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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통신]'아주리 탈락에 아주대갤 오폭?!' 웃지못할 디시갤러들의 난


"아아 글쎄 거긴 아냐! 오폭이라니까!"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들여다보면 가끔가다 폭소에 가까운 실소가 터져나온다. 25일 새벽에 벌어진 촌극은 또 하나의 기록(?)이다.

월드컵 E조 예선 최종전, 결과는 놀랍게도 디펜딩 챔프 이탈리아의 탈락이었다. 예상과 달리 파라과이, 뉴질랜드와의 지난 두 경기서 승리없이 2무승부를 기록했던 이탈리아는 그래도 16강 진출이 낙관적이었다.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다시 비기기만 해도 올라갈 가능성이 열렸던 것.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라는 것이 관전자들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3대2 패배. 카테나치오의 명성은 한경기 3실점의 굴욕을 안고 땅에 떨어졌다.

네티즌들의 반향은 뜨거웠다. 이중에서도 가장 동시다발적으로 글이 쏟아지는 '실황중계'급 게시판은 역시나 디시인사이드의 관련 갤러리들. 그런데, 이탈리아의 패배에 생각도 못한 갤러리 하나가 몸살을 앓는다. 축구도, 토토도 아닌 아주대학교 갤러리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ajou)

 

그게... 겉보기엔 꼬라지가 이렇지만 나름 훈훈하게 즐기는 분위기다



갑자기 "털러 가자"는 외침과 함께 난입한 갤러리들의 난동(?). 평소 이탈리아축구를 좋아했던 팬들의 분노일까. 그런데, 어째서 이탈리아팀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대학 게시판에 몰려온 걸까. 로마어를 몰라서?

깊이 생각하면 진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해서 거진 '아무 이유없어' 골짜기에 근접해 있다.

이탈리아 하면 아주리 군단. 그래서 아주대학교 갤러리에서 한을 푸는 상황이다. 그렇다. 디시에선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더 재밌는건 때아닌 날벼락에도 불구, 이 곳 유저들도 마냥 싫어하는 반응만은 아니라는 점. 평소 아주대 갤러리를 자주 이용하던 kirar 님은 "아쉽다 9페이지 털렸네, 그래도 행복하다"고 밝히기도. 이 와중에 "어디서 굴러들어온 (삐리리...)"란 다소 험한 제목과 달리 본문에서는 "너네 때매 북적북적 갤러리 순위에 들것만 같다"고 "땡큐"라 감사해 하는 유저도 보인다.

...참 대단한 양반들일세.

한켠에선 "오폭중지"라며 롯데자이언츠 갤러리로 좌표를 조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는데 이유는 역시 간단하다 못해 상상을 초월한다.

"아주라니까."(사직구장에선 관중석으로 날아간 파울, 홈런볼을 아이들에게 주는 관습이 있는데 이때 '아이한테 주라'를 줄여 '아주라'란 외침이 터진다)

'오폭' 중 한 네티즌은 "여기가 어딘줄 아느냐, 안정환의 모교다"라며 자중을 요구하기도.

한편 일본과 덴마크의 H조 예선 최종전을 두고도 결과에 따라 각자 어디를 털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다행히(?)도 동이 트면서 '화력'이 줄어 사건이 재발하진 않았다. 일반인의 상식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디시갤러들만의 독특한 답방과 소통 문화의 단면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블로거 인터뷰] "바이크 타는 착한 뇨자" 김맴밥
말만한 처자가 말만한 바이크를 타고 말한다, 유별나라 씨




말만한 처자가 말만한 바이크를 타고 말많은 블로그를 운영한다

"바이크를 타고 블로거를 운영하는 여성은 희소하다"는 말에 그녀는 "맞다"고 동의한다. 여성 라이더인 자신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냥저냥"이라고 크게 좋을것도 나쁠것도 없다고 밝혔다.

오늘은 바이크 전문 블로거 김맴밥 님(http://blog.naver.com/zzoka)을 만났다. 본명 유별나라, 만 서른의 포토그래퍼. 이 자리에선 무엇보다 8년차 베테랑 라이더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서울 신촌과 인천을 50CC ST50으로 출퇴근하는 보기드문 여성 라이더.

"50CC로도 서울 인천 정도 장거리는 무난한가 보군요."

"ST50으로 30~40분이면 주파해요. 최고시속 80KM을 넘기고 둘이 타도 70KM 정도? 언덕을 만나도 둘이 탔을 때 65KM정도 나와요." 

바이크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차, 탐나는군.

"생일이 안데르센의 기일"이라는 그녀, "난 카우보이비밥의 스파이크 스피겔과 생일이 같다"고 했더니 "부럽다"고 단번에 알아듣는다. 알고보니 만화와 관련된 전공자다. 본인은 마이너에 가깝다고 하는데, 여튼 매니악한 매력도가 한단계 상승한다.

"인터뷰 해 본적 있나요."

"처음인데요."

서로 첫경험이다. 이 쪽은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을 만나는 게, 저 쪽은 기자나부랭이를 만나서 하는 인터뷰가.

그러고 보니 네이버 블로그 유저는 처음으로 인터뷰 자리에 모신 것 같다. 알고보니 이 밖에도 이글루스, 그리고 맨 처음 했던 싸이월드 등 여러가지의 유저라고. 다만, 지금은 네이버에서만 주로 활동한다고 했다.

"싸이월드 하다가 2004년에 네이버 블로그가 오픈하면서 여기를 열었어요. 처음엔 친구들끼리 노닥거리는 장소였는데 3년전 쯤부터는 본격 바이크 전문으로 팠죠. 라이더로서 블로그가 참 좋은 이유가, 그 땐 지식인 같은데 물어봐도 모터바이크에 대해선 아무런 전문지식이 안 나왔거든요? 헌데 라이더들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자기 경험담이 있는거예요. 서로가 서로를 통해 배울 수 있어 좋아요."

블로그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은 것을 들어보니 소박하다. 블로그 초보시절 자기가 쓴 글에 누가 자기 블로그에다 반박글을 올렸고 그래서 네티즌들이 자기 글을 보러 1200명 정도 들어왔을 때 누가 날 공격하진 않을까 싶어 가슴이 떨렸다고 했다.   
 
최근 5일간 블로그의 접속자 통계는 하루평균 300명 정도. 사실 파워블로거라 부르기엔 적어보인다. 그러나 포스팅할 때마다 덧글이 두자리수로 붙는 것을 보면 꽤나 활기를 띤 것을 알 수 있다.

"눈팅하다가 글이 뜸하면 슬쩍 흔적을 남기고 가는 분들이 있어요. 꾸준히 들러들 주세요."

그녀는 보기 드물게 사진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블로거다. 이 역시 싸이월드서 넘어온 사연과 연계된 것으로 별 부담은 없다고 했다. 덕분에 재밌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가령 댓글에 답글 남기면 남는 아이콘이라던지.





말만한 처자가 말만한 바이크를 타면서 말많은 블로그에 욕도 잘한다

난 블로그를 보며 생각했던 인상과 좀 다르다고 슬쩍 떠 봤다.

"조금 성격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본래는 '안 그래요'.

"난 처음에 여자란게 안 믿겼어요. 남자도 꺼내기 좀 민망한 '좇 to the 망'이라니"

"아하하하하."

안 그렇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면 이 분의 그간 블로그 행적을 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먼저 블로그 'KOREAN MOTORCYCLE GANGS'에서 우린 그녀의 아이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맴밥'이란 묘한 닉네임은 둘째치더라도 아이디가 'zzoka'다. (--;) 그런데 그녀는 네이버를 애용하는 이유 중 하나로 "아이디가 정감 있어서"라고 밝힌다.

프로필은 더욱 놀랍다. "욕도 안하고 남자도 안타는 착한 라이더 김맴밥입니다"라고? 난 처음에 "남자도 안 탄다는게 뭔 말인가 했다"고 털어놨다. 웃는다. 뭔가 대단한...

착한 라이더는 내 관심법에 의거, 맞는 듯. 하지만 욕도 안한다는 건 월드컵응원물결리얼레드틱 거짓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블로거로선 '이 여자, 욕쟁이'다. 아이디는 허세가 아니다. 욕은 물론이요 남자들도 쉽게 꺼내기 민망한 성인용(?) 키워드가 난무한다. 제목에선 '이 쓰레기같은 놈들 이렇게 모에하다니' '허그데이고 ㅈㄹ이고' 등 욕바가지 한뚝배기 하실래예 모드가 드문드문 발동된다. 본문에선 '좇 to the 망', '젖절한' 등 매우 흐뭇... 아니 므흣한 난무 100연격. 덧글에 답글 달 때는 '닥쳐'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거 아시죠? 똑같은 말이라도 이외수옹이 "하악하악"하는 것하고 말만한 처자가 "하악하악하악앝앙가가아하하아가가아가하" 하는 것 하고는 (남자가 듣기에) 임팩트가 틀리다고. 외수옹과는 다르다, 외수옹과는!




말만한 바이크를 타고 말만하면 욕 튀어나는 그 말만한 처자, 매력있다

하지만 말이다.

"근데 욕 잘하는 여자, 매력있어요."

"그렇...죠?"

진심이다. 그렇게 잠시 침묵.

뭐... 내 여자 취향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지.

여튼 이만하면 디시인사이드에서 놀아도 별 문제 없겠어. 바이크갤러리(http://gall.dcinside.com/list.php?id=bike)에서 활동하느냐고 했더니 글을 남긴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보단 라이더스갤러리(http://gall.dcinside.com/list.php?id=bike2)에서 많이 활동했다고. 참고로 누가 두 갤러리의 차이를 두고 "그건 말이지, 라이더스엔 라이더가 글을 쓰고 바이크갤엔 바이크가 글을 쓰는거야"라고 하던데 그럼 뭐야, 난 지금껏 인공지능하고 이야기 했던 거야?

앞서도 밝혔는데 라이더들의 인터넷 공간에 들어가보면 여기저기 활성화된 곳이 많지만 여러 정보나 노하우가 공유되면서도 '여자 라이더'라 하면 매우 신비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여성 유저라고 밝히면 사방에서 감지되는 호기심 어린 시선. 그러나 남자가 여자인 척 하는 짖궂은 장난도 있다. 때문에 바이크갤러리에선 여자라고 할 경우 의심부터 하고 본다. 김맴밥, 그녀 역시 웃고야 만다.

"그렇죠. 저도 많이 겪어봤어요. 여자라고 하면 곧장..."

"바이크갤러리 같은데선 '후로게이'(근데 '후로'가 뭔 뜻인진 당최 모르겠다)냐고 맨먼저 코웃음치죠."

"하하, 맞아요. 사진을 찍어 올려놓고 진짜 여자라고 해도 안 믿고 의심부터 하죠."

그런 점에서 이번 인터뷰는 의미가 크다고 했더니 그녀 역시 또 한번 동감해 준다. 

"근데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어떤가요? 남자 라이더들한테 인기 많죠?"

"아뇨. 여자로 안 보던데요. 형이라고 부르고..."

악 이거 뭐야. 서로 마주보고 잠시 웃었다.

"어때요, 바이크갤러리는 정보적 측면에서 신뢰할만 한가요?"

"음, 제가 보기에 바갤은..."

여기서부턴 우리들끼리의 비밀이다.

"...그렇군요."

"그렇죠."

그녀는 프로다. 그래서 깔쌈하다. 사진 찍는게 좋았다는 그녀, 현재는 영상제작 회사에서 포토그래퍼로 일하고 있다. 바이크를 타고 맹렬하게 질주하다 멈춰서면 데세랄을 꺼내어 정중동의 순간을 창조한다.

"아, 포토그래퍼라고 하기 민망한데. 그냥 배우는 중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갑자기 울리는 전화소리. 아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며 이 쪽으로 부른다. "인터뷰 중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럽다"면서 대신 에둘러치는 말이 글쎄 "내 팬클럽과 미팅 중이야"다. 이 쪽이 더 부끄럽지 않나? 아니 그보단 염치가 없는 거 같은데. 하지만 염치 없는 여자도 매력적인 법이지.

...디시질을 끊던가 해야겠어. 이게 기자가 기사에서 밝힐 것이더냐. 너무 솔직해지잖어.

"혹시 본명이 김맴밥이예요?"

"네버. 본명은 이겁니다."

보여주는 신분증의 본명은 '유별나라'다. 중3때까지도 심히 개명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른이 넘으니 이젠 부모님이 딸래미 이름 이렇게 지어준걸 후회하고 계시다는 인간극장틱한 폭로드립이 터진다.

"택배 아저씨가 그래요. '이거 유별나라 주식회사로 보내면 되냐'고. 내가 '내 이름이다'하고 말하면 그제사 반신반의합니다."

"이름 예뻐요. 다만 성이..."

"그렇죠."

"차라리 성을 바꿔요."

"그럴까요."

"금도 있고 은도 있고"

"난 김이 좋아."

(동시에) "아하하하하하하하"

금은쇠(쇠 금자니까)가 모인다. 산신령 소환할 기세다.
그럼 성이 김 씨도 아니면서 왜 '김맴밥'이냐. 그냥 김이 흔해서 좋단다. 맴밥이란 이름의 유래는...

...

이런, 안 물어보고 왔다.





말만한 바이크를 탄 말만한 독수공방 처자, 라이더 외길 8년에 라이더 바꾸긴 남자 바꾸듯

"그럼 지금 본인은 개명할 생각이 없고요?"

"30년간 써 온 이름인데 이젠 못 바꾸죠."

이제부터 본격적인 바이크 유저 8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라이더에 대해선 묻고 싶은게 참 많았다. 먼저 그간 섭렵해온 모델 이야기부터.

"제가 7개월을 못 가요. 싫증이 금방 나서 기변을 남자 바꾸듯 해요."

정작 남자는 없어서 현재 FA 선언 중. "남자를 안 탄다기에 수녀님인가 했다"고 농을 던지니 그녀는 "남자 대신 바이크와 결혼한 모양이다"라고 밝힌다.

"다만 상대가 맨날 바뀌니 문제지."

그간 몇 대의 바이크를 타 봤느냐고 물었다. 얼추 여덟아홉은 된단다. 처음 입문한건 국내산 125cc 매뉴얼, vf였다고. 그녀가 지금껏 탄 바이크의 배기량은 50CC, 125CC, 250CC... 400CC도 탔다고 했던가? 이 사이에서 엑시브, 몬스터620, CB400, 포르자, 쉐로우, 알렉스125, 그리고 현재 타고 있는, 당분간은 메인이 될 서브 ST50 등 많은 차량의 차주였다. 주인으로선 아니지만 조만간 대림의 신작 Q2의 시승체험단으로 선정된 만큼 신나는 여름을 맞이할 것 같다.
그녀는 앞으로도 기변을 계속할 것이라며 돈이 모이면 600cc를 넘어 1000대까지 넘볼 생각이라고. 지금도 당장 생각하고 있는 바이크가 있단다.

"언젠가 내가 선망하는 바이크를 만나게 되면 그 땐 붙박이가 되겠죠. 내가 좋아하는 건 오프로드예요."

산악용 오프로드 바이크가 갖고 싶다고 했다. 그냥 그 디자인에 훅 갔다고.

"궁금한게 있어요. 바갤에선 바이크가 서민을 위한게 아니라 부르주아를 위한 장난감이라고 겁 주던데. 블로그 보니까 기변도 그렇고 노트북 이야기도 그렇고, 역시나 부르주아?"

"허세예요. 얼마 못 벌어요."

그녀는 벌이의 절반 정도는 바이크에 쏟는다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다만 진짜로 유지비가 그 정도 나오는건 아니고, 이후 목돈이 한번에 나갈 수 있는 걸 생각하면 그렇다고 했다.

"새걸 사는게 나으려나..."

"바이크는 새 거 사는거 아니예요. 너무 빨리 가격이 내려버리니깐."

"어? 중고면 수리비가 만만찮다던데."

"사서 다시 손볼 정도면 너무 싼 값만 골라 찾아서 그렇고요. 좋은 연식과 알아보는 눈이 있으면 괜찮은 짝을 찾아요."

잘은 모르지만 바이크에 대해 이제 석사를 넘어 박사인 듯.
 



말만한 처자가 말만한 바이크를 타고 털어놓는 사고 10번, 도난 2번, 대파 1번의 말많고 탈많은 흑역사



"바이크를 처음 산게 22살때예요.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 시작할 때였는데 아버지한테 오토바이 타겠다고 했더니 믿지 않는듯 웃으며 "그래, 타라"하셨어요.

"그리고요?"

"이틀 뒤에 사고 나서 10달동안 누웠죠. 그 때부턴 아버지 앞에서 '아부지 이거 오토바이 자켓같...'하고 오토바이 말만 꺼내면 '헉' 하세요. 해서 그 때부턴 말을 못 했어요. 가족들은 다 아는데 아버지만 아직 딸래미 오토바이 8년째 타는 줄 몰라요."

공백기도 있었지만 여튼 바이크를 8년 몰았다는 별나라씨. (맴밥 이상으로 중독성 있는 이름이다) 그간 사고경력을 물으니 "뒤에서 살짝 받아주시는 것까지 해서 크고 작은 사고가 10번 있었다"고 밝혔다. "바이크 입문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나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은 살짝 충격이다. 다만, 본인 과실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제일 큰게 처음 그 사고였고요. 그 땐 제가 바이크에서 튕겨나오면서 어깨와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어요. 병원 입원은 두번인가 했고. 작은 사고는 올해만도 4월, 5월에 한번씩."

양 쪽 팔꿈치에 상흔이 있다. 사고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사고가 나면 꼭 다치는 곳이 턱"이라는 그녀, 안전을 위해 "헬멧은 오픈페이스는 물론 시스템헬멧(접히는 풀페이스)도 위험한 만큼 8만원짜리 싸구려지만 풀페이스를 쓴다"고.

"도난 사고는?"

"두번 당했어요. 같은 기종에서. 한번은 찾았는데 두번째는 못찾았지요. 그냥 바이바이했어요."

액시브라 했던가, 125cc 한대가 그렇게 사라졌다. 그녀는 "도난은 그냥 운명이려니"하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만하면 해탈 수준이다. 지금 타고 온 ST50엔 도난장치가 있느냐고 했더니 아무것도 없다고 밝힌다. 도난경보기를 설치해도, 셔터를 내려도 핸들락을 해 놔도 CCTV 앞에 내 놔도 트럭앞엔 장사없단다. 125CC 이상은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떼면 그만"이라고. 여러모로 아픈 역사다. 

한번은 다른 사람에게 키를 맡겼다가 그만 그 길로 굿바이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잘 모르는' 후배한테 애칭 '포식이'(폴)인 포르자를 시승시켜줬다가 그 잠시 사고가 나며 대파. 문제는 '아마 죽을때까지 만난걸 후회할 거'라는 그 후배가 알고보니 무면허였다는 거, 게다가 '잠수' 테크트리까지 탔다. 덕분에 혼다의 빅스쿠터는 은하수 건너 오마니를 만났고 배웅길의 그녀에겐 눈물의 융단폭격.

...어째 시는 내가 쓰는군.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녀의 시 '포식이를 위한 레퀴엠'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http://blog.naver.com/zzoka/70070192974)




말만한 처자는 말만한 바이크를 맹렬하게 타고, 말만한 처자에 말많은 세상에 던지는 말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탄다"

그것뿐이랴, 한국에서 바이크 라이프란 여러모로 순탄치 않다. 먼저 제도상의 문제. 한국만 바이크 유저가 괴롭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동남아는 워낙 생활화가 되어 있어서 사륜차보다 이륜차가 더 많고요, 유럽은 규제 강하게 할건 하고 느슨하게 할건 또 하고, 세금 물리고 뭐하고 할거 다하게 하면서 맘놓고 타게도 해주죠."

"거긴 고속도로 진입도 되잖아요."

"우린 주차하는데도 어렵잖아요. 어디 식당같은데 들어가려고 주차하려면 돈 주고 주차증 끊으려 해도 손사래를 쳐요. 그렇다고 바깥 도로에 세워두면 그건 또 불법이거든요? 그래서 불같은 성격의 라이더는 관공서 가서 따지지만 돌아오는 답은 '우리도 답이 없다'예요. 알아서 잘 하라는거죠. 제도적 장치가 아예 없어요."

그녀는 자기가 헬멧을 쓰면 어려보이다 보니 나이어린 여자 라이더를 우습게 보고 초장부터 "야, 오토바이! 훠이!"하고 주차를 막아서는 아저씨들이 있다고 밝힌다. 그럴 경우엔 물러서지 않고 싸운다고 했다. 좋게 말하면 "아 예"하고 물러서지만 이럴 경우엔 본인도 무자비하다. 일전엔 그럴 경우 전화로 인근 가족이나 친구 중 남자를 불러 해결했지만 이젠 혼자서도 다 해결해버린다고.

얼마전 올린 포스팅 중엔 이런 글이 있다. 여자 라이더로서 도로주행을 하다보면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 중 짜증나는 열가지를 모아 놨다. 이 중엔 여자가 바이크를 탄다고 위험하다고 하는 사람, 내 친구가 바이크를 타다 죽었다는 사람, 집에선 뭐라 안 그러냐고 묻는 사람 등이 포함돼 있다.

"오지랖이죠."

"그럴 경우엔 뭐라고 하나요."

"아, 네."하고 그냥 말아요.

여자가 바이크를 타면 생판 모르는 사람이 뭐라고들 하는데, 난 이 부분에서 '키노의여행' 중 에피소드 한편을 떠올렸다. 서른살 가량의 남자가 다가와선 '그녀'에게 "젊은적 객기로 모토라도를 타는건 부질없고 죽기 일쑤"라고 경고를 하지만 실상은 그도 공처가가 되기 전엔 라이더였다. 어쩜 그건 전혀 다른 내면의 뭔가가 작용한 것일지도 모르지. 여튼 그렇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밌는 세상이다.

"보험은?"

"책임보험을 들어요. 종합보험이래야 대인 대물 보장이 높아지는 정도? 자기손해까지 보장해 주는 보험은 서른다섯살 이상 남자에 무사고니 뭐니 하며 사실상 돈을 내겠다고 해도 못 드는 게 사실이예요. 저같은 사람은 비싼 보험료 내겠다고 해도 받아주질 않아요."

헬멧을 써도 뒤에서 보면 영락없는 여자다. 바이크타는 여자는 약자일 수 밖에 없다. 뒤에서 위협하는 차도 있다고.

"일전엔 거기에 눌렸지만 요새는 그냥 무시해요. 그래도 맘 속으로는 겁이나죠. 확 박는 거 아닌가 싶고."

"그래도 얼마전 스쿠터(50cc) 열풍으로 수요가 늘고 인식도 좀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큰 변화는 없다"고 밝힌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것은 라이더를 곧 폭주족으로 모는 부정적 시선일 터. 그녀는 인터뷰 전 내 기사 중 고 김의환 씨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고 밝혔다. (http://kwon.newsboy.kr/178) 2년전, 한 젊은 라이더가 고의적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이를 보도하는 방송이 사망자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멘트를 사용하고 악플러들도 이 사람을 폭주족으로 몰아가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를 평소 잘알던 사람들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서명운동 등에 나섰고 이는 상당한 반향을 얻으며 1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당시 인터뷰에 응해 주었던 지인은 마지막길에서 오명을 벗겨줄 수 있었다며 담담히 밝혔다. (http://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2983)

"당시엔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난리였었죠."

"괜찮나요?"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해요."

"연예인 라이더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졌을 때도 같은 일이 있었잖아요. 이언 씨하고 먼데이키즈 김민수 씨. 그 때도 악플러들이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곧장 폭주족으로 몰며 '잘죽었다'고 악플을 달아 내가 기사로 담았었어요. 꼭 그렇게 안타까운 쪽으로 바이크 이야기를 싣게 되더군요."

"그 때도 '아 쟤들은 당연히 또 저러겠지' 했어요. 바이크를 타다 누가 사고 나면 '폭주족이 사고를 냈구나' 하고 또 그러겠죠."

"속상하지 않고요?"

"달라지질 않으니까, 이대로 그냥 악플러는 악플 달고, 저는 저대로 마이웨이죠."  





말만한 처자가 말만한 바이크를 사랑하는 이유 "그래도 사랑해"

그래도 그녀는 바이크가 좋단다. 숱한 어려움을 달고 살건만 무엇이 이토록 바이크의 마력에 빠져들게 하는건가. 어떤게 좋으냐, 속도감이 좋으냐는 물음에 정작 속도를 내면 겁이 난다고 했다. 소심한 라이더라고. 단지 바이크를 타며 사진을 찍는 생활이 좋다고 했다. 바이크를 사진 속에 담는 순간은 대단한 즐거움이다.

"그냥 좋아요. 왜 사람이 좋아지면 그 사람의 모든게 좋아지잖아요. 머리가 길어서 좋은게 아니라 이 사람이 좋으니까 그런 모습도 받아들이게 되는거고. 달리는것 때문이 아니라 바이크의 존재 자체가 좋은거예요. 어릴 적, 서너살 때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8년째 타고 있고."

"앞으로도?"

"응!"

"몇살까지 탈 거 같아요?"

"몸이 말을 들을 때까지, 백발에 할머니가 되어도. 몸이 말을 안 들어서 배기량이 크고 피로가 큰 바이크로 장거리는 못타게 되겠지만 그 땐 작은 스쿠터로라도 동네를 달릴 것 같네요."

그녀는 바이크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하고 산다고 했다.

"내 나이가 한국나이로 서른 둘인데, 하고 다니는 복장을 보면 내 나이 같지 않잖아요?"

"서른둘이면 충분히 젊은 나인데."

"한창 젊죠. 그래도 서른두살 여자라고 하면 대개가 직장생활하면서 세미정장으로 다니고, 바이크가 아니라 차를 몰고, 또 주말이 되면 명품 백, 명품 악세서리를 소지하는 걸 대개 사람들이 떠올리잖아요?"

"대신에 명품 헬멧, 명품 머플러를 선망하지 않나요?"

"이 쪽, 라이더 세계로 모든게 바뀐 거죠."

"결혼할 남자도 라이더이길 바라나요?"

"꼭 그렇진 않지만, 일단 내가 라이더임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이라면 같은 라이더가 편하겠죠."

"자신의 아이가 라이더를 하겠다면 말릴 건가요?"

"결혼 생각도 당장 없고 아이 생각도 없지만 만일 낳게 된다면 서너살부터 일본으로 라이더 유학을 보내고 싶어요. 만일 재능이 없어 못 타면 '넌 왜 니 아빠만큼 못 타냐'고 야단치고..."

"아빠? 엄마가 아니고?"

"애를 라이더로 키울 거면 당근 아빠도 라이더겠죠?"

아아, 결국 이 분이 원하는 백마탄 왕자님은 빅스쿠터 안장에 앉은 왕자님이란 거구나.

"위험하다고 반대는 않겠단 거군요."

"탄다고 하면야 내가 더 조기교육으로 완성시킬건데?"

헤어질 때쯤 난 풀페이스 헬멧을 쓴 그녀에게 "앞으로도 개인적인 인연으로 엮이고 싶다"고 밝혔다. 나도 바이크 유저가 되면 이래저래 도움을 청할것 같다고 했더니 "그래야죠, 또 만나야죠"라 답해준다.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모르지. 어쩜 내가 저 사람과 거래를 할지도.
열심히 벌어놔야 겠다.




에필로그 -

나 - 국장. 나도 스쿠터 한 대 사주면 안돼요? 취재용으로...

국장 - 배째 섀꺄...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권근택의 오아시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권근택


한국축구에 미스테리 꼬꼬마들이 떳다. U-17의 8강 드라마
지금은 웃고 마는 새벽의 인터넷 관중석 말,말,말 外


새벽 3시의 환호. 아직도 심장고동이 안정되지 않는다.
한국 축구에 미스테리 꼬꼬마들이 떳다. 나이지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17세 이하 세계청소년 월드컵에서 한국 17세 대표팀이 멕시코를 상대로 드라마틱한 승리를 엮어냈다.

내용을 복기한다. 한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시종일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면서 분전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전반 종료가 임박했던 43분, 단 한순간 수비 라인이 깨지며 상대에 첫 골을 허용했다. 마드리겔의 슛을 김진영이 몸으로 막아내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후반에도 불안한 기운은 계속 이어졌다. 동점골을 염원했지만 쉽게 골문이 열리지 않는 경기였다. 후반들어서 팽팽하게 밀고 당기던 두 팀, 후반전도 5분여가 남은 상황서 한국은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멕시코의 프리킥. 세트 플레이에서 센터백 알바레즈의 헤딩이 그대로 골문을 통과했다. 기뻐하는 멕시코 선수들과, '들어갔습니다'라며 허탈해하던 SBS 스포츠 채널 중계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계석의 낮아진 음성은 그렇게 꽤나 오래 흘러갔다. 낙담한 팬들이 채널을 끄기엔 충분한 시간. 그런데. 

갑자기 어느 순간 중계진이 바로잡는다. 오프사이드. 스코어는 2대0서 1대0으로 다시 원위치하고 캐스터는 "다행입니다"를 연발.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청자들 혈압을 올리는 급반전이 시작된다. 경기는 로스타임으로 돌입했지만 잔여시간은 4분이 주어졌다. 넉넉한 시간. 그러나 그리 오래 갈것도 없었다. 46분 20여초께, 멕시코 골문 앞의 한국 파상공격 중 그림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미드필더 윤일록이 중앙으로 패스를 찔러 넣는다. 페널티 박스 안엔 많은 선수가 들어차 있었지만 공은 박스 바깥으로 간다. 다소 먼 거리. 그런데 거기에 해결사가 있었다. 포워드 김동진이 왼발로 논스톱 발리슛. 감각적인 직선 코스 슛은 키퍼와 수비수 사이의 필드를 훑어내듯 갈랐다. 그리고 그대로 동점골이었다.

그것은 수학공식을 보는 듯한 각도의 예술이었다. 감각과 배짱으로 짜낸 결정력.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그리고 그대로 후반 종료. 


"내가 귀신에 홀린거냐? 2대0까지 보고 껐는데 인터넷은 1대1?" - 디시인사이드 국내축구갤러리 'ㄴㅇㄴ' 님
"빼서 옮김" - 낙양성의 복수 님


디시인사이드 국내축구갤러리는 축구경기 이상의 멘탈리티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지난번 U-20 월드컵팀의 8강 기록이 가속화된 독일전에서 1대1로 명승부를 보였을 때만 해도 "둘다 못한다"는 혹평이 쏟아지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형들에 이어 이들 역시 화끈한 경기력으로 조별예선을 돌파했던 것에 고무된 듯 이들은 "져도 괜찮아"라며 흥미롭게 관전하고 있었다. 동점이 된 이후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꼬맹이들 잘하네 져도 괜찮아" - 보물선 님


갤러리들은 어느샌가부터 이들을 '꼬꼬마들'이라 불렀다. 어린 선수들이 당차게 공을 차는 것에 '꼬꼬마들 왜캐 잘하냐'고 애정 어린 목소릴 냈다. 확실히 경기내용에 있어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선수들이었다. 멕시코는 연장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반면 한국은 비로소 발동이 걸린 듯 도무지 지친 것 같지 않은 힘을 보였다. 멕시코가 골키퍼에게 보내는 공 조차 실수, 코너킥을 허용하는 반면 한국은 리턴패스로 페널티 라인을 돌파하는 능력을 보였다. 한국 축구 특유의 근성은 물론이요 그간 보기 힘들었던 기술과 패스까지. 마치 잘 단련된 야수 같았다. 이기기 위한 경기가 아니라 감동을 주는 경기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성인대표보다 더 정확해 보이는 슈팅이었다. 논스톱 발리, 시저스킥 시도, 다이빙 헤딩에 보이는 집념. 어김없이 이는 유효슈팅으로 이어졌다. 더 바랄게 없는 완성도. 한국에 이런 아이들이 있었나. 이런 '멋진 꼬마들'이.




게시판 분위기는 훈훈해졌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보기드문듯 하면서도 한번 분위기 타면 겉잡을 수 없는 훈풍이 제대로 불었다. 애정을 가득담아 '꼬꼬마'를 연호하는 사람들.

캐스터가 "부모님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진다. 피마르는 혈전 속에서 일순간 터지는 웃음보. 그것도 나름의 서비스였다.  


"만화보는거 같아. 판정부터 밀리다 겨우 동점, 연장가니 신나게 하다가 상대 위협적 공격까지..." - 이코노미K 님


일본의 명작 만화 중 캡틴 츠바사라고 있다. 난 갑자기 이 작품의 15세 청소년축구대회 중 빗속의 준결승 전을 떠올렸다. 극적으로 살아난 팀이 연장전서 죽을만큼 뛰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드라마. 국내판에서 로컬라이징되는 바람에 이들이 일본선수가 아니라 한국선수인 줄로만 알았던 시절이다.

연장 30분에서도 승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놀라운건 휘슬이 울리고 PK전에 돌입할 때 선수들의 밝은 표정이었다. 


"아따 키퍼 잘생겼다" - 부광 님


김진영 키퍼는 놀랍게도 사선에 서기 직전 환히 웃어보였다. 그리고 첫 키커의 슛을 방어했다. 잘 짜여진 극본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잠근 멕시코와 달리 한국의 첫 키커 이강 선수는 백전노장이 차듯 성공시킨다. 이때부터 한국의 키커들은 원,투,쓰리 연속 성공. 승부차기조차 짜임새 있는 실력을 보여준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엔 성인 국가대표팀보다도 이들의 역량이 더 멋져 보이는 것을. 

3,4번 주자 김진수, 이정호 선수의 세레머니는 인상적이었다. 경기를 즐기고 있었던 것. 가볍게 차고 즐거이 팬서비스를 하는 모습. 도무지 질 것 같지가 않은 막연한 기분이 나를 지배했다. 그리고 인터넷 속에선 실시간으로 달리는 환성. 이것은 축제였다. 새벽의 축제. 2002년 월드컵 16강의 즐거움을 뜻밖에도 이 어린 선수들의 월드컵에서 다시 느낄 줄이야. 

마지막 키커 이민수가 결정짓는 순간. 87년 이후 한국이 22년만의 토너먼트 진출에 이어 8강 기록까지 재연하는 순간이었다. 중계석은 울음 비슷한 환호성을 쏟아낸다. 게시판도 뒤집힌다.


"잠은 다 잤어요. 가슴 뭉클함" - 상꼬꼬마 님


같은 시각, 포털 다음의 문자중계 게시판에선 새벽 3시에 이르렀는데도 10만여 응원표가 누적돼 있었다. 응원 댓글은 딱 2470개를 채웠다.




한 다음 유저가 "아 내일 출근 어떻게 하냐"고 우는 소리를 냈다. 3시 27분 등록된 글이 이 게시판의 마지막 글이었다.
 
다시 축구갤러리. 한 갤러리가 때늦은 후회를 한다. "2대0에 TV 껐는데 한국이 이겼다네..."라고. 그는 "끝까지 포기않는 선수들처럼 함께 했어야 했는데 시청을 포기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며 8강은 반드시 끝까지 간다고 했다. 결국 축구갤러리는 8강 상대를 결정짓는 나이지리아와 뉴질랜드의 다음 경기가 끝날때까지 열려있었다. 


"뭐야 왜들이래 난 무덤덤한데 난리도 아니네. 하하" - 네 님

"나도 첨엔 무덤덤. 큭큭. 그러다 동점에 승부차기 승리하니까..." - 그냥지성 님


디시 축구갤러리들은 이들에 꼬꼬마란 별칭을 붙여줬다. 그리고 난 여기다 '미스테리'를 추가로 붙였다. 한국 축구에 이런 황금세대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경외감에 즉석으로 붙여본 별명이다. 결국 난 오늘도 밤을 새고 만다. 지난번 밝혔듯 지독한 불면증을 또 행복감에 젖어 이어가야 한다. 물론, 며칠 후의 하룻밤을 또다시 예약하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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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유식대장의 이별편지에 디시인들 댓글 살펴보니...


22일, 디시인사이드(http://www.dcinside.com/)의 모든 갤러리에 공지로 걸린 김유식 '대장'의 메시지.
 



횡령 혐의로 수형 중인 김유식 대표는 구치소 안에서 항소심을 기다리는 자신의 입장이 아닌, '대장자리'(대표직)를 내놓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덤덤히 꺼내고 있다. 10년간의 영욕을 뒤로 하고 남는 기억들, 극적이었던 결혼, 그리고 "여러분의 곁을 떠나야 합니다"라는 짧은 한줄의 요지. 이를 두고 그는 "결코 잊을 수 없는 30대를 보냈다"고 밝힌다. 팝업 창으로도 뜨지만 이 글은 댓글을 달 수 있는 본 게시판(http://gall.dcinside.com/list.php?id=know&no=21&page=1&category=&bbs)에서만 벌써 사흘새 6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 또한 2000건에 달하며 디시계 화제로 떠올랐다. 

댓글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김유식 대표라 칭하는 것보다 '기뮤식', '유식 대장'이 더 입에 붙은 갤러리들.




이 와중에서도 댓글돌이가 등장하는 모습에 기분이 묘하다. 아니나다를까 '용이' 님은 "이 와중에도 댓글돌이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구나"하고 실소하기도.

여하튼 각 갤러리로 링크된 공지게시물로 유입된 각 디시인들은 대체적으로 그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죄인인거 사실 아니냐'며 냉담한 반응도 있지만 대개는 '대장 돌아와요'를 말하는 상황. 한 갤러리는 "디시라는 곳을 열어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지도 못했다"며 뒤늦게나마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잘못했으면 사퇴말고 돌아와서 되돌려놔라"는 칼칼한 격려도 있다.

항소심이 남은 상황서 판결이 남은 상황이지만 여부를 떠나 그래도 이들이 이같이 큰 반응을 담아 김 대표를 응원하는 이유는 뭘까. 댓글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이에 대한 답변이 될 만한 어느 갤러리 글이 보인다.

"김뮤식 대장이 없는 디시는 그게 디시냐" (ㄴㅁ 님)

"디시생활 9년차인데 좋은자리 만들어줘 고맙단 소리 한번도 못했소" (플러그 님)

"죄값은 치러야 하지만 디씨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나중에 봐요" (에스와이번스 님)

항간에선 "그도 억울한 피해자일뿐, 개인적 이익 취한거 없다"라는 주장이 보인다.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터넷화제를 몰고 오는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였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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