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바의 칵테일] 15. 갓마더, "엄마 날 구해줘요"





때는 5월말.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러모로 쫓아다닐 곳이 있었다. 선거란 정치쪽을 건드리는 기자에 있어 정말이지 무궁무진한 지면을 할애해주는 특수다. 사진기 메모리카드를 빼어다 필름 훑어보듯 주욱 돌아보면 셔터를 많이도 눌렀다.

그러고보니 칵테일 이야기 하나가 번외편 마냥 끼어 있다. 이건 취재가 끝나고, 지인과 한잔 할 때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에에... 보자.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해찬 전 총리가 파워블로거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가졌을 때다. (http://kwon.newsboy.kr/1691) 끝나고 나서 이글루스의 디지털 괴물 자그니 님, 그리고 김진애 의원실의 신우석 보좌관과 한잔 하게 됐다. 미리 말하는데, 진짜로 딱 한잔씩만 했다. 그러나 그 한 잔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  

갓 마더. 이번에 소개할 황금빛의 칵테일이다. 얼음의 실버와 음료의 골드가 한데 모여 럭셔리한 광채를 뿜어낸다. 외관에 있어서는 어떤 칵테일보다 비싸 보이는 한 잔. 가격이... 8000원? 9000원? 아니 1만원이었나? 꽤나 얼큰했던 터라 기억이 가물하다. 8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하자. 부정확하나마 아는대로 다 밝히는게 자신없게 콕 찍어 단정하는것보단 나은 보도렷다.




얻어먹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는 법이다. 한번도 와 본적 없는 술집, 그러고보면 지상 2층의 플로어도 처음이다. 일전에 돌아다닌 3곳 모두 창 없는 지하였던 반면에 여긴 밤의 네온사인이 어른거린다.
저 황금색 술잔은 알콜에 면역력 없는 이를 바커스의 곁으로 인도한다. 어찌 그리도 강렬한지. 입에 가져다 댈때 진한 박하향이 선봉장으로 찾아오고, 진한 단 맛이 본대로 진군해 온다. 마지막 입에 뗄 대는 강하다 못해 독한 알콜기운이 마무리. 저 한잔에 내 이성은 "정신차려!"를 수없이 외치며 채찍질해 왔다.

여기서 꿀과 벌을 연상한다. 달콤한 꿀, 황금색 젤리, 그리고 톡 쏘는 벌의 침. 이 한 잔에 다 담겼다.




술잔을 저만큼 비우는 것도 벅찰 지경이다. 마취되는 느낌. 차라리 그 기운이 꽤 오래 이어지니 한동안은 편하다. 그러나 졸음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가 자꾸 내 머리를 무겁게 만든다.

"무슨, 독주를 드시나."

신 보좌관이 웃는다. 자그니 님은 기도 안차다고 생각했을 거다. 얼마나 독하냐. 저 빨대를 빼고 직접 입을 대니 어느순간엔 갖다댄 입술조차 얼얼하고, 저 한모금을 머금었던 입안은 치과에서 느끼는 그것마냥 감각이 없다.

지금껏 마시던 칵테일 중 단연 돋보이는 강한 알콜도수. 갓마더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감각과는 전혀 다른 맛. "엄마 나 좀 구해줘"하고 외치게 되어 갓마더는 아니겠지. 절대 이름만 듣고 안심한채 주문하지 마라.

그러고보니 작년 이맘때 소개했던 갓파더(http://kwon.newsboy.kr/1290)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케 한다. 갓파더와 갓마더는 들어가는 술의 종류만 다를 뿐, 나머진 동일한 술로 알려져 있다. 갓파더가 조니워커라면 갓마더는 보드카로 승부한다. 갓파더는 은근히 취해가지만 갓마더는 그럴 여지를 주지 않고 초장부터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갓파더도 꽤 강했지만 이건 그 이상. 술 꽤나 할 거 같은 대부와 대모다.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워낙 세다 보니 그 이름에서 전달되는 것만큼 어른의 맛을 만끽하는데는 더할 나위 없다는거. 다만, 술이 약한 사람이라면 이거 한잔 내려놓고 그냥 돌아갈 생각으로 주문할 것.




잠깐 한 컷. 이 두 사람, 그리고 나. 이 날 꽃피운 이야기는 역시나 세상 돌아가는 것들이다. 앞을 알 수 없는 시국. 쉽게 발담그기 힘든 시류.

혼미한 기분으로 잠시 잊고 싶다면 갓마더는 훌륭한 선택이다. 주당이 아니라면 한모금 한모금 들이킬 때 여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들을 잊을 수 있다. 돌아갈 땐 몸을 가누는 데 신경쓰느라 역시, 침대에 몸을 뉠 때까지 머리를 비울 수 있다. 단, 다른 칵테일보다 조금 단가가 비싼 건 감수할 것.

추신. 멋진 한잔을 사 준 신우석 보좌관에게 감사.


갓마더
종로 주점 70's radio
가격 8천~만원
레시피 - 보드카, 아마레또, 물과 얼음과 비워야 할 꽉 찬 머리
촌평 - 뒤끝이 없어 안심. 그래도 꽤나 독하니 주의할 것. 박하향과 단 맛 또한 강렬하기 그지 없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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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14. 로맨틱드림, 봄꽃에 적시는 꿈




서울 신촌 젊음의 거리.
지난 주, 그 때만 해도 이렇듯 벚꽃이 한창 폈다. 이젠 다 졌을 거지만. 한 주가 지나도 아직 남아있는 그 맛을 음미하며 글을 적는다.

벚꽃 비롯하야, 봄날의 꽃은 이리도 한순간의 꿈만 같다. 1년에 딱 1~2주, 정말 아름답게 봄날의 설경을 피워놓고선 흔적도 없이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다시 1년 뒤를 기약해야만 하는 예쁜 기억을 남겨두고. 커플은 좋겠다. 이런 날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으니.

꽃잎은 떨어지는데, 고독한 전사는 마음에 혹해 모처럼 바에 들어가 한잔 홀짝일까 망설인다. 그 때, "어 안녕하세요"하고 누가 붙든다. 마침 바텐더가 거리에 나와 있었다.

"거리 상황 좀 보려고 나왔다"는 그와 함께 바에 들어섰다.

"봄날의 벚꽃과 잘 어울리는 메뉴 좀 추천해줘요"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메뉴판을 다 들여다 봐도 뭐랄까, 여름날을 연상케 하는 이름은 많아도 봄날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가 찾은 것이 바로... 이거였다.




로멘틱드림. '로멘틱한 꿈의 달콤한 딸기 맛'이라. 마치 남성 화장품 문구같은데 이거.
"알콜 도수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는 설명을 들으며 한 잔을 기다렸다.

조금 있다 보니, '벚꽃 음료'가 나온다.




그렇다. 한순간 벚꽃을 갈아서 만든 음료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흰색 안에 수줍은 듯 자리한 분홍빛깔의 벚꽃, 꼭 그 색깔같다.

거품잎 속으로 스트로우를 밀어넣고, 가볍게 빨아본다. 벌이 꿀을 탐하듯.

무지하게 달다. 딸기향과 함께 달콤한 맛이 감도는데, 정말로 알콜 느낌은 거의 없다. 누가 짖궂게 어린 아이한테 한잔 건넸다간 그 아이, 멋도 모르고 계속 마시다가 홍알홍알 거릴 법 할 정도다. 내가 마신 술 중엔 제일 그 본연의 것과 거리가 먼 술이다.

향은 생각보다 진하다. 진한 단 맛과 더불어 어딘가 '끈적한' 느낌마저 동반한다. 천천히 마신다고 마셨는데, 그래도 쉴 새 없이 홀짝인 탓에 금새 잔이 가벼워진다.




줄어든 잔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한순간 강렬하게 기억을 남기는 그 한 잔은, 정말 빨리도 사라져간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꿈'을 이름에 담을 법한 그런 칵테일이다. 그야말로 한순간의 꿈과 같은 술.

"무엇이 들어가느냐"고 물었더니 "피치 쥬스'와 딸기 시럽이 들어간다고. 그리고 여기 들어가는 술은 다름아닌 '약간의 럼'. '조금'들어간다는 말에 강조가 담긴다. 정말이지 칵테일의 단골 레시피다.






어느새 꿈은 그렇게 끝이났고, 난 물 한잔과 함께 꿈에서 깨어났다.






바깥은 여전하다. 날이 저물었어도 꽃은 불빛에 절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흐드러질듯한 수만의 꽃잎. 저 꽃잎도 금새 사라지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존재한다. 아직 꿈은 좀 더 꿔도 된다.




로맨틱드림
신촌 바 BM
가격 6천원
레시피 피치샤워, 딸기시럽, 약간의 럼 등
촌평 - 로맨틱한 드림, 그 이름 그대로 한순간의 강렬한 청량함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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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13. 쿠바리브레, 결전의 날 기울인 한 잔




결전의 날.
누구에게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결전의 그 날이 있다. 내게도 찾아들었다.

심기일전의 그 날을 앞둔 전야. 난 스스로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고자 BM을 찾았다.

"제가 내일 중요한 시험이 있거든요. 이런 날 전의를 가다듬을 만한 메뉴 없을까요?"

매니저 바텐더가 추천해준 것은 '카미가제'였다. 일본의 카마가제 특공대가 출격 전에 한잔씩 마셨다나. 하지만 지금의 나하곤 맞지 않았다. 독한 술이라는데 취기로 동요를 가라앉힐때라면 모를까, 지금 나는 일정에 지장이 없을 법한 스무스하고 감미로운 응원을 원했다.

그러자 다시 추천해 준 것이 바로, 이 한 잔이다. 쿠바리브레.  



쿠바리브레. 남미의 정서가 담겨 있으려나.

"럼 콕에다가 ...를 넣고..."

콕 종류로군. 콜라로 만들어내는 칵테일이 많기도 하다. 럼주와 코카콜라, 그리고 라임주스를 대신한 뭔가를 넣는다고 하던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 기본 레시피는 라임 주스란 말씀.

향이 상당히 멀리 퍼진다. 저 언더락 글라스에서 피어나는 향기, 지금은 단종됐는지 보이지 않는 펩시 트위스트의 그것을 느끼게 하는데.

럼주야 독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주인장이 약하다고 하니까, 믿고 마셨봤다. 첫 느낌.

으음.

...

빨대로 잘 들어오지가 않는다. 오호라, 역시나 레몬즙이 끼어서 사람 얼굴을 붉게 만든다. 취해서가 아니라 빨아들이기 힘들어서. 웃흥.(--;)

이 술은 너무나도 명쾌해서 설명이 쉽다. 지금껏 마신 어떤 술보다도 신 맛이 강한 음료.

칵테일에 익숙해져서인지, 아님 정말로 그 기운이 약해서인지, 이 술은 술같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정말로 탄산음료마냥 벌컥댈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선 알콜보다 들이키기 더 힘들수도 있다) 덕분에 아주 오래도록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콜라가 주 레시피라지만 콜라의 그 달콤한 느낌조차도 싹 가셔 있다. 정말로 이 술, 레몬인지 라임인지 신 과일의 맛이 강렬하다. 붉은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을때의 그것과 비슷한 청량감.

"근데 이 술하고 시험의 파이팅하고 관련이 있나요?"

"아뇨..."

"......"

기사 쓰기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어주신다. 하지만 '스태미너 보충'이란 측면에 있어선 꽤 근접한 테마다.

왜 있잖은가. 운동 선수들이 하프타임 때 휴식하면서 레몬 음료 등 신 과일의 그것을 섭취한다고. 더운 날, 격한 운동으로 찾아오는 극심한 체력소모와 탈진감에서 빨리 회복시켜 준다는 그 신 맛, 이 한 잔에 제대로 녹아들어 있다. 비록 격무나 격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마음을 팽팽히 당겨주는 듯 하는 그 긴장감 어린 맛이 꽤 만족스러웠다.



약한 도수...라곤 하지만. 반잔쯤 마시니 예상 외의 취기가 찾아온다. 통로막힌 빨대로 조금씩 밀어올렸는데도 불구, 잔이 저 정도 비었을 땐 알콜 특유의 어질함이 머리속을 감돈다. '엄습한다'는게 딱인 표현.

뜻밖의 안주가 찾아왔다. 그와 나의 공통화제.

"어떤 시험이시길래..."

"아, 그게..."

"어라? 그거 나도 한때는..."

별일이다. 하긴, 기자나, 바텐더나. 어찌 보면 모두 이어질 법한 일이긴 하지. 서로 같은 화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어가는 대화만큼 맛있는 안주도 없더라. 덕분에 아주 즐겁게 잔을 비워갈 수 있었다. 이 날 나는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즐기는 법까지 함께 체득한 셈이다. 



마지막엔 레몬즙을 꺼내 깔끔히 뜯어 먹는 센스. 추하지 않게, 댄디하게 레몬을 발라먹을(?)수 있는 방법 아시는 분 어드바이스 좀 부탁한다.

"어우, 생각보다 취하는데요."
"그쵸, 럼이 들어간데다가, 무심코 얕잡아봤다간 나중에 곤란해 질 수 있는 술이예요."

기분 좋은 내일을 위해, 좋은 컨디션을 위한 전날밤의 잠자리에 이 술이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유래를 좀 알 수 있을까 싶어 나중에 찾아보니, 아아 그렇군. 만화 바텐더에서 잠깐 나왔던 칵테일. 아마도... 그 쿠바의 국민 가수에게 건넸던 메뉴로 기억한다. '자유의 쿠바'란 이름도 그렇거니와 그 가수가 매우 반기며 '쿠바 리브레!'라 외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데 거기선 알콜이 거의 없는 술로 그려지지 않았나? 지병이 있어 술을 마셔선 안되는 그녀에게 잔을 내놓고, 이에 항의하는 관계자에게 '물론 이 술도 안 마시는게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다'고 설명했었지 아마?

글쎄올시다. 막상 마시고 보니 순간 휘청하기도 했건만. 나, 나는 뭐 잘못되면 이 정도 술도 못마시는건가. 씁쓸하구만.


쿠바리브레

언더락

기본 레시피 럼, 콜라, 라임주스 내지 대체제, 얼음.

신촌 바 BM

가격 5000원
   
촌평 - 큰 어려움 없이 섭렵할 수 있는 도수, 그러나 신 맛은 사람에 따라 친해지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반대로 신 맛을 사랑하는 이에겐 꼭 한번 권해보고픈 풍미. 뜻밖에도 나중엔 예상 외의 취기가 찾아올 수 있으니 두어잔씩 벌컥대려는 이는 요주의.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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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칵테일] 12. 코스모폴리탄, 촌놈은 달콤한 도회에 빠진다



참 빛깔이 예쁘다. 칵테일을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데 그 첫 맛은 역시나, 우아한 자태다. 

순간 올드팰인가 했다. 언젠가 꼭 한번 마셔보고픈 그 칵테일. 이 한 잔은 코스모폴리탄이다.

신촌으로 나왔지만 이번엔 BM이 아니다. 그곳에서 50여미터나 떨어졌을까. 신촌 쪽에 빠삭한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thinking inside the box를 이번 연재의 세번째 장소로 정했다.

이 곳은 검색으로 찾아냈다. 신촌에 괜찮고 저렴한 칵테일바를 찾았더니 가장 많이 눈에 띄던 곳. 그만큼 이미 이름이 알려진 장소인데 BM하고는 여러모로 느낌이 달랐다. BM이 어둠을 전제로 디스플레이된 곳이라면 이곳은 은은한 촛불로 빛과 열을 제공한다. 안주로 김과 간장을 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바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은 칵테일 이야기부터.




BM에선 본 적 없는 칵테일이 몇 가지 있었다. 이 중 가장 저렴한 군인 6000원대에서 하나 고른게 코스모폴리탄. 보드카를 베이스로 라임주스와 크랜베리 주스 등 여러 향긋한 레시피가 담겼다. 

노란색이 감도는 붉은 색깔. 자칫하면 촌스러 보일수도 있건만 투명하고 은은한 분위기와 엮이며 매우 세련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마치 남성 화장품 오딧세이의 이미지 색상을 연상케 한다.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매력적인 빛깔. 

다만, 생계형 인간에겐 이같은 한숨이 먼저 흘러나올수도 있겠다. '양이 너무 작아!'




이런 잔 좋더라. 착 감기는 언더락도 좋지만 간만의 외도는 꽤나 만족스럽다. 위로 치켜들어 보면 이 칵테일 정말 섹시하다. 글라스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러본다. 연인과의 스킨쉽처럼. 남성 입장에서 봤을때 이 칵테일은 바에 찾아와야만 만날 수 있고 말도 걸 수 있고 만져 볼 수도 있는(...??? 오해는 마라. 난 '그런' 놈이 아니다. 그냥 실상을 체감한다는 것을 표현하자면 그렇다) 환상같은 여인. 위에 담긴 살얼음은 살랑이는 치맛자락 끝인가. 아님 차갑게 다가오는 도도함인가. 

진한 향이 꼭 화장품을 연상케했는데 나중에 보니 데메테르 사에선 아예 이 칵테일향을 향수로 아이템화 했더라. 다른 술이라면 몸에 냄새가 뱄을 때 주정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 술 만큼은 향수 대용이다. 대환영할 일이다.  




시음해 본다. 으음. 달짝지근하다. 과거엔 술이 매우 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달단 말야. 이 술은 짭짤한 느낌이 꼭 캔디같다. 시간이 흐른 뒤 혀를 입천정에 대보면 배어있던 단맛이 다시 미끄러져 내린다.

그렇다고 달콤하고 부드럽기만 한 건 아니다. 보드카가 담긴 칵테일 답게 상당히 독하다. 적어도 한동안 약한 도수의 칵테일을 계속 접했던 이에겐 세게 느껴질 수 밖에.

이 날 날씨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 술은 살얼음이 띄워진 술답게 차갑다. 그런데 알콜 기운으로 금새 몸이 데워지는걸 느낀다. 겨울에 더 어울리는 정취다. 차가우면서도 따스한 내면이 숨겨져 있다. 괜찮다. 살얼음 띄운 것도 맘에 들어.

이름이 코스모폴리탄이던가. 세계, 도시... 촌에서 올라온 샌님이 동경할 법한 도회적인 이름.
이 쯤하니 뭔가가 연상된다. 망상극장 시작. 주인공은 밭을 일구다 우연찮게 난생처음으로 도시에 흘러들어온 시골 남자. 저녁이 되어 한 술집을 찾았다. 고향 술집에서 맡던 흙냄새는 찾을수 없다. 전혀모를 이름만 주욱 나열된 메뉴판을 보다 그냥 고른게 이 칵테일 한잔. 고향 술집에서 벌컥대던 흑맥주나 럼주와는 전혀 다른 향취. 한모금씩 입에 댈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빠져드는 맛. 처음 만나는 도시의 인사다. 도회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칵테일이다.   

오늘 칵테일은 분위기 한번 잡아보고 싶다던지, 달콤한 맛을 즐긴다던지 한다면 무난한 선택이 되겠다. 알콜캔디. 말 그대로 어른을 위한 사탕이다. 남자도 여자도 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강하던 알콜느낌도 시간이 지나면 의외로 빨리 사라진다. 잠깐의 취기는 찰나의 환상.
다만 단 맛을 싫어한다면 추천하기가 그렇다. 단순히 달달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츄파춥스를 빨아먹을 때처럼 달콤짭짜름해서 말야. 약간은 끈적한 맛. 그러나 칵테일답게 뒷맛이 남거나 하진 않으니 안심해도 좋다.




다음에 한번 이야기 할거지만 이 바는 계산서를 잔과 함께 내려놓는다. 바 다운 맛이라고 해야 하나.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바를 찾은 이라면 이것도 좋은 이미지 서비스. 좀 더 출세해서 넥스트를 주문하고 두세장 얻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뜻하지 않게 청년의 출세욕망을 자극한다.


코스모폴리탄 (보드카 x 라임주스 x 크랜베리주스 등)

신촌 thinking inside the box

가격 6000원

촌평 섹시한 향과 맛과 빛, 도시적이고 매끈한 메탈의 매력이 잘 용해된 캔디맛 음료. 내 귀에 캔디가 왜 귓가에 맴돌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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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11. 커피X보드카, 어른할 맛 나네! 블랙 러시안



일찌기 어린이였을 때, 어른이 되기는 그리도 거부하면서도 그들을 부러워 하던 것들이 꽤 있다. ...뭐? 여자? 당신 뭐야. 아하하하. 그렇다고 옆에서 남자! 라고 장단 안 맞춰 줘도 돼.

술, 담배, 커피. 이 세가지 기호품은 부러운 어른의 대표적인 상징. 하나 더 꼽으라면 자동차 정도?

자. 멋진 그림 하나를 생각해보자. 브래드피트 닮은 멋진 총각이 바에 들어와 위스키 언더락을 한잔 주문하고, 담배를 꼬나물었다. 중학 시절엔 꽤나 선망했을 그림 아닌가. 하지만 여기에 커피가 들어설 자린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수잔 서랜든 닮은 멋진 여성이 카페에서 아침 식사 후 모닝 커피를 마시다 이내 담배를 문다. 짤랑이는 라이터 뚜껑 소리... 하지만 여기에 맥주잔 한잔을 더 올려놓기엔 무리가 있지. 똑같이 음료군에 속하기에 이 둘을 한번에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데, 이 어른스러운 풍미의 두가지 음료를 한 잔에 담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 믹스의 미학을 보여주는 칵테일이 정답이요, 이 중에서도 블랙러시안이 있었다. 도수 높기로 유명한 보드카와 커피 리큐르 깔루아의 이단 콤보 말이다.

블랙러시안엔 KGB에 항거하는 러시아인의 정신이 담겨있다고도, 또 공산주의자를 비웃는 한잔의 의미가 담겨있다고도 한다. 글쎄요, 하지만 확실한건 러시아의 상징술인 보드카에 커피술인 깔루아를 섞어 검은 색을 만들었다는 단순한 면에 있어서도 이 네이밍센스는 무난한 초이스란거.

그러고 보니 깔루아가 들어간 유명 칵테일엔 깔루아 밀크가 있었지. 뜻밖에도 모처럼 찾아온 이 손님에게 바텐더는 서비스 한 잔을 내놓았다. 바 BM의 오리지널 특제 'BM VER. 깔루아밀크'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 글에서 소개한다.

     


심봤다. 이런 황홀한 서비스를 받을 줄이야. 덕분에 두 '커피술'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겉으로 그냥봐선 그 동질성을 모를 수 있는데, '커피...'하고 한마디 흘리면 곧바로 '아아'할 수 밖에. 한 잔은 원두커피같고, 한잔은 카페모카 같지 않은가.

...오늘 꺼낼 리뷰평은 다 꺼냈다. 진짜로 이 두잔의 맛은 그와 같은 차이를 보인다. 커피원액을 알콜도수로 바꿔 생각한다면 말이지. 깔루아밀크는 마침 바로 지난번 연재에서 다룬 바 있다. 그리고 이 BM 수석 바텐더의 오리지널 깔루아밀크 평은 다음번 글에서 다루도록 하고, 일단 여기선 블랙러시안의 리뷰평이다.

난생 처음 맛보는 블랙러시안은 매우 독하다. 칵테일에 쓰인 보드카를 맛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보드카는 소주와 비슷한 느낌이다. 술에 약한 나로선 입안이 얼얼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강하다. 색도 무색투명... 그러고보니 실제로도 두 술 모두 화학주란 특성이 있구나.

내가 느낀 보드카의 강점은 뒤끝없다는 것. 소주보다 도수는 높으면서 깔끔하긴 비할 수 없다. 칵테일 리큐르로 사랑받을 법 하다니까. 그 보드카의 본래 맛과 강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그럴 수 밖에. 블랙러시안은 깔루아와 보드카, 그리고 얼음. 딱 이것만으로 이뤄진 언더락 한 잔이니까.

그 보드카를 깔루아의 달콤한 향이 채색했다. 심플해서 리뷰하기 딱 좋다. 커피의 풍미가 보드카 한잔에 녹아들어간 멋진 음료. 검붉은 그 색도 아름다워서 감상하기 괜찮다. 다만 언더락잔에 절반만 담겨 나오는 것이 '질보단 양이다' 주의자에겐 첫 인상에서 감점요인일 수도 있겠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마셔보니 그 감점은 충분히 상쇄됐다. 잔을 비울 때 쯤이면 '입에 착착 붙는다'는 감흥이 전해져 온다.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것은, 향 좋은 커피 한잔의 심취를 동시에 맛볼수 있어서다. 커피와 술 양쪽을 한 손에 잡고 싶다면 블랙러시안의 언더락 한잔을 집어보도록.

단, 조심하라. 한 잔만 마셔도 술이 약한 사람에겐 취하기 충분하니까. 팬들은 몇잔씩도 마신다는데 그건 주당들의 저쪽 세상 이야기고. 

     


블랙러시안 (깔루아 + 보드카)

신촌 바 BM

언더락 스타일

가격 6000원

촌평 진한 술에 진한 커피를 담으면 이렇게 된다 커피를 맛보던 술을 맛보던 그건 당신의 선택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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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10. 인생의 시계바퀴를 그대로 재현한 깔루아밀크

     

  

BM바의 바텐더는 내게 몇 차례 '깔루아밀크'를 추천했었다. 도수 높은 술을 못하는 자신이 즐겨 마신다고 하던 메뉴. 커피 맛과 우유 맛의 앙상블이라고.

언제 한번 마셔봐야지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원정시음을 하게 됐다. 연재 후 BM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첫 칵테일이다.


인사동 맥주창고에서 맥주는 마다하고 칵테일 주문

     
 


맥주창고. 이름에서 보듯 여긴 '바'가 아니라 맥주 전문점. 보시다시피 세계 병맥주가 즐비하다. 같이 간 사람들이 좌라락 맥주를 주문할 때 홀로 칵테일을 주문하니 같이 있던 사람이 "몇 살이예요?"라 묻는다. 과거엔 이를 "노땅같다"고 해석했을 텐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보시다시피 분위기는 맥주 매니아들을 열광시킬만 하다. 이 곳은 다음 기회에 소개한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맥주가게에서 칵테일을 주문했다는 거다. 냉면전문점에서 만두를 주문하곤 그걸로 만족하는것과 같은 이친데... 괜찮을까?

 

깔루아밀크, 부드러운 밀크 아래 침전된 알콜의 내방... '화려한 방문'

이름에서 너무나 정직하게 레시피를 밝히는 칵테일이다. 깔루아 플러스 밀크. 이보다 더 확연한게 어디있는가. "블랙러시안? 어떤 역사적 의미지?"라던가 "갓파더? 왜?" 하며 작명에서 다른 외적 배경을 살필 이유가 없는 칵테일 되겠다.

깔루아는 생소할 수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커피로 만든 술. 일명 커피술로, 커피 리큐르라는군. 호오? 이거 대단한데. 커피에 위스키 타 마시는 아이리쉬의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 듣는다.

그리고 우유. 이 쯤 하니... 아 감 잡았다 하는 분들 틀림없이 있을 터. 커피우유 맛 아니냐는 물음.

실은 그렇습니다.(뭐 임마)

리큐르...라곤 하는데 정말 BM의 바텐더 말대로 도수가 엄청 낮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못 느낄 지경이라 영락없는 커피우유다. 진한 커피우유 말이다.

맛이 어떻냐고 묻길래 "커피우유"라고 했더니 "왜 마셔?"라 묻는다. 6천원짜리 고급 커피우유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돈이 아깝냐?(커피우유는 그 비싼 빙그레제 아XXXX도 1500원이면 편의점서 산다) 그렇진 않다. 분명 술기운은 느껴지지 않지만 그 맛은 살아있걸랑.

무슨 얘기냐. 커피 아이리쉬를 마시면 취하는 느낌은 없어도 위스키 특유의 향긋하고 화하는 느낌이 살아있지? 여기에도 그 고풍스럽고 진하고 '찐득한' 느낌이 살아있다. 단, 차이점이라면 저 위스키 탄 커피의 술기운이 '나 알콜이예요'하듯 위에 떠 있다면... 이 술은 정반대. 거꾸로 아래에 침전되어 우유의 부드러운 느낌 뒤를 따라서 천천히 음미하게 된다. 실제로 눈에 보이기에도 위엔 하얀 거품 우유가, 아래엔 진한 커피빛이 감돈다. 위로 치켜올려 바닥을 보면 침전물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순하기로는 이 쪽이 한 수 위다. 그러나 역시, 술은 술인지라 마시다 보면 취하기 시작한다는 거 잊지 말도록. 벌컥벌컥 마실 음료는 아니란 게다. 어느덧 천천히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취기가 황홀하다.

    


 
  보이는 대로 순하지만서도. 얘도 술이예요.  
 


1개월 후 다시 느끼는 그 감각은?

실은 깔루아밀크를 마신 뒤 한달도 넘어 이 글을 쓴다. 이래저래 하다보니 연재 자체가 밀려 버린 것. 덕분에 한달이란 긴 시간이 지난 뒤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다시 마시고 싶은지 여부는 더욱 확실히 알릴 수 있게 됐다.

마시고 싶다. 다시 한 번... 이란 게 내 대답. 더운 여름에 갈증을 식히고자 마셨던 그 때와 달리, 이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또다른 정취로 이를 음미할 수 있기에 기대된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인생 재현한 칵테일

앞서 밝혔듯 이 칵테일은 첫맛에서 우유의 순수함을, 끝맛에서 리큐르의 진함을 느끼게 한다. 처음엔 우유, 후엔 술... 마시는 사람은 일순간 어린아이가 됐다가, 또 어른이 되길 반복한다. 한 모금 한 모금 넘길 때마다 말이다.

인생의 시계바퀴를 한 잔에 그대로 재현한 칵테일이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 과거와 현재 내지 미래를 넘나들게 하는 맛이 있을까. 알고보니 꽤 철학적인 칵테일이다. 이제 당신에게 남은 과제는 하나. 그 사이에 펼쳐지는 과도기의 영역을 찰나에 맛볼 수 있느냐는 거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어린이와 어른의 벽을 넘나들어보고싶다면 이 술, 강추다.

 

깔루아밀크 (깔루아 + 밀크의 앙상블)

인사동 맥주창고

가격 6천원

촌평 - 확실한 우유맛, 확실한 어른의 맛, 그런데 그 사이에 끼워진 미지의 맛과 향은 누규?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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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거리의 혼성 2인조 칵테일 플레어 쇼



'즐겁게 돌리고 돌리고'

30일 저녁 서울 신촌 유플렉스 앞 거리. 혼성 2인조 바텐더의 칵테일 플레어 쇼가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여성 바텐더의 술병 돌리기 묘기. 2단에서 3단까지 시연해 보였다. 이 바텐더는 신난다는 표정으로 즐겁게 공연을 펼쳐 보여 호감을 이끌어 냈다. 




남성 바텐더의 3단 술병 돌리기 묘기. 4단 묘기도 선보였다.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거나 고공에 던져 회전 후 다양한 부위로 받는 기술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날 묘기는 술병 돌리기가 주를 이룬 가운데 쉐이커 묘기와 불 뿜기 등 플레어 쇼의 정석으로 구성되며 약 20여분간 이어졌다. 쇼 후반엔 '신데렐라' 등의 칵테일이 모인 사람들에게 한잔 씩 주어져 호응을 얻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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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9. 푸른 밤하늘의 빛깔을 마시다, 블루라군  
 
 
 

완전히 어두워지기 직전, 블루라군의 빛깔이 감도는 하늘빛.

그랬다. 저 푸른 빛은 방금 마신 블루라군의 그것이었다.

 

[바의 칵테일] 9. 푸른 밤하늘의 빛깔을 마시다, 블루라군

 

갑자기 왠 하늘 사진을 꺼냈을까. 하지만 바를 나서자 마자 올려다 본 밤하늘이 조금 전 음미한 칵테일과 같은 빛깔을 띠고 있던 것은 매우 훌륭한 감흥이라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운명이었나 보다. 더운 여름저녁을 식히고자 주문판을 훑어보던 내 눈에 그냥 저 이름이 들어왔다. 본적은 없지만, 영화 이름으로 익숙한 저것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느낌이 주문을 결정짓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바텐더도 고개를 끄덕인다.

"블루라군도 괜찮죠."

자, 이제 소개한다. 블루라군의 비주얼.

     
 
레몬맛 나는 아래의 노란 부분은 꼭 저 달빛 같다. 비주얼만으로도 마시고 싶은 칵테일이다. 내가 마시는 건 밤하늘.
 

밤하늘의 맛은 어떨까. 저 푸른 빛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맛이 담겨 있었다. 시큼한 레몬 맛이 강렬한 칵테일.

"어디서 많이 마셔본 듯한 익숙한 맛이예요."

"그래요?"

바텐더 앞에서 눈자위를 굴려보던 나, 드디어 떠올린다.

"맞다! 레몬에이드!"

"으음, 그럴수도 있겠는데요."

썬키스트에서 나오던... 왜 있잖은가. 플라이투더스카이와 '슈퍼주인이여'가 선전하던 그 레몬에이드의 청량감. 사이다가 함유된 탄산의 터지는 느낌, 보드카의 은은한 알콜, 레몬 맛이 들어간 레시피의 조합이 멋진 하모니를 뿜어낸다.

언더락 스타일에 한동안 빠져있다 간만에 마시는 스타일. 알콜 맛은 바텐더의 말처럼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갈증날 때 벌컥벌컥 들이기 딱 좋은 음료. 하지만, 천천히 마시지 않고 그렇게 싹 비우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마시는 속도를 조절하며 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입에 착착 감기는 탓에 속도를 늦추는게 쉽지만은 않다.

저 푸른 빛깔은 무엇으로 내는걸까. 물어보지 않은것이 후회스럽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멋진 빛깔이란 말이야. 참 탐나는구료.

아 참, 블루라군의 본래 이미지는 바다였지. 맑고 짙은 바다 속의 색깔. 빠져드는 깊은 맛, 그리고 야한 느낌의 낭만감. 바다 여행에서 한 잔 마시면 그럴듯한 칵테일. 분명 밤하늘을 보지 못했다면 난 이렇듯 바다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괜찮지 않은가. 바다 이야기는 전형적인거고, 저 하늘빛과도 잘 어울린다니까. 7월말, 8시를 넘긴 시간대의 하늘빛은 정말로 블루라군을 마시기에 딱이다. 굳이 바캉스를 떠나지 않았다 해도, 도심 속에서 얼마든지 음미할 수 있어 좋다.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메뉴. 지난번 김렛에서도 말했었지만 이건 그 이상의 쿨섬머 아이템.

글쎄, 하지만 겨울저녁에도 잘 어울릴 거 같은데?

다른 블로그에서 이미지를 살펴봤는데, 에메랄드빛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아무래도 저 BM의 것이 특이한 스타일인 듯.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더 예쁘다.  

블루라군 (보드카 + 사이다 + ...그리고 뭐였지? 레몬맛 나는 거라 했는데 사일러스?)

바 BM

가격 6000원

촌평 - 브라보, 브라보! 쿨 나잇을 위하여 건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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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8. "김렛, 바텐더 보고 가장 궁금한게 이거였어"  

 
 
처음으로 아는 사람을 대동하고 바에 들어섰다. "내가 한 잔 살게요"라면서. 물론 뒤엔 "한 잔 이상은 곤란하다"는 말이 붙긴 했지만.

만화 바텐더를 본 적 있다는 동행인은 메뉴판을 보더니 김렛을 선택했다. 5000원. 혹 가격에 신경쓰면서 고른 걸까?

"아냐. 바텐더 보면서 가장 궁금한게 이거였어."

 

[바의 칵테일] 8. "김렛, 바텐더 보고 가장 궁금한게 이거였어"

 

오늘은 바가 아닌 안쪽 테이블에 위치했다. 비취색이 감도는 언더락. 김렛 두 잔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잔을 기울인다.

"설탕가루가 들어가서 달아요."

바텐더가 달다고 하길래 조금 뒷맛이 강하게 남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입맛을 버리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설탕의 당도가 전해져오지만 끈적한 느낌이 없어 불쾌감이 전혀 없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달콤함. 마치 박하사탕을 연상케 하는 청량감이 차갑게 식혀져 전해져온다. 다행히 마주편에서도 '괜찮다'는 답변을 보냈다.

"여름에 딱이다."

우연일까. 돌아와서 김렛의 발원을 찾아보니 시작은 다름아닌 '마린', 영국 해군이었다고. 깔끔함의 대명사인 해군 말이다. 장교와 일반병사에게 각각 지급되는 음료를 한데 섞어 만들어진 칵테일. 확실히, 푸른 바다 위에서 이 빛깔의 음료를 받아들면 꽤 괜찮은 감흥이 전해지지 않을까.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다면 비주얼이 꽤 괜찮았을텐데 여러모로 아쉽다. 색깔이 예쁘다.   
 

사람 취향에 따라 커피처럼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건데 간소한 방법으로 취향을 탈 수 있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환영받을 강점. 만원 한장이면 두 사람이 즐길 수 있으니까.

그리고 도수. 아주 약한 축에 든다. 씁쓸하고 담백한 알콜 특유의 느낌이 없다면 정말로 탄산주스에 가깝다. 마실수록 여자아이들의 고무줄 놀이마냥 술과 음료의 경계를 살짝 살짝 넘는 기분. 덕분에 마신 뒤 머리가 아프다던지 하는 부작용은 아예 잊어버려도 좋다.

이렇다 보니... 뜬금없지만 데스노트의 엘이라면 아주 즐거이 받아들지 않을까.

 

김렛  - 언더락

바 BM

가격 5000원

촌평 - 섬머쿨 나잇 아이템으로 딱. 순한 술로 무더위를 식히고 싶은 이라면 강권한다. 달지만 끝맛 처리가 완벽에 가까워 담백한 맛과 달콤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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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바에서 서비스 칵테일 한잔을 받다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요새 연재물을 위해 매주 주말이면 바를 찾는다. 혹 아직 바를 찾은 적 없는 당신에겐 이런 기대감이 있을까 모르겠다. "내가 한 잔 사죠"하고 바텐더가 내놓는 공짜 술을 받아드는 모습... 그리곤 "아아, 내가 드디어 단골이 되었구나"하며 자그마한 기쁨을 누리는 그런 그림 말이다.
난 그랬다. 바텐더와도 어느정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겠다, 해서 언젠가는 서비스 한 잔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 하지만, 그 기대를 크게 부풀릴 순 없었다. 딱 한잔만 마시고 자리를 떠 버리는, 실속 없는 손님인 걸.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딱 다섯번째 방문만에 서비스 한 잔을 받아들었다.  


62. 바에서 서비스 칵테일 한잔을 받다
 
2주전 토요일 밤.
내 말을 들어주는 바텐더가 있다. 그래서 바의 문을 밀고 들어설 때면 마치 고해성사를 위해 성당의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하지만 반대로 저 쪽에서도 이런 내게 화답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곧잘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환영할 사안. 서로가 신부님이 되어 토닥대는 시간이라 해야 하나.
마침 그 날은 내 생일이 하루 지난 날이었다. 바에서 칵테일 한 잔을 주문해 놓고서 달그락 대던 나, 바텐더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이게 내겐 자축하는 한 잔" 이라고. 그 날 선택한 한 잔은 피치 크러쉬.
     
  
    

  
 
"아 그런가요?"하며 웃어보이는 그에게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마침 그는 지난 주, 사랑하는 이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교제를 허락받은 상황이었다. 
무척이나 더운 날씨였다. 얼음까지 와드득 씹어먹으며 깨끗하게 한 잔을 비운 나, 그제사 또 하나 배웠다. 칵테일은 양이 많다고 오래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도수 낮고 시원한 이 칵테일은 여름 밤에 그냥 들이키기 딱 좋았다.
"오늘은 한 잔 더 할까요?"
나로선 나름 파격적인 한 마디였다. 주머니 사정상 '딱 한 잔'이란 나만의 규칙을 달고 있었기에. 하지만 이 날은 특별한 날이니까. 만 스물아홉, 이제 20대라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1년이 시작됐고 그 우울한 자축의 여운을 좀 더 오래 만끽하고 싶었다. 마침 월급날이 돌아온 것도 한 몫했다. 그리고, 무더운 날씨에 낮은 도수의 술을 시킨 것이 결정을 부추긴 점도 없지 않았다.
'다음 코스'를 처음으로 주문한다. 내가 선택한건 스크류 드라이버. 언더락 스타일이 맘에 든 탓에 이걸로 선택했다.
       
  
    

 

아직 연재에 소개하지 않은 이 술로 아직 가시지 않은 갈등을 달랬다. 그 와중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소개한 일을 잘 치루고자 헤어스타일에 수염까지, 한층 말끔해진 그는 그대로 고민이 있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게 되면 다른 직업을 생각해야 한다나. 아직 한국에선 바텐더라는 직업이 가정을 꾸리는데 있어 여러모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모양이다.
난 나대로 고민이 산재했다. 그를 바라보며 하고픈 일, 이루고픈 일 앞에서 솔로라는 사실은 축복임을 새삼 느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많아지는 고민들, 삶의 스크래치가 홀로 맞는 외로운 생일의 여운을 뒤흔든다. 바를 앞에 두고 조금은 묘하게 흐르는 정적. 
그런데 말이다. 바에서 남자들이 위스키잔을 앞에 두고 꺼내는 공유의 한숨은 그런대로 매력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잔 더'를 결정한(소심한 결정이지만) 것엔 이것도 한 몫했나 보다. 그리고, 이것이 바텐더에게도 약간의 관대함으로 작용한 것일까.
스크류 드라이버도 다 마셔버렸을 때, 그는 "잠깐만요. 이건 제 선물입니다."라며 새로운 잔을 꺼냈다. 바텐더가 하루 늦은 생일을 축하하며 내게 건넨 선물, 그것이 바로 'E.T' 한잔이었다.
     
  

    

스트레이트 잔에 삼중으로 펼쳐진 화려한 색채. 미도리, 베일리스, 보드카의 섞이지 않은 조합이 만들어낸 미니 칵테일이다.
"이건 원 샷입니다."
그가 마시는 법을 코치한다. 색다른 재미다. 나는 고맙게 받으며 단숨에 들이켰다. 초콜릿 향이 은은한 달콤한 술이었다.
"맛있네요."
정말이다. 고독을 안주로 씹던 내게 있어 이는 단순히 3000원짜리 칵테일을 떠나 타인에게 받아드는 뜻밖의 선물이었고, 진심이 담긴 '장인'의 선물이기에 감동은 더했다.
"생일, 정말 축하드려요."
그 말과 곁들여진 서비스 한잔의 가치는 컸다. 선뜻 술값을 지불할 때, 기분좋게 그것을 행할 수 있음은 손님에게 또다른 행복이다. 술, 그 자체를 넘어 다른 무엇을 위해 바를 찾을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몸소 배운 경험이었다.
어디, 서비스를 받게 된 경유를 정리해 보자. 먼저, 나는 축하받을 어떠한 동기를 갖고 있었고, 불과 다섯번째 찾아온 손님이었지만 그럭저럭 바텐더와 마음을 터 놓은 상황이었다. 그의 일에도 축하를 해 주었고, 둘의 대화는 공통된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가장 큰 것은, 여느때보다 두 배로 늘어난 매상이겠지만.
당신도 칵테일 바에서 서비스 한 잔을 받아보고 싶다면 참조할 법 하지 않겠는가 해서 귀띰하는 셈이다. 술은 목으로 넘기지만 손님과 바텐더의 '인정'은 가슴 깊숙히 넘기는 법. 삭막하던 일상에 잠깐의 오아시스가 되어 줄 공짜 한 잔이 아닌가. 바를 찾아 즐겁게 한 잔을 추구하는 당신에게 뜻하지 않은 보너스가 날아들지 모른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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