런가 하고 이해하자. 뭐, 뒤에 애들도 만만찮게 대담하네.

여기는 신성한 결혼식장. 밑도끝도 없이 시작한 바, 지금부터 상황설명 들어간다.




축하단신. 인터넷신문 뉴스보이의 박승욱 편집장이 10일 광주 금호 웨딩의전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부는 선생님. 광주북성중학 한문 교사로 재직중인 전명희 씨와 결혼에 골인한 것.

오프라인 신문지면이라면 저 정도로 소식란에 철하고 끝이지만, 여긴 다행히도 지면한정 그런거 없는 오메가알파의 인터넷 신문이고,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해서 좀 더 생생한 현장취재를 담는다. 

경사의 날, 신랑은 웃고 신부는 운다. 그거슨 진리. 우리 신랑을 보라. 뭐... 맞절 하는 순간엔 그래도 표정관리가 되는데... 아직까진 변신 전.




변신 후. 참고로 감정의 완전개방 상태인 저 모습의 시간이 변신 전보다 매우 길었다는 거. 이렇다 보니 사회자가 시키는대로, 또 난입한 이벤트 진행자가 시키는대로 춤도 추고, 몸빼바지도 입고 할 거 다 했다.

여기는 신성한 결혼식장인거다.

신랑 신부 아버지들, 좀 말려들 주십...




...만세삼창 시킨다고 다 하시는 거임? 역시나, 핏줄은 위대한 닮은꼴의 기록이다.
어쨌든, 나중에 손자손녀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하나 늘었다.

그건 그렇고. 신부님이 선생님이니까 교복입은 학생들이 왜 저기에서 함께 춤을 췄는지는 대충 짐작하셨을거다. 실은 저 아이들, 브라운아이들걸스 공연에 앞서 축하 공연도 했는데.




얘네들은 뭐지?
북성중학교는 남녀공학이다. 여학생들만 온 건 아니란 말씀. 아까 브아걸 공연에선 시각공해를 자제하고자 올라서지 않았을 뿐. 잠시 후 이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남녀평등의 시대답게, 신랑측과 신부측이 모두 축가 부를 주자를 번갈아 내세웠는데 역시나 동영상으로 잠깐 담아봤다. 먼저 신랑 측이 내세운 학교 후배.





그리고, 신부 측 차례다. 미리 말하지만 하모니 절묘하다고 웃지 마라.

진짜로.

이런건 마음이 우선인거다.





웃지 말라니깐.

아아. 여기는 신성한 결혼식장.




남자애들한테 물어봤다.

"솔직히 신랑이 아깝냐, 신부가 아깝냐?"

"당연히 선생님이 아깝죠."

애들은 솔직해서 좋다. 아니지. 요새 애들은 처신이 매우 뛰어난 거다.

하모니가 뭐 중요한가. 직업이 선생님이 아니라면, 다른 이들은 가질 수 없었던 소중한 기념 사진 한장이 남았다. 플랜카드에 담긴 정성이 눈물겹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던 결혼식이지만, 그래도 순간 순간 신부의 얼굴엔 눈물이 어린다. 같은 감정을 공유하더라도 신랑은 입이 좋아서 찢어지고, 신부는 눈물을 삼키는 결혼식 풍경, 그거슨 이 세상의 진리.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추신 -  얘들아?




너네덜 식당에서 같이 밥 먹었잖어.

요새 애들은 역시 처신이 좋은 거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 | 웨딩의전당금호
도움말 Daum 지도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오아시스] 달력, 어떻게 공짜로 좀 못 구한대요?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12월, 새 달력을 장만할 시기.

     
 


  무한도전 2009년판 2월분 캡쳐  
 
어디보자, 공전의 인기를 구가한다는 무한도전 달력이 얼마? 그리고 며칠 전 샵에서 봤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양장본 달력 값이 얼마였더라? 비싸긴 해도 예쁘던데. 그리고 또...

아니, 이게 아니지.

어디서 공짜로는 좀 구할수 없을까?

 

46. 달력, 어떻게 좀 공짜로 못 구한대요?

 

어렸을 때 이맘쯤 되면 부모님은 커다란 두루마기(?)를 가득 얻어 오셨다. 어머니는 은행에서, 아버지는 거래처에 수금하러 갔다가. 가끔은 옆집에서 나눠 주기도 했다. 12개의 큰 숫자와 365개(오차범위 플러스 1)의 검고 빨갛고 퍼렇던 작은 숫자 알갱이가 가득 담긴 1년치 달력은 매년 풍작이었다. 집 거실엔 큰 걸 달고, 욕실엔 아담한 걸 달고, 알록달록한건 나와 동생이 나눠가지고... 그래도 남아서 부엌과 안방에도 대롱대롱 달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달력은 풍요의 상징이었나 보다. 두자리수 성장을 계속하던 80, 90년대의 추억이랄까. 요새야 어림도 없지.

며칠전, 경제지에 실려 온 기사 하나를 봤다. 달력 수주가 없어 충무로가 얼어붙었다던가. 뭐, 벌써 10년 남짓 계속 들려오는 말이지만.

요새 들어 본인도 달력 하나 어떻게 구할까 찾고 있다. 따로 방 하나를 얻어 쓰는 지금, 욕심 버리고 딱 하나면 감지덕지. 어쩜, 하나쯤 아주 쉽게 굴러들어올지도 모르지... 하고도 생각했지만 역시 세상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몰랐나 보다. 공짜 달력 주는 곳이 없더라.

이사 후 단골 삼은 XX바게뜨(힌트는 어느 나라 수도) 매장에서 어느 주부가 말을 꺼내길래 나도 은근슬쩍 계산 중에 물어봤다. 고객 사은품으로 달력 나오지 않느냐고.

"그게 말이죠. 행사일정은 잡혀 있는데 점장 님이 신청을 했는지 어쨌는지 여쭤봐야 할 거 같아요. 사은품 행사는 분명 있어요."

"얼마 이상 구매하면 얻을 수 있죠?"

"아뇨, 그런거 없는걸로 아는데. 그냥 원하는 분들께 선착순. 뭐 그런걸로 알아요."

아싸. 잘하면 공짜로 얻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덕 아래 다른 매장에선 또 '그런거 없다'고 하고. 날짜는 흘러흘러 아직도 손가락만 빨고 있구나.

다른 데도 한번 살펴 봤다. 오오, XX도너츠(힌트, 양담배 중에 이름 비슷한 물건이 있다)에서 뭔가 주나 보다. 바깥에 걸린 현수막을 살펴봤다.

'8000원 이상 고객에게 한정 사은품으로 스케줄 뭐시기 캘린더가 증정된다'는 이야기다.(겉으로 보기엔 달력보단 수첩 비스무리하다) 그런데 혼자서 도넛을 만원 가까이 사 오기는 좀 그렇고... 필요를 못 느끼는데 달력 얻으려고 구매하자니 어째 이건 아니다 싶어 패스. 결국 공짜는 아니란 말이잖아.

TV광고를 보니 소녀시대가 광고모델로 등장하는 XX치킨(힌트, 튀기네 삶네 찌네...? 하나 더 제시해 봐)에서 한 멤버가 유혹을 한다. 이름은 모르겠고 하여튼 예쁘게 생긴 처자다. 막판에 날려주는 한 마디, "아직 달력 못 받았어?"

인터넷 들여다봤더니 대박이다. 달력 받고 싶어 치킨 주문했다는 분들 왜이렇게 많나. 화보집 마냥 그 분들 사진이 큼지막히 나온 것이 소장 가치를 높인 모양이다.

치킨 안 땡겨서 이것도 포기. 사실 난 SES 이후로는 소녀그룹에서 관심이 식은지라. '효지터'라는 친구는 이유없이 정감이 간다지만. 무엇보다 요새 브랜드치킨값은 너무 비싸다.

XX벅스 커피(힌트, 콩다방의 영원한 라이벌 별다방)에서 멋진 다이어리를 준다더라. 지금껏 딱 두 번(그나마 내 돈주고 마신 적은 없구나) 가 봤던 곳이지만 안면몰수하고 찾아볼까 하며 내용을 살펴봤더니...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커피 열일곱잔 마셔야 파지가 가능하다나.

그 돈이면 쌀이 몇 킬로야. (어느샌가 말만 나오면 쌀을 갖다대는 버릇이 생겼다)

사귀어 놓은 은행원도 없고, 딱히 단골로 들어가는 가게도 없고, 거래처는 천상 있을리 없는 돈벌이고, 난 단지 공짜를 원할 뿐이고.

별 수 있나. 다 포기하고 해탈했다. 그냥 증정품으로 달력이 딸려오던 잡지 XXX 신년호(힌트, 건담 좋아해?) 발매만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것도 공짜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공짜에 연연했던게 돈 때문이 아니더라. 어느새인가 지난 날의 추억을 쫓고 있었다. 공짜 달력이 수북하게 쌓이던 그 시절, 보기만 해도 풍족감을 느끼던 것을 한번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이주의 말말말]"이제 내나이 60, 아직 꿈을 버리지 않았다"


"또한번의 12월 12일입니다"

 
 
 
   
 

- 민주당 김종률 의원. 12일 새해예산안을 둘러싸고 민주당의 연좌 농성 중. 마이크를 든 김 의원은 "오늘은 12월 12일, 군사쿠데타가 있었던 날"이라며 "한나라당이 또 한번 같은 일을 반복하려 한다"고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맹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협상결렬 후 예산안은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습니다.

 

"이 정도면 레전드 아닌가"

- 아래 사진은 5일 다음유저 혼자는싫어 님의 '미친듯이 했을 뿐이고...' 중. 그저 말이 필요없을 뿐이고, 난 그림으로 설명을 대신할 뿐이고.

 
 
 
  ▲ 원문 보실려면 여기로 워프.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3&articleId=40314  
 

9일 비달 님이 전하십니다. "이정도면 레전드 아닌가"라고. 

어떻게 하면 71초만에 이래 된대요? 어디 GP 부대 나오셨나?

 

"몇분간 매맞고 돈벌고 싶다?"

- 9일 다음유저 'DrunkenTi(별)Ger' 님의 위험한 발상. 최홍만 관련 마이데일리 보도 '쉴트? 크로캅? 최홍만 연말 종합격투기도 벅찬 승부'에서 "몇분 매맞고 수억씩(파이트머니) 받으면 나도 하고 싶다"고. 곧장 '버럭오빠' 님이 버럭 외쳐주셨네요. "돈 벌기 전에 죽는다"고. 

돈 벌기 쉬운 일은 없지요. 저도 뼈저리게 느끼는 중입니다.

 

"울 딸 방 한번 보실라우?"

- 9일, 아고라 직찍 제보 란에선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리정돈 안 된 방 풍경이 난무했지요. 그 시작점이 이거.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3&articleId=40502) 차마 사진은 공개 못하겠습니다.

따님 덕에 속 터지는 호호 님, 따님 방 공개했다가 일주일새 46만건 조회 히트. 대박입니다. 이 카운트는 몽구 님도 힘들어요.(여러모로 난감하군요) 아이고 따님 이를 어쩐대요.

 

"동생 음란물 보는 줄 알고 한대 날렸는데..."

- 레전드박지성 님의 고해성사입니다. 말로 설명하자니 좀 난해하군요.

12일, 파이미디어가 전하는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줄거리 보도(http://photo.media.daum.net/photogallery/entertain/bs_drama/view.html?photoid=2725&newsid=20081212080421379&cp=tvreport) 중. 못된 남편때문에 장서희 씨가 죽었다 살아나며 복수의 반전이 시작되는 방영분인데... 저런, 안 좋은 추억이 생기셨네요. 동생이 시청하던 TV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신음소리가 나오자 순간 음란물인줄 알고서 달려가 동생 뒤통수를 다짜고짜... 물론 댓글엔 "웃겨 죽겠다"는 꼬리댓글이 올랐고.

동생분,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아오키 넌 추격자해라"

- 이 주 따라 유난히 네티즌들 댓글 센스가 빛납니다. 12일, '낙동강 오리알' 된 아오키가 추성훈에게 '도망자'라고 욕을 했다고요. 관련보도는 이거. (http://sports.media.daum.net/nms/general/news/mma/view.do?cate=23791&type=&newsid=949898

이에 eoandwkd 님 왈, "넌 추격자해라, 술래잡기 하장".

 

"내 나이 만 60, 그래도 아직 꿈을 꾼다"

- 12일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여의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난 만으로 60이 됐지만 아직도 꿈을 버리지 않았다"면서 "돈키호테와 같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반토막도 살지 못한 저는 벌써부터 꿈에 좌절하고 있는데 말예요. 여러 의미로 부럽습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7억짜리 희망' 거대백악종 앓는 아연이네 가족의 겨울나기
미국 원정길 오르는 어금니 아빠



"이건가요?"

"네. 이번에 받은 겁니다."

조심스레 꺼내든 패스포트, 그는 미국 비자를 펼쳐보였다. 몇번이고 진짜인지 확인해 봤을 그 비자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뉴스감 아닌가요?"라며 멋쩍게 웃어보이는 이영학 씨.


     
  ▲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의 비자. "편지로 빌고 또 빌어 받은 비자"라고 말했다.   

 

마침 방문한 날(24일) 비행 왕복권까지 마련했다. 연말 성수기를 맞아 까딱했음 자리를 못 구할 뻔 했다고.

"제일 저렴한 걸 구했는데도 오고가고 350만원이네요. 그나마도 딱 네 자리 남아있어 서둘렀어요."

이걸로 그의 겨울 준비는 끝났다. 그는 희망을 안고 다음달 미국 원정길에 오른다.
 


'7억짜리 희망' 거대백악종 앓는 아연이네 가족의 겨울나기 - 미국 원정길 오르는 어금니 아빠
 
'위대한 아버지' 무직 암환자 처지 딛고 미국 비자 발급 성공

왜 그가 '어금니 아빠'라 불리나 했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금새 알 수 있었다. 입술을 뒤집어 보여주는 잇몸. 딱 하나 남겨진 어금니가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최근 또 다른 아빠의 칭호가 붙었다. 무려 미 영사관이 붙여준 이름,
'위대한 아버지'.

이영학 씨는 세계에서 딱 다섯명이 현존한다는 희귀병 '거대백악종'(턱뼈의 백악질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자라는 병) 환자다. 이 중 한국인은 두명. 그하고 딸 아연이다. 이 씨야 성장이 멈췄다지만 아연이는 이제 여섯살. 딸의 수술비 모금을 위해 국토원정에 나선지도 벌써 3년째. 그런 그가 이번엔 미국으로 장소를 옮긴다. 미국에서도 모금 동참을 희망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이를 계획하게 됐다고.

"미국에서 1달러, 10달러씩 송금해 주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걸 송금받으려면 수수료만 4만원씩 붙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가기로 했지요.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함이 더 크고..."

하지만 이는 큰 기적을 위해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을 요하는 일이었다. 그는 "사실상 미국 비자를 절대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고 말했다.

"전 암환자잖아요.(백악종 역시 종양이 퍼지는 희귀암이다) 게다가 무직이고. 이 나라 제일간다는 변호사에게까지 찾아가 물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다고 했어요."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하고 그는 미 영사관을 향해 읍소했다. "남들이 비자 얻으려 서류 작성할 때 난 편지를 썼다"는 이 씨는 "편지를 통해 통사정을 했다"고 밝혔다. 편지는 세 사람을 거쳐 완성됐다. 이영학 씨가 한국어로 절박함을 담으면 아연이를 통해 알게 된 후원자 손진희 씨가 중간번역을, 그리고 역시 구글로 인연을 만든 미국인 '미스터 탐'이 최종번역으로 완성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미 영사가 회신을 보내왔다.

"그레이트 파더."

당신은 위대한 아버지라며 '오브 코스'를 대신한 그 한마디가 모든 걸 풀었다. 비자요청은 극적으로 승인, 올해 8월의 이야기다.
    
  
  ▲ 작년 수술 후 모습. 향후 20년간 몇번이고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맨하탄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두 달간 여정에 기적을 기대

다음달 중순경 그는 처자를 서울에 두고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을 통해 두달여간의 미국 원정을 시작한다. 아직은 이렇다할 계획이 없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연이를 통해 알게 된 후원자들. 그래도 머나먼 땅에서 격려해 주는,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들이 이들 가족들에겐 의지가 된다. 뉴욕과 로스엔젤레스를 비롯 한인타운이 조성된 도시를 타깃으로 삼고 미주대륙을 횡단할 생각이다.

"대출받았어요. 겨우겨우 경비 마련했네요. 그래도 빠듯합니다. 처음엔 렌트카를 생각했죠. 헌데 각 주를 넘고 넘어 계속 사용하려면 한달 빌리는데 600만원 이상 든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어요. 주 내에서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면 모를까, 일단 주와 도시를 넘는 데는 버스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이 씨는 사촌동생이 방학을 맞아 함께 동행하며 통역을 맡아 줄 거라고 했다. 물론 사촌 역시 겨울방학에 한해서만 도울 수 있다. 이후엔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비자까지 마련했지만 여전히 무모한 시도임엔 틀림없다. 그는 "기적을 기대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잊혀져 버린 5월엔 가족 동반 자살을 생각했다


이야기 도중에도 타 매체의 전화가 온다. 방송 섭외. 하지만 예전만큼의 관심은 아니다.

지난해, 그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방송, 신문 할 거 없이 부녀의 비극을 알렸다. 짱구 인형을 입고 전국을 돌며 전단지로 도움을 요청하는 아버지, 희귀병을 앓는 어린 딸과 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가족사는 반향을 얻었고 지금껏 1억여원이 모였다. 이는 당장의 수술비와 전국일주에 쓰였다.

그러나 백악종의 악몽은 성장이 끝나기 전까진 멈추지 않는다. 목숨을 잃지 않으려면 20여년간을 계속해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종양이 자라 얼굴이 일그러지면 뼈를 깎아내고 종양을 제거하며, 다시 같은 수술을 반복한다. 2년에 한번씩은 큰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것. 또한 얼굴 복원은 별개의 수술로 항시 이를 뒤따르고 치아가 없는 탓에 계속해 틀니를 넣는 치과치료를 받는다. 모든 게 끝나면 마지막으로 전면 임플란트가 필요하다. 그는 어림잡아 총합 7억에서 최대 10억원 가량을 예상한다.
     
 

                                ▲ 수술전 아연이 모습. 몇번이고 깎아내고 또 견뎌내야 한다.  
 

"얼굴복원은 회당 3천... 몇번이 될지 알 수 없는 종양제거가 회당 2천... 20년간 계속 해 넣을 유동식 틀니도 만만치 않아요. 그리고 마지막의 이(임플란트)가 아마도 1억 5천가량..."

매스컴과 여론의 관심을 받던 한때는 쉽게 풀릴거라고도 생각했었다 회상한다. "7만명이 1만원씩만 도와주면 모든게 해결되겠지"란 기대에 부풀었다고. 물론 성급한 계산이었다. 새삼 그의 나이를 떠올린다. 한국나이로 스물둘,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이 씨다. 여섯살박이 아이의 아버지가 됐지만 지금도 스물일곱. 시행착오와 성급한 낙관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원은 줄었고 아연이의 종양은 다시 자랐다. 성급한 기대가 허물어지자 좌절이 밀려들었다. 악재도 쌓였다. 전국 순회 도중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대가 파열됐다. 하지만 청천벽력은 따로 날아들었다. 이 씨에게 조건부의 시한부 인생이 선고됐다.

"의사가 죽을 거라고 했어요. 치매가 왔대요. 축두엽 간질이라던가? 집으로 향하다 정신차려 보면 전혀 다른 곳에 헤매는... 의사 말이, 운전을 하다가 순간 이를 망각하고 모든게 끝나버리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이젠 홀로 움직일 수도 없다. 운전대를 잡을 땐 더욱 그렇다. 이번 미국 원정에 사촌동생이 함께 오르는 건 통역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근심, 마음 고생이 더해지면서 정신 질환, 우울증 초기증세까지 찾아왔다. 만성적인 병세도 악화됐다. 일순간 무너져버린 그는 급기야 가족동반자살을 계획했다.

"5월 이야기죠. 세명이서 좋은 차를 렌트하고, 좋은 곳을 여행한 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잘 살아 보자는 그런 생각있죠?"

그레이트 파더란 찬사까지 받은 그이지만 역시 아직은 모든 것을 감내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였다. 결국 이를 막고자 정신과 진료에 도움을 받게 됐다며 복용 중인 알약을 꺼내보이는 이 씨. 자신도 여러모로 수술 등 치료가 필요하지만 일단은 다 미뤘다. "내가 수술 한 번 받으면 아연이가 한 번을 못 받게 된다"고 덤덤히 밝힌다.

"이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웃을 수 없는 아내

조금 아플 수 있는 질문을 던져봤다. 모금외에 따로 치료비를 충당할 직장을 가지고 있진 않느냐고. 실제로 그는 홈페이지 아연닷컴(http://www.ayun.co.kr/)에 오르는 리플을 보면 격려 댓글 속에서 틈틈이 "왜 모금으로만 치료비를 마련하고 이젠 미국까지 가서 그 일을 하려느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에 대해 "직장을 가질 수가 없는 몸이 됐다"고 설명했다.

"직장을... 못 가지죠. 암환자에, 국졸에다가, 게다가 이번엔 인대까지 나갔죠. 또 정신질환 약까지 먹고 있으니. 설령 누군가 일자리를 준다고 해도 이런 몸 상태로는 일을 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제겐 이렇듯 전국을 일주하는 것도 틀림없는 아버지로서의 노력이예요. 지금은 이게 현실에서의 최선이라고 믿어요."

다만 미래계획은 있다. 그는 운전 면허 2가지에 배를 몰 수 있는 면허증을 꺼내보였다. 운송업에 어부까지, 이걸로 가능한 생업을 모두 염두하고 밑천으로 준비해 놓은 것. 그렇기에 얼마전 축두엽 간질 판정은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이야기 도중 그에게 "생각보다 낙천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속으로는 울고 있다"고 웃었다. 반면 아연이 어머니인 최미선 씨 얼굴은 그늘져 있었다. 소리내어 웃기도 하는 남편과 달리 그녀는 집에 머무르는 내내 인사 외엔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다. 환하게 웃는 모습은 사진첩에서만 확인했다. 하나는 방송출연 당시 제작진이 만들어준 가족사진. 그리고 또 하나는 한살된 아연이를 안은 새댁 시절. 특히 후자의 것은 현재와 너무나도 분위기가 달랐다.
     
 

                  ▲ KBS 아침마당 출연 당시 선물로 받은 가족사진.   
 

"저 사진이요? 아연이 병을 알게 되기 딱 두달전 사진이에요. 아무 것도 몰랐을 때죠."

아연이가 아파 병원에 데려갔던 이 씨는 "따님도 같은 병을 앓을 것이다"란 말을 듣고 피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그리고 집에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저 사람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엄두를 못냈어요. 어떻게 집에 들어가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요."

미선 씨는 아직 젊은 이영학 씨보다도 네 살이 어리다. 열여덟에 아연이를 낳았고 이제 올해로 스물 셋. 같은 병을 앓는 남편과 딸이 짊어진 무게를 결혼 후 벌써 6년째 함께 나눠 가지고 있다. 그래도 그녀가 엷게나마 미소를 띠는 건 역시 아연이와 함께 놀아줄 때다.
    
  
     
  
 
내가 겪었기에 아연이의 운명을 안다

"아연이, 지금 제일 아픈데가 어디야?"

아빠의 질문에 아연인 곧장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킨다.

"치통 겪어 보셨죠? 그 10배라 생각하시면 돼요. 저도 그렇고, 아연이도 그렇고 언제나 만성적으로 고통을 겪어요. 하지만 이젠 이렇게 나도 웃고, 애도 웃고... 이렇게 고통도 생활이 됐어요. 진통제요? 먹으면 계속 늘어만 갈텐데 못 먹죠. 게다가 아까 제가 먹는 다른 약들 분량 보셨잖아요?"

아연이는 의젓하다. 엄청난 고통과 싸우고 있는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밝아 보였다. 웃기도 잘 웃는다. 하지만 어린 지금보다 오히려 철이 들 때가 더 어려울지 모른다. 이영학 씨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오히려 나중에 자라면서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도 동의한다. 그는 아연이를 볼 때마다 아프다고 했다. 그저 부모의 감정으로서만이 아니라고 했다. 본인이 직접 겪었기에 안다고 했다.

"제가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진학하지 않은건 감당 못했기 때문이에요. 학교에서 줄곧 애들한테 괴롭힘 당했어요. 안 겪은 사람은 몰라요. 저 애도 같겠죠. 두 해 뒤면 학교에 갈 나이니 걱정이 많아요. 특히나 여자애 아닙니까. 이빨도 하나 없고, 남들과 전혀 다른 아이에게 어떤 일이 기다릴지 전 겪어서 알아요."

하지만 사춘기를 잘 극복하고, 치료까지 마친 뒤 훌륭히 장성한다 해도, 진짜 아픔은 그 때부터 시작된다.

"아연이는 결혼도 못하겠지요. 하지만 설령 결혼한다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없어요. 또다시 유전되니까..."

부부는 아연이를 낳을 당시 의사가 "절대 유전되지 않는다"고 진단한 것에 안심했다. 하지만 결국은 세상에 몇 안되는 희귀병을 되물림하게 됐다. "혹 아연이의 아이는 병을 피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 씨는 "우리 때와 달리 아연이는 100% 확실"이라 답했다.

"의사가 진단하기를, 아연이는 유전될 우성인자를 다 갖고 있다더군요. 낳으면 무조건 그 아이는 병을 물려받게 됩니다. 해서 절대 낳을 수 없어요."

그는 체념하고 있었다. "그저 우리 가족사에선 마지막 아이가 될 아연이만 잘 되길 바란다"고 속내를 밝힌다.

고독의 고통은 먼 미래의 일을 꺼낼 것도 없다. 지금도 아연이는 엄마와 아빠, 삼촌 등 몇몇 친지 외엔 모르고 살아간다. 동네 이웃들은 자녀가 아연이와 어울리는걸 꺼린다고 했다. "전염되는 병이 아님을 알려보지 그러냐"고 묻자 그는 소용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야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정상인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피하는거죠. 사실 아직 저 나이 애들이야 그런 걸 알고 피하겠어요? 하지만 부모들에겐 아연이가..."

그는 사실 우릴 가장 힘들게 만드는건 치료비 문제나 관심이 아니라 주위의 시선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제 꿈은 고아원장입니다. 아연이와 비슷한 처지의 애들을 다 맡아주면 좋겠다 생각해 봐요. 물론이건 아연이가 다 낫고 여유가 생겼을 때 일이겠지요."
     
 

 ▲ 아연이의 최근 모습. 수술 후 좋아진 모습이지만 다시 종양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7억짜리 '빚'덩어리가 내겐 '빛'덩어리다

이영학 씨는 아연이를 두고 '7억짜리 빚'이라고 표현한다. 그와 동시에 '희망'이라고도 표현한다. 

"카드빚 5천에 자살하는 사람들 기사를 봤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전 저런 사람들 보면 웃기지도 않아요."

경제난으로 실의에 빠진 이들에겐 독설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렇게밖엔 생각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돈 때문에 죽어요? 저도 죽으려 했지만, 돈으로만 따지면 우린 7억짜리 빚을 끌어안고도 살아요. 아연이 쟤는 7억원짜리 빚덩어리로 태어났다고요. 하지만 저하고 이 사람한텐 그런 얘가 곧 희망이예요. 우리도 이렇게 다 잘 될거다 하며 사는데요."

어떻게 채워야할지 모르는 7억의 치료비. 막막하다며 "절반정도만 마련되도 나머진 어떻게든 해보겠는데..."라 몇번이고 토로한다. 하지만 아연이는 그에게 있어 희망이자 기적의 증표다. 힘들지만 모든 걸 감내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된 딸아이. 어느새 아연이는 이들 부모에게 있어 '빚덩어리가' 아닌 '빛덩어리'로 그 존재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은 아이가 됐다.   

아연이에게 물었다. "장래희망이 뭐냐"고.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확실하게 "경찰이 되서 도둑 다 잡을거야"라고 말한다. 이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실은 집에 세번이나 도둑이 들어 결혼반지까지 새로 맞춰야 했어요. 그런데 이를 보던 아연이가 경찰이 되겠다 하더라고요."

자신을 생각하는 엄마 아빠의 맘을 알아주나 보다. '7억짜리 희망' 아연이, 이쯤하면 효녀가 따로 없다.

돌아갈 즈음, 아연이는 내게 선물을 주겠다며 고사리 손을 내밀었다. 하트모양에 녹색물감이 담긴 열쇠고리. 부모에게 받은 것만큼 베푸는지 정이 많다.
     
 

 ▲ 두번 사양하고, 세번째에 받았다.  
 

 
어금니 두 개만 있어도 행복한 삶

이영학 씨는 아연이가 어쩜 수년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동안 말해왔던 앞으로의 고통도 살아 있어야만 감내하고 말고 여부가 가능한 것들. 하지만 더 이상 그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고통스러울지언정 희망을 놓지 않는 삶이 죽음보다 더 낫다는 것을 묵언으로 전달해 왔다. '억' 소리가 절로 나는 빚마저 '빛'으로 바꿔버리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따로 전하고픈 말씀 있어요?"

"'기사 보시는 분들, 도와주세요'란 말부터 하고 싶네요. 그리고..."

말하다 말고 더듬는다. 또 턱이 빠졌나 보다. 빠지면 다시 금새 되돌려놓는게 일쑤. 다시 말을 잇는 이 씨는 "씹을 수 있는 어금니만 있으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사는게 힘들다 생각하는 분들, 어금니 두개만 갖고 있으면 저희보다 행복하다는걸 깨달으실 겁니다. 전 한개예요.

그리고 우리 아인 지금 두개 있는거 마저 다 빼야 합니다. 전 그나마 어금니 아빠라지만 쟨 어금니 아이도 뭐도 아니예요."

미국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돌아오면 그는 다시 전국 대장정에 오른다. 이들에겐 삶 자체가 사철내 겨울을 나는 듯 시련이다. 그래도 어금니 아빠는 멈추지 않고 이번엔 다섯걸음 걷고 기도를 한번씩 올리는 5보 기도회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나라에서 거대백악종을 앓는 딱 두 사람의 부녀, 그리고 어찌 매듭지어질지 모를 이들의 미래를 지켜보는 아내이자 엄마. 이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후원계좌안내

예금주 : 이아연 0534-09-005832-7 새마을금고/1002-936-289241 우리은행

후원문의 : 이영학 010-3326-0224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권근택의 다른기사 보기 

<오늘 인터넷엔 무슨 일이?> 뉴스보이 www.newsboy.kr 를 클릭하세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우리가 홍드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시구 동작에 담긴 비밀의 메시지


 
 
  ▲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시구하는 홍수아. 아름다운 투구폼엔 반할 수 밖에 없는 묵언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출처 스포츠코리아)  
 

17일. 다음 스포츠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han50 님이 소개한 '홍드로'의 두산 베어스 입단 기사 반응(http://bbs.sports.media.daum.net/gaia/do/sports/bbs/group1/photo/read?bbsId=F005&articleId=53992&RIGHT_SPORTS_BEST) 때문이다.

'홍드로' 홍수아가 프로야구에 입단했다? 진상은 이렇다. (소개된 기사 http://sports.media.daum.net/nms/baseball/news/general/view.do?cate=23789&newsid=895150&cp=joynews24&RIGHT_SPORTS_EDGELINE)

 
 
 
  ▲ 네티즌들의 폭소엔 한결같이 애정이 담겨있다.  
 

그녀는 16일 김경문 두산베어스 감독에게 직접 명예선발투수 위촉패를 받았다. "항상 불펜에서 대기하겠다"는 답사로 또 한번 박수를 받았다고. 네티즌 역시 애정이 가득 담긴 댓글을 전했다. 

상황을 모르고 댓글란만 훑었다면 이건 마치 슈퍼루키의 탄생 분위기다. 한결같이 "최고의 거물이 영입됐다", "이제 프로야구의 판도가 바뀐다" 등 그녀가 진짜 프로야구 선수가 된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 "22세의 싱싱한 어깨", "군 면제 확정으로 더욱 가치가 빛난다", "올 야구 최대 이슈" 등의 댓글을 나누다 웃음꽃이 활짝 폈다. 놀랍게도 악플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기분좋은 폭소 광장이다.

 
 
 
  ▲ 다음 스포츠 포토포샵 게시판에서 또한번 화제가 된 '홍드로'에 전해지는 메시지들. 진짜 프로야구 선수가 된 듯 반응하는 야구팬들의 유머는 그녀가 시구자를 넘어 그들에 당당한 야구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같은 반응엔 그녀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겨나온다. 그 기본요건은 물론 '홍드로표 개념 시구'다.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투구폼으로 사랑받는 그녀이기에 가능한 모습인 것.

하지만 단순히 시구 동작이 훌륭해서, 포수미트가 펑펑 울릴만큼 정확하고 강한 공을 던져서 이런 모습이 연출되는 것일까. 단지 '멋진 시구자'에 국한한다면 그녀 외에도 많은 이들을 거론할 수 있다. 홍드로의 영원한 라이벌 '랜디신혜', 말을 타고 등장해 멋진 사극 대사를 날리던 정태우, 축제 분위기를 돋구던 바다, 수년전 '인어아가씨 투구'로 관심을 모았던 장서희 등 모두가 인상적인 시구자다. 

그러나 홍드로에 대한 야구팬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일반 연예인 시구자를 넘어 한층 더 각별하다. 야구팬들이 이러한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음은 그녀를 자신들의 영역인 야구에, 그라운드의 또다른 공인으로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게스트'를 넘어 함께 경기를 공유하는 스포츠인의 한사람으로 말이다.

그녀의 시구엔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는 비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본인은 침묵하고 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마법이자 '홍드로'의 진짜 비결이다.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가 팬들을 감동시키는 파노라마.

첫번째 이유는 이미 많은 이들이 공감할 터, '유니폼을 제대로 갖춰입은' 모습이다. 야구팬들은 흔히 여성 연예인 시구자들을 보며 '개념 시구'와 '비개념 시구'를 말한다. 그들은... 아니, '우리'라고 해두자. 우리는 짧은 치마에 구두를 신고 등장한 스타에겐 설령 그 모습이 어느 무대보다 빛나 보인다 해도 외면하고 만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차림새론 크고 제대로 된 투구폼을 보여 줄 수가 없다. 준비 미숙, 무성의란 단어가 네티즌 댓글을 오르내리는 이유는 그 공이 허공을 갈라서가 아니라 '열성'이 보이지 않아서다. 스포츠인도 아닌데 왜 열성적 투구까지 필요하냐 반문할지 모른다. 물론 그건 사실이다. 대신 이 경우엔 그 스포츠 무대의 공기와는 별개의 '초대손님' 정도로 만족해야 함도 사실이다.

 
 
 
  ▲ 이 컷은 마스코트의 '가라! 나의 전사여!' 포즈가 더해져 또다른 역동감을 선사한다. (출처 스포츠코리아)  
 

그런 면에서 홍수아는 등장시 차림새부터 박수를 유도한다. 앞머리에 꼭 눌러쓴 모자에서 꽉조인 벨트까지, 유니폼을 완벽히 갖추고 큰 동작을 펼쳐보이는 모습은 스포츠인의 그것처럼 열정적이고 아름답다. 사진 포착 순간 꽉다문 입은 장엄한 군무의 무희를 보는 듯 기묘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등 뒤에 '홍드로'란 별칭까지 그대로 프린트해 보여주는 것은(물론 그녀의 주변 이들도 합작한 결과일 터) 또 한번 보는 사람을 감탄케 한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그 멋진 투구폼의 결과에 숨겨진 비결이다. 우리들은 그녀의 피칭을 두고 흔히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란 말로 이를 간단히 해석한다. 물론 그녀의 익사이팅엔 빼어난 센스와 자질이 배어나온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이것만으로 저같은 시구가 가능할까. 당연히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 일단은 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실은 그 이유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건 다름아닌 '노력'이다. 아무리 감각이 뛰어나도 상당한 훈련이 없으면 저것이 불가능함을 우린 직감한다. 그저 잠깐의 1구로 끝내는 단발성 외부행사로 인식했다면, 잠깐의 트레이닝 후 곧장 시구에 임하는 것이라면 절대 불가할 결과이며 의심할 여지가 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언젠가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시구를 소개한 적이 있다. 홍수아는 훈련을 맡은 선수와 함께 투구를 반복했다. 기자는 매번 정확히 송곳처럼 미트에 공을 꽂아넣으며 펑펑 소리를 울리는 그녀에 감탄했지만, 실은 그 소리보다도 진지하게 빠져든 그녀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 라라는 좌충우돌 끝에 결국 시구에 멋지게 성공한다(출처 다음 톡틴 애니극장 국내판 서비스 중 캡처)  
 

한일 합작으로 최근 인기를 얻는 '라라의 스타일기'(원작 일본 '키라링레볼루션'/한국 지앤지 엔터테인먼트 제작 참여- KBS, 투니버스, 카툰네트워크 국내방영)란 TV판 애니메이션이 있다. 아이돌 스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엔 주인공이 시구 행사를 맡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운동신경 제로의 소녀가 수없이 공을 던져대며 열정을 잃은 투수를 감화시키는 스토리는 물론 과장과 미화로 포장된 것일 수 있다. "누가 저렇게까지 연습하겠느냐"고.(타이어를 끈다거나 몸에 근육단련기구를 달다 제풀에 묶이는건 확실히 심했다) 그런데 '홍드로'를 보고 있자면 '저럴 수도 있겠다'란 환상을 품게 된다. 어쩜 '아무렇게나 던져도 되는 팬서비스' 정도로 끝낼 수도 있는 시구에서 저 정도 완벽함을 보여주는 것은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기에 가능한 일일까 하고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보여주지 않아도 야구장을 찾은 관중과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 그녀의 사진기사를 바라보는 네티즌은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서 숨겨진 노력의 호흡과 땀내음까지 느끼기에 '언터쳐블 홍드로'를 주저말고 외치는 것이 아닐까. 기자가 말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비결'이자 그녀의 '말 없는 메시지'란 바로 이것을 뜻함이다.

 
 
 
  ▲ '홍드로'라는 닉네임까지 등에 달고 광속구를 뿌리는 그녀, 반하지 않을 수 있는가(출처 스포츠코리아)  
 

그녀에게 우린 '153km 강속구 투수', '홍드로'란 우스갯소리로 화답한다. 단순히 공이 빠르다는 칭찬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몸짓으로 전하는 메시지에 무의식 중으로 "당신의 열정은 그만큼의 자격이 있다"라고 애정을 담아 화답한 것이었으리라. 그리고 어쩜, 그녀는 시구를 통해 연예인으로서의 정열, 그 자체를 함축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 사진의 저작권은 스포츠코리아에 있으며 뉴스보이는 스포츠코리아와 기사제휴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www.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